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존재가 이재용 움직였다... 재계 경영문화 바뀔 것" 
상태바
"준법위 존재가 이재용 움직였다... 재계 경영문화 바뀔 것"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5.08 0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인터뷰 
"이재용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委 권고 결과물"
"대한민국 기업 준법경영, 한 단계 진일보할 것" 
"예상 못한 '4세경영 포기', 고뇌와 진정성 담겨"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자녀에게 더 이상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회사법·자본시장법·경제법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7일 사과문 발표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 교수는 8일 오후 시장경제신문과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런 견해를 밝히면서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준법경영은 한 단계 진일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연세대와 미국 UC버클리에서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조지타운대에서 SJD(법학박사)를 받았다. 법무부 상법개정특별위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시험·행정고등고시 출제위원 등을 지낸 중견학자로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국상사법학회 연구이사,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 등을 거쳤으며 저서로 <자본시장법 사례와 이론>, <한국 회사법의 경제학>, <상법판례 100선(공저)>, <주식회사법(공저)> 등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승계 및 노동 이슈 등과 관련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문 발표는 올해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前 대법관)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심경을 전하면서, 3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특히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돼, 과거사에 대한 사과에 그치지 않고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노동 이슈에 대해서도 그는 형사 공판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직접 밝히면서 “더이상 무노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감시 이슈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에서 자신이 할 역할은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 그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게 하는 것”이라며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 사과문에 대해 주요 경제단체는 공식, 비공식 반응을 모두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 사과문 발표 소식을 전한 대부분 언론이 ‘경영권 대물림 포기’에 방점을 찍어 관련 기사를 내보낸 반면, 이날 기자회견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연결지어 분석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권 교수는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가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예상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과와 함께 경영권 승계 포기를 약속한 만큼 앞으로도 삼성은 준법위의 역할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 부회장 사과, 財界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 영향 줄 것”

권 교수는 이 부회장 사과문 발표가 가진 의미를 네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우선 그는 “가장 의미있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사과가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른 자발적 결과라는 점”이라며 “삼성을 넘어 우리 재계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이 부회장이 과거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잡음이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는데 이건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해,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쏠린 ‘자녀 경영권 승계 포기’ 약속에 대해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권 교수의 이 부분 발언.

“재벌체제에서 기업 총수가 자기 자녀에게 더 이상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고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노동 이슈에 대한 이 부회장 사과와 관련해서도 권 교수는 “총수가 직접 나서 더 이상 무노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이 현재 진행 중인 파기심 양형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재판은 판사가 양심에 따라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사과문 발표가 이 부회장 파기심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줄지 예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다만 권 교수는 “이 부회장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형에 있어 ‘진지한 반성’에 해당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양형요소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