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재무구조 보고 '화들짝'...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발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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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재무구조 보고 '화들짝'...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발뺄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4.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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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코로나 영향" vs 업계 "최악 치닫는 재무구조 때문"
부채비율 아시아나 1000%, 에어부산 800%... 부실 심각
産銀 금융지원 받기 위해 '유상증자 연기' 카드 꺼낸 듯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예정된 유상증자 일정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HDC현산은 일정 연기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꼽았으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실사 결과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HDC현산이, 정부 및 산업은행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상증자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이달 7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조47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정정 공시했다.

문맥상 거래종결 선행조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위 정정공시는 이달 7일로 예정된 대규모 유상증자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차입한 대출원리금(1조1700억원) 상환에 쓰일 계획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금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뚜껑을 열어본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최악이기 때문에 HDC현산이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 HDC현산이 주채권은행이자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측에 인수 포기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내비쳐 산은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직접 HDC현산 최고경영진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HDC현산은 산은에 금융 지원 등 추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HDC현산의 상세 실사 과정에서 자회사 에어부산의 라임자산운용 투자 손실 등이 드러난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와 경영 실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인수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에 달했다. 부채 비율은 2018년 649%에서 작년 138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운항 편수와 여객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직전인 2019년 10월 운항편수와 여객 수는 각각 9117편, 177만4823명이었다. 하지만 2020년 3월에는 5914편을 운항했다. 여객 수는 66만2546명으로 급하강했다.

아시아나는 매달 나가는 인건비·리스비 등 고정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무급 휴직, 대표·임원 월급을 60~100%를 반납키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항공기 리스료 지출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작년 아시아나항공은 리스 비용으로 약 5100억원을 지출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HDC는 주식가치 대비 3배 이상의 값을 치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2조5000억원이지만,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7400억원에 불과하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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