또 檢 흘리기(leak)... '시세조종' 이재용 영장, 팩트부터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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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檢 흘리기(leak)... '시세조종' 이재용 영장, 팩트부터 틀렸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6.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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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시세조종’ 의혹
박영수 특검, 3년 전부터 수시로 언론에 의혹 흘려
이재용 뇌물 등 사건 1·2·3심 재판부, ‘시세조종’ 檢 주장 배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 다음날인 5일부터 '검찰 수사팀發 리크(leak)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사는 대부분 검찰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팩트파인딩’은 고사하고 취재원 주장의 진위 파악도 부족한 상태에서 기사가 양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기사가 전하는 내용 대부분이 3년 전 끝난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1심 공판 과정에서 이미 걸러졌다는 점입니다.

본지는 올해 2월 3일 검찰이 말하는 '시세조종' 혐의의 당부를 살피기 위해 그 내용을 심층 분석한 기사<분식회계 파다가... '시세조종' 삼천포로 빠진 檢수사>를 게재했습니다. 

'시세조종' 의혹은 이 부회장 등에게 영장을 청구한 이복현 수사팀이 새로 발굴한 혐의점이 아닙니다. 박영수 특검은 국정농단 사건 1심부터 '시세조종' 혐의 입증을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이 부회장 뇌물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한 각급 법원은 시세조종 의혹 관련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시로 '시세조종' 의혹을 일부 언론에 흘렸습니다.   

본지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및 시세조종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 위 기사의 주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전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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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파다가... '시세조종' 삼천포로 빠진 檢수사

양원석 기자 

 
(전략) 검찰의 수사 방향 전환은 역설적으로 2015년부터 제기된 삼성 합병 및 분식회계 의혹이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음을 반증한다. 검찰은 삼바 수사와 관련돼 지금까지 최소 3차례 말을 바꿨다.

최초 검찰은 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그 자회사인 삼바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대규모 분식에 나섰다는 주장을 폈으나, 조작됐다는 재무제표의 작성 시점(2016년 2~3월)이 두 회사 합병비율 산정 시점(2015년 5월)보다 9개월 이상 늦다는 지적이 나오자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추후 분식을 했다”는 식으로 논리를 수정했다. 그 이후 검찰은 “삼바의 자본잠식 위험성을 숨기기 위해 콜옵션 공시 누락, 콜옵션 부채 은폐 등의 방법을 썼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흘린 삼바 수사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쓰고 있는 특정 매체는 지난해 11월27일, [단독]‘삼성물산 합병 전 주가조작’ 미래전략실 문건 나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세조종 정황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삼성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달 29일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추가로 게재했다.

매체는 삼성 내부 문건의 입수 경위를 밝히지 않았으나 그 출처가 검찰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해당 매체는 지난해 5월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래미안 아파트 안 짓던 것도, 이재용 승계작업 때문이었어?)를 생산한 사실이 있다.

이들 기사의 내용과 전·현직 검찰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수사팀이 새로 그린 삼성 합병 전후 상황은 아래와 같다.

①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물산 기업가치는 낮추는 작업을 진행했다(양사 이사회 합병 의결 전).

②이사회 의결 후에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주총에서 ‘합병 반대표’를 던지지 않도록, 물산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호재’를 집중 발표했다(주가 부양).

③삼성물산은 합병 의결 이전인 2015년 5월,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으나, 그 사실을 두 달 동안 숨기다 이사회 의결 뒤 공시했다.

④물산 건설부문은 이사회 합병 의결 이전인 15년 상반기, 래미안 아파트 공급물량을 300여 가구로 줄였다. 이사회 의결 후인 7월, 1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대거 공급한다고 홍보했다.

◆삼성 합병 과정, 팩트 체크가 필요한 이유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할 목적으로 모직에 유리하고, 물산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말하는 시세조종은 양사 이사회 합병 의결을 전후로 그 양상이 전혀 다르다.

첫 번째는 양사 이사회가 합병을 의결한 15년 5월26일 이전 시점, 두 번째는 이사회 의결 직후부터 양사 주주총회가 열린 그해 7월17일 사이 시점이다. 추가적으로 검찰은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 이후에도 시세조종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추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15년 상반기부터 9월 합병 등기까지 어떤 이벤트가 벌어졌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양사 이사회 합병 의결 전, 두 회사 주가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도 들여다봐야 한다.

만약 시장이 양사 이사회 의결 전부터 모직 주식을 고평가하고, 물산 주식을 저평가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시세조종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미 시장이 모직 주식을 고평가하고, 물산 주식을 저평가한 상황이라면, ‘합병비율 산정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주가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 및 현안, 타임라인 별 정리>

▶2015년 5월 26일 : 양사 합병비율 산정 및 이사회 의결 
▶15년 6월 11일 : 양사 주주총회 전 주주명부 확정 
*기관투자자 중 최대주주 국민연금, 같은 일자 기준 제일모직 주식 4.84%, 삼성물산 주식 11.21% 각각 보유
▶15년 7월 10일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두 회사 합병안건에 ‘찬성’ 방침 결정 
▶15년 7월 17일 : 모직, 물산 양사 주주총회 합병안 통과
▶15년 7월 23일 : 삼성물산 건설부문 “서울 8곳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1만여 가구 공급” 
▶15년 7월 25일 : 박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2차 독대
▶15년 7월 28일 : 삼성물산 건설부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낙찰통지서 수령'.

양사 이사회 합병 의결 전, 두 회사 주식에 대한 시장 평가 내용은 위 친검찰 매체 기사에 담겨 있다. 위 매체는 지난해 11월27일자 기사에서 구 미래전략실 작성 추정 문건의 입수 사실을 알리면서 “해당 문건은 15년 4월 작성됐다”고 했다. 

매체는 “당시 1대0.35’(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두고,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고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며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물산 대비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고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현 주가는 물산 총자산의 0.7배, 모직은 3.4배”라고 밝혔다.

기사를 보면 문건 작성 시기는 4월. 따라서 위에서 말하는 ‘현 주가’는 15년 4월 당시 모직 및 물산의 주식시세를 뜻한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 회사 이사회가 합병을 의결하기 적어도 1개월 전 이미 모직 주가는 고평가, 물산 주가는 저평가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두 기업 이사회 의결 이전,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할 이유가 없었음을 반증한다.

검찰이 분식회계 대신 유력하게 검토하는 시세조종 혐의는 기초 사실관계부터 모순을 안고 있다.

◆발전소 수주해 놓고 두 달간 숨겼다? "주총 끝난 뒤 수주사실 공시"

이사회 합병 의결 전 물산 주가를 낮추고, 그 이후에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예로 언급된 케이스는 두 건이 있다. 하나는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지연 공시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래미안 아파트 공급 물량 조정 의혹’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5년 5월 총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고도, 물산 주가 하락을 위해 고의로 그 사실을 숨기다가 이사회 합병 의결 뒤 공시했다는 주장은 ‘시점’이 맞지 않는다.

위 주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물산은 이사회 의결일인 그해 5월26일부터 합병 주주총회가 열린 그해 7월17일 사이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했어야 한다.

주총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아슬아슬한 표 대결을 벌이던 삼성 입장에서는 소액주주 한명 한명의 위임장이 간절했다. 주총에서 합병안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주가를 올릴만한 ‘호재’를 적극 알리는 것이 유리했다.

국내 기관투자자 가운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7월10일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 찬성’ 방침을 결정했다. 국민연금 기금투자위의 결정은 다른 기관투자자는 물론이고 일반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

삼성이 시세를 조종하고자 했다면, 7월10일 이전 카타르 발전소 수주 사실을 공시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삼성물산이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사실을 공시한 것은 그해 7월28일. 주총이 끝나고 11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일부에서 “주총 통과 후에도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중에라도 공시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런 논리는 옹색하다.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연금 기금투자위가 찬성 결정을 내린 7월10일 이전 공시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카타르 발전소 수주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일부 매체가 주장하는 15년 5월에는 ‘기초공사에 대한 제한적 착수지시서’(LNTP)를 받았다. 이는 수주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시하지 않았다. 공사 수주는 ‘낙찰통지서 수령’을 의미한다. 그전에는 확정적인 수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시를 할 수 없다. 회사는 LNTP 수령을 수주 확정으로 간주하고 이를 공시한 사례가 없다.”

◆물산주가 낮추기 위해 래미안 건설 뒤로 미뤘다? 주총 뒤 '공급물량 확대' 공표

양사 이사회 합병 의결 전 물산 주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래미안 아파트 공급물량을 대폭 줄였고, 하반기 물량을 크게 늘렸다는 주장도 ‘시점’에서 결정적 허점이 발견된다.

특정 매체는 지난해 5월28일 [래미안 아파트 안 짓던 것도, 이재용 승계작업 때문이었어?]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합병 기준점이 되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두 회사의 일정 기간 주가를 평균해 계산한다. 삼성물산 주가가 낮아지고, 제일모직 주가가 오를수록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진 쪽에 유리해지는 구조”라며 “검찰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역주행을 제일모직 계열사였던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부풀리기’와 연결된 범죄행위로 본다”고 했다.

매체는 “15년 상반기 삼성물산이 서울에 공급한 물량은 300여 가구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물량을 1만994가구로 확대했다”며, 이를 시세조종 혐의의 유력한 증거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기사를 검색하면 위 주장의 오류는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공급물량 확대 계획을 밝힌 시점은 그해 7월23일이다. 

카타르 발전소 공사 수주나 래미안 아파트 공급 확대는 주총을 앞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매력적 호재였다. 주주들의 ‘합병 찬성표’ 확보를 위해 주가를 부양하고자 했다면, 앞서 설명한대로 7월10일 이전 그 사실을 공개했어야 한다.

래미안 아파트 공급물량 조정 의혹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 일정은 사업주체인 조합이 결정한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분양 등 사업 일정을 조정하기는 어렵다.”

언론 보도를 보면, 그해 하반기 삼성물산이 공급한 8개 사업지는 모두 재개발·재건축단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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