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개월만에 무역 적자... "미증유 위기, 2분기 회복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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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개월만에 무역 적자... "미증유 위기, 2분기 회복 역부족"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5.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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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저유가·금융위기 겹쳐... 4월 적자, 불황형 아냐"
전문가들 "상수(常數)된 코로나, 불경기 돌파 쉽지 않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시장경제신문DB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시장경제신문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컴퓨터와 방역용품은 수출이 급증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 1일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통해 전년도 동기 대비 수출 24.3%, 수입 15.9%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99개월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주요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본격화에 따른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 급감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유가급락을 들었다.

2020년 4 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현 사태를 2008-2009년 금융위기, 사스·신종플루·메르스 등 바이러스 위기, 2015-2016 저유가 위기가 모두 합쳐진 '미증유의 복합위기'라 진단했다. 코로나19 여파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무역 지표들은 향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재 무역적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4 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2019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수출상위 10개국 수출 증감률에 따르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세계 주요 무역국들이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품목으로는 선박(-60.9%), 자동차부품(-49.6%), 자동차(-36.3%), 석유화학(-33.6%), 반도체(-14.9%) 순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전기차(+56.3%), 플라스틱 제품(+29%), 바이오헬스(+29%), 컴퓨터(+99.3%)의 경우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항목에서는 원유(유가하락),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투자 감소), 가죽가방(소비심리 위축) 품목에서 두드러진 감소폭을 보였다. 원유의 경우 수입액은 47.8%가 감소했으나 4월 정기보수의 증가로 전체 물량은 8.4% 줄어드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기보수란 정유·석유화학공장이 3~4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멈추고 각종 설비 점검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 사진=산업부 제공.

소비재는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학습용 PC수요가 늘어 중국과 베트남에서 12.8% 증가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아 완성차 수입도 12.1% 증가했다. 휴대폰은 신제품 출시에 따른 국내수요 증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면서 제조업이 정상 가동해 중간재·자본재 수입을 꾸준히 이어갔지만, 해외 주요 교역국의 강력한 봉쇄령과 공장 가동정지(셧다운)이 수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산업부는 현재 사태가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시 수출과 수입이 모두 급감했던 '불황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했지만 자본재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중간재·소비재 수입감소 폭이 전체 수입감소 폭에 비해 작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4월 무역수지적자는 일시적인 것이며 36조원 규모의 무역금융 공급을 통해 수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언택트, 홈코노미, K방역 산업을 적극 육성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 수출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유가하락, 미-중 갈등 변수가 있어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어도 2분기안에 안정세로 접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에서 거시경제학을 강의중인 김모 교수는 "한국에 일부 선전한 품목이 있어도 전반적인 불경기를 돌파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도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 보다 국제무역 질서가 회복될때까지 국민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함께 감내하자고 말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다른 학계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렘데시비르의 임상 3상 실험 결과 투약한 환자의 회복기간이 31% 단축됐다. 당분간 불경기를 대비해야겠지만 단기간에 코로나19 여파가 수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기중에 선전하는 품목들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민-관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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