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창재, 절충안 낸적 없다... 교보 감정價 협의후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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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창재, 절충안 낸적 없다... 교보 감정價 협의후 딴소리"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4.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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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니티 관계자 "신창재 회장 측 절충안? 어떤 공식 통보 없었다"
"딜로이트안진 계약은 보안사항, 교보생명 측이 약속 깨고 유출"
"합리적인 중재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된다면 타협 여지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의 우군으로 등장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에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됐다.

FI 측의 인수 조건은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풋옵션(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경영권을 위협받던 신창재 회장의 우호 지분 확보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후 교보생명이 2018년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않자 FI 측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이때 FI 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감정평가를 근거로 주당 40만9,912원을 요구했다. 반면 신창재 회장 측은 20만원대 중반대 금액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결국 지난해 3월 FI 측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와 대한상사중재위원회에 신창재 회장을 제소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감정평가 방식이 계약과 다르다며 미국 회계당국에 고발을 했고 강대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신창재 회장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다양한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FI 측이 거절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자 FI 측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성실히 협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FI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신창재 회장 측의 입장만 해당 보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악화된 여론 탓에 그동안 언론 접촉을 자제해온 어피니티 관계자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보생명 측은) FI들에게 그 어떤 절충안도 공식적으로 통보해 온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간 보도된 내용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 노조는 "악덕 투기자본이 회사를 삼키려 한다"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은 FI 측이 성실히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전제로 한다.    

몇몇 언론은 익명의 교보생명 관계자 말을 인용하며 "딜로이트 안진이 감정평가를 풋옵션 행사시점에 하기로 계약했으나 업계가 한참 호황이던 2017~2018년 경쟁사들의 평균 주식가치를 근거로 감정가를 책정해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피니티 관계자는 "감정평가 방식을 포함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의 계약은 상호 비밀에 붙이기로 합의한 사안인데 그런식으로 언론에 리크(Leak)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개탄했다. 또한 "당시 감정가는 상호 협의 하에 산정된 것이고 양측 변호사들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일부 언론이 FI 측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일방적으로 감정평가를 단행한 것처럼 보도한 내용과 배치된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극적으로 타협이 성사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본지 질문에는 "합리적인 중재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된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분쟁 상대에게 절충안을 통보하지 않고 언론사에만 흘리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전으로 (교보생명 측의 제안은)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는 절충안이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9.05%, IMM프라이빗에쿼티 5.23%,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5.23%, 싱가포르투자청 4.5%로 총 24.01% 상당이다. 신창재 회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36.91% 지분을 보유 중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ICC의 중재 소송 결과에 관계 없이 신창재 회장은 FI 측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다시 매입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위해 신창재 회장이 보유 주식을 파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교보생명은 2022년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자본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IFRS17가 적용되면 기존 원가로 평가했던 보험 부채를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비하고 있다. 

본지는 교보생명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답신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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