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축약자료 제출, 금감원 요청에 부합... 檢의 법리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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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축약자료 제출, 금감원 요청에 부합... 檢의 법리오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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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항소심 2차 공판... 檢-辯 날선 공방전
辯 "혐의 대부분 사실 오해... 본 말 전도된 분식회계, 무죄"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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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혐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들이 재차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측은 증거인멸 및 은닉 행위가 매우 치밀하게 이뤄진 만큼, 원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이 가볍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변호인단은 혐의의 대부분이 사실오해와 법리오인에서 비롯된 것이며, 삭제됐다는 자료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맞섰다.  

16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김민기·하태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기일에서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각각 약 2시간씩 항소요지를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핵심쟁점은 분식회계 성립 여부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자료삭제 및 은닉 행위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조인트벤처 바이오에피스를 그 설립시점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독지배’(종속회사)로 판단해 연결회계를 적용했으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진 2015년부터 '공동지배'(관계사)로 판단하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계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건은 4조원 규모가 넘는 최대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무효소송도 제기되는 등 매우 민감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은닉한 것은 법질서를 교란하고 사법방해한 것”이라며 “삼성그룹 수뇌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증거인멸을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2018년 5월 1차 감리 당시 금감원은 삼바 측에 이메일을 보내, 기업가치 평가 관련 자료의 송부를 요청했다. 삼바 임직원들은 약 80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축약해 20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보냈다. 이처럼 요약본을 보낸 것을 두고 검찰은 삼성바이오측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평가 자료를 위조했다며 "문건을 보면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설립 시점부터 충분히 평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변호인단은 “금감원이 외감법에서 규정하는 서면을 통한 정식 자료제출 대신, 이메일을 통한 자료제출만을 요청했을 뿐이며, 해당 이메일에선 구체적인 요구자료 범위에 대해 특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장 명의의 자료제출 요구서가 아니라 이메일 자료제출 요구를 외감법에서 정한 절차와 형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법리를 오인하는 것”이라며 “수정된 계획서 제출이 금감원의 감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수정된 계획서가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적 내용을 담고 있어 구체적 수치를 요약한 축약본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감원에서 특정 서류를 지정해 제출을 요구했다면 원본을 그대로 보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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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기소도 이뤄지지 못한 '분식회계 혐의'... 변호인단 "본말 전도된 느낌"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처리 순서를 볼 때, 본 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본건(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 양형이 먼저 결정되고, 이후 증거인멸 건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기본 전제는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검찰은 아직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규모가 3배나 큰 삼성물산을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시키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합병과 회계처리 변경 간 ‘시기적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두 회사의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합병비율 산정'은 이보다 2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 이 사실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검조차 이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특검은 삼성물산이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바 재무제표를 뒤늦게 조작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합병비율 결정'은 자본시장법이 정한 '주식시장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됐을 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특검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변호인단은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금융당국도 여러번 입장을 달리 했고, 전문가들도 서로 의견이 다르다”며 “이 사건의 혐의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투는 것은 아니나, 사건이 과장돼 보인다는 점에서 다소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 3차 공판은 다음달 25일 오후 서울고법 417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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