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다(ONDA)' 표절 티머니, '타다' 욕할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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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온다(ONDA)' 표절 티머니, '타다' 욕할 자격있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4.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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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횡포"라던 택시조합, 파트너社는 스타트업 상표 표절로 구설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소상공인들만 노리는 약탈 앱에 대한 규제 장치를 법으로 만들어 달라."

지난해 5월 21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조합원 300여명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타다' 허용 반대 집회를 열면서 외친 말이다. '타다'는 ‘대기업’이고, 택시기사는 ‘소상공인’이니 강자의 횡포에서 약자를 지켜달라는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같은해 11월 28일. 택시업계(서울택시조합, 서울개인택시조합)는 티머니와 손을 잡고 '온다택시(ONDA TAXI)' 서비스를 론칭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택시서비스 구현을 위해, 카카오택시와 타다 수준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그들의 행보를 본다면, '대기업의 약탈'에서 생존하기 위해 ‘혁신’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앱 '온다택시' 출시를 주도한 티머니의 조동욱 모빌리티 사업부장(상무)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다택시는 '승객이 부르면 바로 온다'라는 콘셉트에서 알 수 있듯, 승객 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착한 택시"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혁신’이라고, ‘착한 택시’라고 자랑했던 그 앱이 ‘표절’을 이유로 상표 등록을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 결과 티머니가 새로 출시한 '온다택시'는 설립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 상표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타트업 티포트(주)는 2018년 2월 특허청에 ‘ONDA’ 상표를 등록했다. 특허청은 이후 출원된 티머니의 '온다택시(ONDA TAXI)' 상표 등록을 '표절'을 이유로 거절했다. 상표도 문제지만 ‘새로운 물결’이라는 표제어도 카피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온다택시(ONDA TAXI)'와 티포트의 '온다(ONDA)' 스마트폰 앱 화면을 보면, 일부 꾸밈말에서 차이가 있을 뿐 '새로운 물결'이란 표제어 기본구조가 같다. 

(왼쪽부터)티포트주식회사의 'ONDA' 앱. 티머니가 상표 등록을 거부당한 'ONDA TAXI' 앱. 티머니가 상표 디자인을 변경해 특허청에 출원한 'ONDA TAXI' 앱.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티포트주식회사의 'ONDA' 앱. 티머니가 상표 등록을 거부당한 'ONDA TAXI' 앱. 티머니가 상표 디자인을 변경해 특허청에 출원한 'ONDA TAXI' 앱. 사진=시장경제DB

특허청이 표절을 이유로 티머니의 온다택시(ONDA TAXI)앱 상표 출원을 거절하면서 논란은 종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티머니가 온다택시(ONDA TAXI)앱 로고와 색상을 일부 수정해 상표를 재출원하면서 표절 논란은 재점화됐다. 티머니는 이번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로펌 ‘광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했다.

수많은 상표가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기업들은 상표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문제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칭찬을 받기도 하고, 질타를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티머니가 보여준 모습은 후자에 가깝다. 표절을 이유로 등록을 거부당한 상표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히 그렇다. 등록 당시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적어도 특허정의 거절 통지 이후에는 문제의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상표 뿐만 아니라 온다택시 앱에 노출된 표제어의 기본 구조마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표절이 아니라는 의심마저 든다. 

서비스를 공동 출시한 서울택시조합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티머니에게 있어 오랜 사업파트너이다. 조합은 티머니의 ‘온다택시(ONDA TAXI)앱’ 표절 논란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티머니는  올해 2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 거절 통지를 받은 후, 그 사실을 위 조합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티머니 관계자는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명칭을 변경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조합 측과) 공식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티머니의 해명은 상식이하다. 심사를 담당한 특허청이 '표절'을 이유로 상표 등록 거절을 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서울시내 법인 및 개인택시를 대표하는 양대 조합에 그런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티머니가 택시업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해명이다.

택시업계의 대응은 더 아쉽다. 상표 표절 논란과 관련돼 개인택시조합과 법인택시조합에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티머니가 잘 해결하겠다고 했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 

'타다' 이슈가 불거졌을때는 ‘소상공인’, ‘약자’라고 외치다가 스타트업의 밥그릇이 걸린 사안에 있어서는 너무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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