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0·60·438... 엿가락처럼 늘어난 檢수사, '이재용 기소'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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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60·438... 엿가락처럼 늘어난 檢수사, '이재용 기소' 타당한가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6.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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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타당성 판단을" 이재용 辯, 수사심의 요청
숫자로 확인된 무리수, 법조계도 기소 문제점 지적
17명 검사 투입... 전담팀 꾸리고도 실체규명 미궁
50회 이상 압색... 국민연금 등 관련기관까지 먼지털이
60개월 장기 수사... 분식회계 의혹 여전히 제자리
438회 강제 소환... 사장급 38회, 임직원 약 400회 불러
검찰發 수사정보, '언론 흘리기(leak)' 악습도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및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부당 산정 의혹’ 검찰 수사가 만 5년을 넘긴 가운데, ‘삼성 수사’의 적정성 당부 판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신청서 접수는 2일 오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 제도운영 근거가 되는 지침이 제정되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위원회는 이듬해인 2018년 1월 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위원회 심의 대상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며, 심의 항목은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이다. 위원회는 심의의결 직후 그 보고서를 검찰총장에 제출해야 한다.

총장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150명 이상 250명 이하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자격 기준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전문가’이며, 총장은 위원 구성이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원회 소집 신청은 ‘사건관계인’이 할 수 있다. 고소인, 기관고발인은 물론이고 피해자, 피의자, 이들의 대리인과 변호인을 포함한다. 이들은 수사 중인 검찰청 혹은 종국처분을 한 검찰청 시민위원회를 경유해 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관할 검찰청 시민위원장은 무작위 추점을 통해 부의(附議) 여부를 심의할 검찰시민위원 15명을 선정한다. 위원회는 부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의결서를 작성, 위원회 소집요청서를 검찰총장에 송부한다. 지방검찰청 검사장도 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총장은 직권 또는 부의위원회의 소집요청이 있는 경우 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 경우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전체 위원 중 추첨을 통해 15명으로 구성된다.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은 구속력이 없다. 다만 검찰총장은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19조, 29조 등 참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소집 신청을 냈어도 부의 여부를 심의하는 중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눈여겨볼 점은 변호인 측이 통상적인 법원 절차와 별개로 검찰수사심의제도를 사실상의 1차 구제수단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낸 사실은 그만큼 검찰 삼성 수사의 적정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검찰의 삼성 수사 흐름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변호인단이 제기하는 의문은 대략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수사장기화 논란이고 두 번째는 검찰의 고질적 구태인 수사 정보 흘리기 재현이다. 세 번째는 이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반복 소환이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삼성 수사... 15년부터 시작, 만 60개월 넘어

법조계에서 첫 번째로 꼽는 검찰 삼성 수사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늘어난 수사 기간이다.

검찰의 삼성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부당 산정 의혹이다. 후자는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두 가지 의혹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5년 5월쯤이다.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노동·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제기한 의혹은 햇수로 6년, 만으로 60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위 단체들은 삼성물산 전현직 대표와 임원, 옛 미래전략실 임원 등을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고발장을 접수했다. 참여연대는 2018년 한 해에만 3차례에 걸쳐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을 추가 고발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이복현 부장검사)가 이 부회장을 비공개 소환하면서 붙인 이유도 위 고발사건에 대한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최초 의혹 및 고발 시점으로부터 만 60개월이 지났으나, 제기된 의혹 중 사실로 규명된 건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검찰 수사의 현 주소이다. 

검찰은 지난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전현직 임직원 등을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으나, ‘본죄’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모직-물산 합병 의혹 수사도 공전(空轉)하고 있다. 검찰은 시세조종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물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복현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이복현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18년 12월 대규모 압색 계기, 전담 수사팀 출범... 만 18개월 넘도록 수사 헛바퀴  

시점을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이 있었던 2018년 12월에 맞춰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삼바 관계사), 삼성물산, 국내 4대 회계법인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2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를 ‘삼성 수사 전담팀’으로 지정, 수사 검사 인력을 17명까지 확대했다. 한·미 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 기업 자금흐름 추적 전문가 등도 수사팀에 합류했다.

검찰 수사팀은 18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분식회계 및 합병 의혹’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8차례나 압색을 실시했다.이마저도 삼성 계열사에 대한 압색 횟수만으로 한정했을 때 횟수에 불과하다. 삼성을 제외한 다른 국가기관이나 회계법인에 대한 압색을 포함하면 50회를 초과한다. 

검찰의 인지(직접) 수사는 국가적 사안이라 할 만큼 비중이 크고 중대한 사건을 단 시일 내에 파헤쳐, 제기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특별수사단 혹은 특별수사본부 등의 임시 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조직의 인력을 충원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중앙지검 특수2부 조직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사 절벽 탈출구는 정보 흘리기... 고개 드는 검찰發 리크(leak)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 일부 특정 매체는 검찰발 리크에 기대 다수의 단독 기사를 내보내며 여론을 띄우기도 했다. 이들 언론은 “삼바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들이 검찰 수사 과정서 말을 바꿨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바 분식회계 정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등의 주장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검찰의 현재 모습은 기대와 크게 다르다. 18년 12월 이후 만 18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이 밝혀낸 사실은 일부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정황이 전부이다. 그마저 이 사건 일부 피고인들은 “자료 삭제의 근본 원인은 연이은 압색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며, 검찰의 조직적 증거인멸 공소를 부정하고 있다.

검찰 삼성 수사의 기점이라 할 수 있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이나 모직-물산 합병비율 부당 산정 의혹 수사는, 의혹이 제기된 최초 시점과 비교할 때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했다. 친검찰 매체들의 리크 기사는 대부분 설(說)로 그쳤다.

‘수사 절벽’에 내몰린 검찰은 최근 들어 다시 일부 특정 매체를 통해 정보를 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특정 매체 소속 한 기자는 삼성 수사팀발 단독 기사를 하루에만 세 차례나 내기도 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 부회장 포함 사장급 소환 38회, 임원급은 100회 넘게 불려 나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반복적 소환은 수사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들어 이복현 수사팀은 전현직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 임직원들을 일주일에 2~3번씩 불렀다. 지금까지 사장급 이상 소환 횟수는 38회. 범위를 전현직 임원으로 확대하면 그 수는 100회가 넘는다. 김종중 前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은 무려 8번 불려 나갔다. 임원 이하 실무 직원 소환까지 더하면 300회가 넘는다. 따라서 삼성의 임직원들이 검찰에 불려나간 횟수는 총 430회를 상회한다는 얘기다.

동일인에 대한 검찰 소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난 측면이 있다.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밤샘 조사 관행에 제동이 걸린 탓이 크다.

그렇다고 동일인을 8번씩 소환조사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반응이다. 전직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나 중요 참고인을 불러놓고 일부러 시간을 끈 뒤, “조사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쪼개기 소환'하는 새로운 편법이 등장했다는 증언도 있다. 사건관계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란 측면에서 밤샘 조사 못지않게 큰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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