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바뀐 '증선위 의결' 실체 드러날까?... 삼바 재판, 내달 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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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바뀐 '증선위 의결' 실체 드러날까?... 삼바 재판, 내달 岐路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5.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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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vs증선위 분식회계 재판, 내달 24일 5차 변론
안진·삼정회계, 13일 삼바요청 문건 法에 제출
증선위 "'문서제출명령 취소' 기각, 대법에 재항고"
제출예정 문건, 비공개 민감자료 포함된 듯... 내달 변론기일 주목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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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의 당부 판단을 다투는 서울행정법원 재판이, 내달 말 열리는 변론기일을 계기로 흐름이 바뀔 전망이다.

13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는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차회 기일을 다음달 24일로 정했다. 이날 속행된 변론에 앞서 피고(증선위) 측 변호인단은 준비서면을, 안진·삼정회계법인은 각각 원고(삼성바이오) 측이 요청한 서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원고 변호인단은 반박 준비서면을 내겠다며 변론계획을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변호인단에게 “회계법인들이 제출한 자료를 반영, 종합적으로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피고 측 변호인단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기각을 결정한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취소 청구 사건과 관련돼,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변호인단은 “원고 측이 요구하는 자료는, 검찰 기소만 된다면 우리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에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유환우 부장판사는 다음 기일을 6월 24일로 정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 시작돼 불과 5분여만에 끝났다. 법정에서 나온 발언만 놓고 본다면 특이점을 찾기 어려운 재판이다. 절차적인 내용을 주로 다룬 기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판부와 양측 변호인단의 발언에 담긴 행간을 읽으면 사정이 다르다.

이날 기일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안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안진·삼정회계법인이 재판부에 문건을 제출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증선위가 제기한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즉시항고’가 기각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증선위가 재항고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원고 측이 요구한 문건을 조만간 제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위 세 가지 사안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원고(삼바) 측 문서제출명령’에 따른 결과물이란 점이 그것이다.

이 사건은 2018년 11월 14일 증선위의 분식회계 의결 당부를 다투는 데 목적이 있다. 당시 증선위는 금감원 2차 감리 결과를 반영,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대 분식을 범한 것으로 판단하고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같은 해 20일 증선위 의결을 토대로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복현)의 삼성 수사, 서울고법에 배당된 ‘삼바 증거인멸 의혹 사건’ 항소심 등은 모두 위 증선위 의결을 전제로 한다. 즉 이 사건 쟁점인 ‘증선위 의결에 대한 당부 판단’은 검찰의 삼성 수사는 물론이고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의 바탕이 된다.

특이한 점은 이 사건 재판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서증 확보’를 위한 문서제출명령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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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측 문서제출명령신청 4차례... 재판부 모두 인용

원고 변호인단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4건의 문서제출명령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당해 사건 재판의 주요 증거를 당사자 가운데 어느 일방이 쥐고 있거나 혹은 그것이 제3자에게 있는 경우, 원고 혹은 피고는 그 문서의 제출 명령을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다. 이를 문서제출명령신청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신청이 있는 경우 사안을 검토해 문서를 소지한 사람에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준 뒤, 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문서의 제출을 명령한다. 명령을 받은 상대방 혹은 제3자는 상급법원에 즉시항고 및 재항고를 할 수 있다. 

삼바 변호인단의 문서제출명령은 지금까지 모두 인용됐다. 명령을 받은 대상은 이 사건 피고인 증선위 외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이다. 이들 가운데 안진회계법인을 제외한 4곳은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를 했다.

가장 먼저 불복한 삼정회계법인 항고사건에 대해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각각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삼정회계법인은 문서제출명령 항고사건을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증선위와 금융위원회가 낸 즉시항고는 이달 7일 기각됐다. 증선위 변호인단은 서울고법의 기각결정에 재항고 의사를 표시했다.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즉시항고는 지난달 29일 서울고법에 접수됐으며,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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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금감원 및 회계법인 등 상대로 감리·감사 자료 제출 요구

삼바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재판 시작과 함께 문서 확보에 공을 들였다. 삼바 측 변호인단이 위 5곳의 기관 혹은 회계법인을 상대로 요청한 문건에는 ▲이들 기관이 검찰로 넘긴 삼성바이오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외부감사 자료 ▲삼바 및 에피스 감사과정서 작성된 내부 회의록 기타 논의 자료 ▲금감원이 입수했다는 이른바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 원본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 감리 자료 ▲금융감독원의 1차 및 2차 감리 자료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회의록 기타 내부 판단 자료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료를 보면, 18년 11월 14일 분식회계 의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하기 용이하다. 금융감독원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삼바 재무제표 감리 판단을 세 차례나 번복한 이유를 파악하는데 있어서도 이들 자료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감원은 세 차례나 판단을 번복했다.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한국공인회계사는 2016년 삼바 재무제표에 대한 감리 결과 “중요성 관점에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1차 감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2~2014년 재무제표 작성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문제될 게 없으나 2015년 지분회계 변경은 위법하다”고 말을 바꿨다. 금감원은 같은 해 9월 2차 감리 후, “2012년부터 지분회계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다”며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같은 사안을 두고 세 차례나 상이한 판단을 내린 사실은 '증선위 삼바 분식회계 의결'이 안고 있는 최대 맹점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기준으로 의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13일 기일에 앞서 서증을 제출한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 평가보고서 등을 작성하며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삼바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반발해 대법원 재항고까지 간 삼정회계법인은 2012~2015년 삼성바이오 외부감사인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를 들어 문건 제출에 난색을 표했다.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문제제출명령에 불복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재)항고 사건이 상급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드물다. 당해 문건이 특정 기업의 영업기밀을 담고 있고, 그 문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상급법원은 원심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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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의결 과정’ 확인 위한 문건...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 없어

삼바 측이 제출을 요구한 문건은 2012~2015년 당시 외부감사 및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경영상 기밀 내지 영업기밀과는 관계가 멀다. 증선위 의결이 투명한 절차와 적확한 증거, 합리적인 내부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면, 이들 자료의 공개를 꺼리거나 민감해 할 이유가 없다.

회계법인 등이 대형 로펌을 별도로 선임하면서까지 문건 제출에 거부감을 나타낸 사실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회계법인이 낸 문건, 증선위와 금융위가 제출 예정인 문건 확인 결과 분식회계 의결 과정에 석연치 않은 사정이 드러난다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삼성 수사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삼바 증거인멸 사건의 경우 ‘본죄’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 기소의 신뢰도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증거인멸 사건 및 검찰의 삼성 수사는 모두 2018년 11월14일 나온 증선위 의결을 ‘기점(起點)’으로 한다.

◆증선위 변호인단 “검찰이 기소만 하면”... 소송 지연 전략 노출

증선위 변호인단은 문서제출명령 즉시항고 기각에 재항고 의사를 밝히면서도, ‘검찰이 기소를 하면 우리도 유리하기 때문에’ 조만간 해당 문건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검찰이 기소를 할 때까지,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재항고 등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지연 전략’을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발언은 다른 뜻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다면, 즉 검찰의 삼성 수사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이 사건 변론이 여의치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사건 5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4일 오전 10시, 서울행정법원 B202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삼바vs증선위, 2차 제재처분 행정법원 1심 본안 연결사건 개요>

*서울고법 2020루1183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즉시항고
-2020년 4월29일 접수
-항고인 :      
(문서소지인 제3자)금융감독원 

피항고인 1.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회사               
피항고인 2. 김태한               

**서울고법 2019루1358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즉시항고 
-2019년 11월 15일 항고기각
-2019년 11월 28일 재항고
-2020년 2월 14일 심리불속행기각(대법원 2019무989)

항고인 : 
(문서소지인 제3자)삼정회계법인              

피항고인 1.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회사
피항고인 2. 김태한

***서을고법 2020루1161 문서제출명령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2020년 4월 9일 접수
-2020년 5월 7일 항고기각
-증선위 재항고 예정 
 
항고인 1. 증권선물위원회      
항고인 2. 금융위원회               
피항고인 1.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회사     
피항고인 2. 김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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