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변호인 "檢 사익편취 기소, 심증 말고 입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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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조현준 변호인 "檢 사익편취 기소, 심증 말고 입증하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5.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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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위반 2회 공판준비기일 쟁점 분석
"검찰, 법 23조의2 적용, 기초 사실관계 오인" 지적
명확성의 원칙 위배... 위헌 시비 여전
검찰 "다음 기일 이전, 입증계획 정리·제출"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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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이 “검찰은 공정거레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를 주장만 할 뿐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부 무죄’ 항변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은 조 회장의 전부 무죄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검찰의 입증 부재(不在)’를 꼽았다.

이 사건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법 제23조의2).

법 제23조의2는 '특수관계인(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기업 총수는 [같은 조 1항 내지 3항이 규정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혹은 관련 행위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인 효성투자개발(이하 효투)이 다른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발행 영구전환사채 250억원 상당을 간접 인수한 행위와 관련,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 등을 의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과 효성 임직원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GE는 LED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기업으로 재무제표상 최대주주는 조현준 회장이다. 조 회장은 이 회사 발생 주식 총수의 8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투자개발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등을 대행하는 기업으로 지주회사인 (주)효성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최대주주는 (주)효성과 조 회장이다.

검찰은 “조 회장은 (주)효성을 통해 효성투자개발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GE는 조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GE의 경영, 인사, 자금 운용 등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효성투자개발이 GE 영구채를 간접 인수한 행위 이면에 조 회장의 지시 내지 관여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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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투자개발-SPC 간 'TRS 거래'... 辯 "공정거래법 23조의2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앞서 2014년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GE)는 25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효성투자개발은 같은 해 12월 증권사 설립 특수목적법인(SPC)과 '총수익 스와프 거래'(TRS)를 통해, GE 발행 주식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효투는 SPC에 300억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2년 만기였던 TRS 거래는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2016년 12월 조석래 효성 회장이 GE 발행 CB 전량을 인수하면서 종결됐다. 

검찰은 CB 발행 당시 GE의 실적 및 재무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효투의 영구전환사채 인수는 계열사를 동원한 전형적인 총수 사익편취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효투가 GE 발행 CB를 인수하면서 증권사에 300억 상당 주식 담보를 제공한 점, 동 행위는 효투에 위험을 증가시켰을뿐 이익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GE는 실적 악화로 재무상태가 열악했는데도 지나치게 좋은 조건으로 CB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총수익 스와프 거래(TRS)가 총수 사익편취와 같은 위법한 행위를 매개하는 데 종종 쓰인 측면이 있다"며, TRS 거래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23조의2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총수 사익편취) 금지를 목적으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위 조문은 총 4개항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이 사건에 적용되는 항목은 1항 3호, 3항 및 4항이다. 

①항 :  
공시대상기업집단
(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으로 한정)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 혹은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호,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2호,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3호,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4호,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③항 :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④항 : 
특수관계인은
누구에게든지 제1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된다.

▲위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식 비율은 '상장법인'이 아닌 회사의 경우 20%다. 이 사건 거래를 살필 때 '특수관계인'인 조 회장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GE이다. 검찰 주장의 허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TRS 거래 주체인 효투와 증권사 설립 SPC의 경우, 조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으로 이 점을 문제삼고 있다. 즉, 조 회장과 지분관계가 없는 별개 회사들(효투-SPC)끼리 체결한 TRS 거래에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적용한 검찰 기소는, 기초 사실관계부터 오류가 있다는 것이 변호인단 항변의 요지이다.  

▲검찰은 효투의 실질 거래 상대방을 증권사 설립 SPC가 아닌 GE로 보고, 법 제23조의2 1항 3호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건 TRS 거래의 본질을 망각한 판단이란 지적이 있다. 거래 실질 상대방을 효투와 GE로 봐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를 입증할 물증이나 증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검찰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효투와 SPC간 TRS 거래는 본질적으로 '쌍무계약'이다. 어느 일방만이 의무를 부담하고 타방은 이익만을 챙기는 관계가 아니다. 효투와 SPC간 TRS 거래 주요 내용을 보면, 계약 체결 2년 뒤 GE 발행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SPC가 상승분 만큼의 대금을 효투에 정산·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하락분 상당액을 효투가 SPC에 정산·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거래 관계에서 알수 있는 것처럼 효투와 SPC는 상호 의무를 부담한다. '특수관계인과 현금, 그 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고 볼만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 제23조의2 1항 3호는 적용 여지가 없다. 

같은 조 4항 적용은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4항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려면 조 회장이 효투에 GE 발행 채권의 인수를 직접 지시하거나 혹은 효투의 채권 인수과정에 '관여'를 했어야 한다. 조 회장이 직접 지시를 했는지 여부는 검찰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관여'이다.

법문에 충실하게 해석한다면, 검찰의 이 사건 혐의 입증은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관여'라는 구성요건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혐의 입증이 그만큼 쉽다. 변호인단은 바로 이점을 주목해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다. '관여'라는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

변호인단은 앞선 기일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조만간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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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전환사채 발행에 조현준 회장 개입 안해" 

변호인단은 “TRS 계약은 기본적으로 두 거래주체가 대가적 의미를 부담해야 하는 쌍무계약”이라고 설명하면서 “검찰은 효투가 증권사(SPC)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서 거래했다고 하지만, 이를 증명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GE가 효투의 지원을 받아 연 5.8%의 낮은 금리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주장하는데, 몇 %가 정상적인 금리인지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변호인단은 “전환사채는 일반 회사채와 다르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금리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연 5% 금리가 정상보다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은 효성투자개발과 증권사(SPC) 간 TRS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GE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전환사채 발행은 ▲담당 임원 검토 ▲이사회 결정 ▲실무 발행 절차 등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검찰 공소장 어디에도 조 회장이 이들 과정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증명이 없다. 

변호인단은 “조 회장은 전환사채 발행 관련 GE 이사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실무절차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검찰은 GE 주주총회 정관변경 과정에 조 회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프리젠테이션이 마무리 된 후, 검찰은 향후 입증계획에 대해 간략한 의견을 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이메일과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TRS 거래는 GE와 금융사 간 거래뿐만 아니라, 모두 연계된 상태에서 전체 거래를 설계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이 확인된다”며 “다음 기일 이전에 혐의 입증계획을 정리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다음 3차 공판준비기일은 변호인측이 약 5주 간의 말미를 재판부에 요청함에 따라, 다음달 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51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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