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여신협회장님, 창피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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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여신협회장님, 창피하지 않으세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4.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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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신금융협회

지난 24일 여신금융협회의 김덕수 회장은 모 언론사에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시장에 맡겨야’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김덕수 회장은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카드수수료 인하론이 결코 카드사나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키워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돼야 한다며 여신협회도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재단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덕수 회장이 여신금융협회의 회장이니 만치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조금은 낯 간지럽다는 생각이다.

김회장은 카드 수수료 문제를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카드 수수료 시장이 자율에 맡길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냐를 우선 되짚어 봐야 한다.

시장경제에서의 자율성은 수요자와 공급자 쌍방에게 취사선택의 자유를 주어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확립된다.

그렇지 못 한 경우 일방으로 가격 결정이 기울어 버리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개입을 하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공정거래라고 부른다.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거부권이 없는 가맹점과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해괴한 악법을 등에 업은 카드사가 공정하게 거래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자신의 무지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어리석은 언사일 뿐이다.

김회장은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수수료 인하론이 금융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의 생태계가 인위적인 조정 없이도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뤄 보전되는 이유는 상위의 포식자가 비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생태계는 자연의 생태계와는 근본적으로 틀리다.

금융자본이라는 포식자의 능력과 탐욕은 충분히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산업은 철저히 규제를 받는다.

게다가 시장은 금융자본에게 칼자루까지 쥐어주고 있으니 더욱 철저히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문제는 금융자본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고 이를 빼앗지 않는 위정자들이다.

선거철만 되면 독수리 오형제로 변신해 민중을 보호하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일부러 칼자루를 빼앗지 않고 있는 위정자들이 문제인 것이다.

칼자루 쥔 악당이 사라져 버리면 정의의 독수리 오형제도 한갓 철새 몇 마리에 불과한 것이 세상 이치이다.

김회장은 또 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여신금융협회에서도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공헌재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공헌재단은 지난 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김회장의 약속대로라면 이미 지난 해 말 출범을 했어야 한다.

김회장은 지난 해 9월 연내에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사회공헌재단을 출범시키겠노라고 기자들에게 공언했다.

김회장이 약속한 시한이 이미 4개월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회공헌재단은 잉태중일 뿐이다.

지난 해 김회장이 사회공헌재단을 공언했을 때 국감무마용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재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국감무마용으로 발표를 하다 보니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카드회사들은 마치 생돈을 뜯기는 것처럼 생각하며 돈을 못 내겠다고 버텨 김회장을 재원 마련을 위한 ‘앵벌이’로 전락시켜 버렸다.

지난 해 국감에서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카드회사들이 포인트 가맹점을 미끼로 자영업자들의 돈을 매년 1,000억 원 이상 수탈해 갔다고 비난하며 여신협회가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 놓으라고 촉구했다.

자영업자들은 며칠 전 카드 회사들이 포인트 가맹점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돈을 도둑질해 갔다며 비난했다.

김회장은 이런 눈치가 보였는지 난데없이 자영업자들의 자생력 운운하며 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카드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카드대금을 연체하고 3개월만 지나면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시켜 전 금융권의 금융거래를 막아버린다.

여러모로 여신금융협회의 김덕수 회장은 신용불량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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