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잡는 'SK매직', 스팀 쏘는 'LG'... 디테일甲 요즘 식기세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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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잡는 'SK매직', 스팀 쏘는 'LG'... 디테일甲 요즘 식기세척기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4.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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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매직, 세디먼트 정수 필터 탑재... 여과된 물로 '안심 세척'
LG전자, 고온스팀 분사로 음식물 찌꺼기·세균까지 제거
소형은 SK매직, 대형은 LG... 판매량 18년 9만대, 지난해 20만대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사진=LG전자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사진=LG전자

"요즘 식기세척기는 필수예요."

서울시 강동구 한 가전제품매장 직원은 "가격대가 비싸도 식기세척기는 인기제품"이라며, 최근 식기세척기 판매 동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1일 오후 기자가 찾은 매장 안 식기세척기 진열대 근처에는 삼시 세끼 설거지를 하다 지친 가정주부들과 웨딩 시즌을 맞아 혼수로 가전을 구매하려는 신혼부부가 모여 있었다. 

식기세척기를 사러 온 30대 주부 유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세끼를 먹다 보니 설거지 거리가 늘어났다"며 "손목과 어깨가 아파서 식기세척기를 사려고 왔다"고 말했다.

전에는 맞벌이 부부들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했지만, 요즘은 연령대 가릴 것 없이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를 보인다고 판매 직원은 설명했다.

경기도 하남시 한 가전제품매장 관계자는 "3월 초에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가전제품 중 식기세척기가 여전히 인기가 좋다"고 했다.

그는 "신혼부부들은 처음 살 때 좋은 걸 사려는 경향이 있다"며 "식구가 늘어날 것까지 고려해 비싸도 대형(12인용)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식기세척기가 기존 가전제품처럼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식기세척기 대중화를 앞당긴 배경을 살피면, 높아진 제품 만족도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출시 초기 식기세척기는 밥과 국 위주로 구성된 우리 식문화 특성상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평면적이 넓은 접시류 세척에는 용이했지만, 안쪽으로 깊게 패인 밥이나 국을 담는 그릇의 경우 세척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기 모델의 경우 세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식찌꺼기를 먼저 행궈내거나 물에 불리는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주부 입장에서는 일을 두번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제품은 이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세척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식기세척기 대중화의 두 번째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현재는 12인용 대형 식기세척기가 100만원대에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줄어들었다.   

세척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고공 행진 중이다. 시장조사 분석 기관의 집계를 보면,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2018년 9만대에서 지난해 20만대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연간 판매량이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와 SK매직을 중심으로 12인용 대형 식기세척기가 나오면서 시장은 대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SK매직 터치온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
SK매직 터치온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

◇SK매직 '정수 필터' vs LG전자 '트루 스팀'

식기세척기 시장은 SK매직과 LG전자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이 분야 맹주는 주방용 가전부문에서 오랜 기간 특화된 업력을 쌓은 SK매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는 '트루 스팀'을 앞세워 12인용 이상 대형 모델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SK매직의 터치온 식기세척기(12인용)는 '수질'에 중점을 뒀다. 깨끗한 물로 설거지할 수 있도록 정수 필터를 통해 여과된 물로 식기를 세척한다. 정수 필터는 6~8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SK매직 관계자는 "세척이 끝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 2시간마다 UV(자외선) LED 램프가 자동으로 작동해 거름망과 필터를 살균한다"며 "필터나 거름망에 남아있을 수 있는 찌꺼기나 잔수로 인한 세균을 제거하고 각종 냄새를 방지한다"고 강조했다.

SK매직의 경우 소형 모델군에서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초 선보인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6인용)는 출시 2개월 만에 1 대 판매를 돌파했다. 5분에 1대가 팔린 셈이다. 이 제품은 특히 '미세먼지 필터'를 거친 깨끗한 바람이 식기세척기 내부를 환기시켜, 보다 위생적으로 식기를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LG전자 디오스 식기세척기(12인용)는 '트루 스팀'을 이용한 강력한 세척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고온의 스팀을 천장, 정면, 바닥 등에 빈틈없이 분사해 식기에 눌어붙은 음식물과 기름때를 씼어내는데 효과적이다. 고압 물살은 세척시간도 단축해 ‘표준’ 코스를 기준으로, 기존 모델 대비 약 40% 빠른 55분만에 세척을 끝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온 스팀 분사는 식중독 세균과 노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해 준다"고 말했다.  

세척만큼 중요한 것이 '건조'다. 건조 시간은 두 회사 모두 50분여 안으로 비슷하다. 두 회사 제품 모두 고온 건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세척 후 자동 문 열림 건조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고온을 사용하지 않고도, 식기를 '자연 건조'할 수 있다. '자연 건조'는 세척기 내부와 그룻에 배일 수 있는 냄새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두 제품 모두 뛰어난 세척력과 살균력을 갖췄으나 가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사의 12인용 식기세척기 출고가는 각각 129만~159만원(LG전자), 125만~149만원(SK매직)으로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SK매직 레트로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
SK매직 레트로 식기세척기. 사진=SK매직

디자인은 SK매직이 더 돋보였다. SK매직은 지난해 복고풍의 동글동글한 외관이 특징인 '레트로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색상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기존 회색 톤이 아닌 화사한 파스텔톤의 연하늘 색상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앞서 설명한 터치온 식기세척기도 뛰어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제품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우리 영화 ‘기생충’에도 등장한다. 터치만 해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는 ‘터치 온’ 버튼, 리얼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실내 인테리어 소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가전제품 판매장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세척 성능은 상당 부분 비슷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 소비자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고 말했다.

◇"건조기처럼 신세계"... 남편들도 선호

식기세척기 이용자가 늘면서 각종 온라인 ‘맘카페’에는 관련 글이나 사용 후기들이 빼곡하다.

지난달 주방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한 맘카페 회원 A씨는 "손으로 설거지하는 것보다 더 깨끗하다고 해서 구입했다"며 "써보니 왜 주부들이 '신세계, 신세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에는 남편들이 직접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른 지역 맘카페 회원 B씨는 "임신하고 입덧이 심해져 설거지하기 힘들다"며 "신랑이 퇴근 후 설거지를 해줬는데,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남편이 직접 식기세척기를 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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