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고성에 경찰출동까지... 홀짝제 대출 첫날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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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고성에 경찰출동까지... 홀짝제 대출 첫날 '대혼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4.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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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대출 받으러 새벽부터 긴줄, 끝내 허탕
홀짝제로 소상공인 돕는다더니... 병목현상 여전
소진공 대출센터 아수라장... 이 와중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대출 편의를 돕기 위해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지원자를 나누는 홀짝제를 도입했지만 병목현상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1,000만원 한도 소상공인 긴급대출이 시행된 1일 새벽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주요 지역 센터 앞에는 50여명 이상 긴 줄이 이어졌다. 센터 관계자들은 아침 6시부터 대출상담 예약을 받기 시작했지만 번호표는 순식간에 동이 났고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5부제를 도입한 것처럼 이날부터 소상공인 대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홀짝제를 시행했다.

대부분 홀짝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창구가 부족한 탓에 현장은 아우성이었다. 센터별로 하루 상담이 가능한 인원은 최대 5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센터에는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 소상공인은 "짝수든 홀수든 당장 생계가 어려워 대출이 필요한데 어떻게 그냥 발길을 돌릴 수 있느냐"고 답답해 했다. 그는 "새벽 6시부터 나와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접수가 마감된 줄도 모르고 오전 9시 이후 센터를 방문한 소상공인들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대출 신청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역을 구분해 접수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당 홈페이지 접속이 한꺼번에 몰려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화면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화면

은행 영업점들은 내방 고객들로 붐비기는 했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처럼 줄을 길게 늘어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전화 문의나 방문 손님들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소상공인 지원 현장 점검을 위해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은성수 위원장은 오전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용보증기금 유동화보증센터,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우리은행 남대문지점, 기업은행 남대문지점, 농협 동대문지점, 기업은행 신촌점, 신용보증기금 서대문점 등을 차례로 방문해 소상공인 금융지원 현황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은성수 위원장은 먼저 고객들과 대화를 나눈 뒤 은행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업무수행에 대해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안내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현장 점검이라더니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대혼란이 벌어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센터들을 두고 굳이 시중은행을 점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냐는 지적이다.

1,000만원 긴급대출은 현재까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만 가능하다. 연(年) 1.5% 소상공인 초저금리 신용대출의 경우 고신용자(1~3등급)는 시중은행, 중신용자(4~6등급)는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소상공인들이 속한 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작 소진공에서 긴급대출을 받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는 소상공인들이 즐비하고,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까지 펼쳐졌는데 애먼 시중은행에서 좋은 그림만 연출하려는 당국의 행보가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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