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委, '국가시스템' 발전 시킬 추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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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委, '국가시스템' 발전 시킬 추동력"
  •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 승인 2020.03.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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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삼성준법감시委 출범 의미'
컴플라이언스 제도 발전에 큰 도움... 美·日 넘는 선진적 제도 전망
출범 자체도 의미있지만, 향후 운용 실태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기업이 준법감시기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필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4년째 강의를 계속하고 있고, 이전에도 사내변호사와 준법감시기구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또 기업에서는 사내변호사로, 기업 밖에서는 변호사로 기업들의 준법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이런 연구 경험에 비추어보면 삼성이 외부의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를 둔 것은, 우리나라 기업 준법감시기구의 역사 전개를 볼 때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평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내부 준법감시기관의 역사적 전개를 이해하려면 감사제도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상법상 감사제도는 준법(compliance)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의 업무타당성까지 보는 제도적 장치이다. 회사의 감사는 기능적으로 한계를 드러냈고,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됐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준법감시인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준법감시인 제도는 이사, 감사와 같은 회사 내부 기관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직원에게 준법 감시라는 직능을 부여하고, 그 직능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회사 안에 ‘내부 회계관리위원회’를 두고, ‘금융기관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위험관리책임자(CRO : Chief Risk Management Officer)를 두도록 하면서 회사 내 리스크 관리는 제도적으로 강제됐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의 경우 준법지원인 제도는 이보다 늦은 2012년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준법지원인은 감사를 지원하는 조직인 준법감시인과 달리 이사(회)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말 그대로 감시가 아니라 지원에 의의를 두었다. 하지만 양자는 모두 영문으로 ‘compliance officer’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 뿌리를 같이 하는 제도이다.

2012년 준법지원인 제도 전면 도입 당시 비용 증가를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는 견해가 있었다. 그 결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언론에서 언급되기까지 했다. 준법지원인 도입을 위한 입법에 관여한 필자로서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기로 스스로 결정한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삼성의 준범감시제도, 일본 넘어 선진적 제도로 진화할 것

기업이 준법경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두는 방식은 법무실을 확대해 그 안에 기능을 두는 방식, 감사팀을 확대해 그 안에 기능을 두는 방법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독립된 준법감시조직을 두는 방법이 있다.

법무조직과 준법감시조직은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구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타당하지만, 이렇게 별도의 조직을 두고 운용을 하기에는 인력과 비용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하나로 준법감시위원회를 두는 방안, 그룹(대기업집단)의 경우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조직을 두는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지만 모두 비용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삼성그룹이 각사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변경한 점 ▲변호사들이 이들 조직을 뒷받침하도록 해 전문성을 확보한 점 ▲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 담보를 위해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포함한 외부인사들을 위촉한 점 등은 우리나라 기업의 준법경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출발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은 과거 금융기관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을 위해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간카쿠증권의 사례 등과 비교되지만, 향후 한국형 제도는 국제적으로 COSO(Committee of Sponsoring Organization) 등이 제시하는 ‘내부통제를 위한 제안’보다 더 선진적 제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편집자주]

COSO는 1985년 효과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확립을 위해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 등 5개 전문가단체가 공동 설립한 조직이다.

COSO는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기업 내부통제 관련 다양한 개념과 정의를 모두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본 틀을 개발했다. 그 결과 COSO는 1992년 ‘내부통제-포괄적 프레임워크’(Internal Control-Intergrated Framework)'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COSO 프레임쿼크는 기업 내부통제 제도의 세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의 결정, 국가 전체 시스템 발전 계기 될 수 있어

삼성의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기존 내부 준법감시조직의 위상 강화 등을 완전히 자발적인 결단으로 볼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제도의 발전은 이를 추동하는 동력이 있어야 하고, 그 동력이 만들어내는 추동력을 잘 활용하면 당해 국가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제정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은 미국 기업회계 개혁의 출발점이 됐으며, 사내변호사·회계법인 등을 포함해 기업의 준법경영(compliance)에 일대 혁신을 이끌었다. 이 법의 제정은 엔론(Enron) 등 미국 유수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이 계기가 됐다. 기업 준법지원조직과 관련돼 세계적인 참고사례가 된 독일 지멘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멘스가 준법지원조직을 구성하게 된 이면에는 미국 정부 모니터링위원회의 요구가 있었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이는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sentencing guideline)상 감형 요건을 충족했다.

삼성은 그룹 외부에 독립된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했고, 위원 대부분을 외부인사로 구성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의 시도는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필자가 늘 강조한 ‘정보플로우 정립’ 등 앞으로 할 일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 ‘정보플로우 정립’은 컴플라이언스 기능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에서 위법행위가 있을 때 위원회로 연결되는 핫라인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채택한, 바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up the ladder' 제도와 같은 절차적 정비를 통해, 익명성이 보장된 내부 문제 제기 절차가 확립해야 한다.

풀뿌리 컴플라이언스 조직과의 연계와 정비, 내부 자진신고에 대한 처리절차 및 관련 규정의 정비, 제도 운용과정에서 내부 조직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등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자체도 평가받아야 하지만, 향후 운용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국내 컴플라이언스 제도의 발전에 있어, 삼성의 이번 시도는 좋은 출발이다.

▶최승재 변호사는

1971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나와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뒤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SDI·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사내변호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2회(2009~2010년, 2014~2015년) 역임했다. 서울대와 美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석사를, 서울대에서 법학박사(경제법 전공) 학위를 받았다.

대한변협 법제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법무부 변호사제도개선위원 등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지식재산권, 조세, 공정거래, 금융거래 등의 분야에서 100여편의 논문을 각종 학술지에 발표했다. <금융거래법>(2016년), <자본시장법 주석서>(2015년)를 비롯해 26권의 저서(단독 13권, 공저 13권)를 펴냈다. 2011년, 2014년 각각 발행한 <미국 대법관 이야기>와 <변호사전>은 법조인은 물론 일반 독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인 공정위 변론을 대리, 승소를 이끌어냈다. 지난달 12월 4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 이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과징금 부과금액만 1조311억원에 달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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