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재직기간 길수록 '기업 경영성과'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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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재직기간 길수록 '기업 경영성과' 탁월"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3.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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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발제] 사외이사 연임제한' 시장경제신문-자유경제포럼 세미나
신현한 교수, 해외 학술지 인용 '사외이사제도 선행연구' 결과 소개 
"장기 재직 사외이사 전문성 높아, 기업 인수·합병에 실질적 도움"
권재열 "정부 상법시행령 개정, 두서도 없고 앞뒤도 맞지 않아"  
이효경 "일본, 법령 아닌 자율규범으로 사외이사 임기 규제" 
최병규 "독일, 모범규준(자율규범) 통해 사외이사 관련 규정" 
'사외이사 연임 제한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경제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주최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사외이사 연임 제한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경제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주최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올해 1월 정부가 공포한 개정 상법시행령 주요 현안을 상사법 및 경영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개정 상법시행령이 안고 있는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해외 연구팀의 선행연구 결과를 공유하면서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영미권 주요 학술지에 기재된 사외이사 임기 관련 선행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내용을 정리·소개한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수록 당해 기업의 인수·합병을 비롯 경영성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해외 선행 연구결과는 모든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최대 근무 기간을 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재직기간이 짧은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성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부가 상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새로 도입한 ‘사외이사 연임 제한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신 교수는 6일 오후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한 6일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사이외사 연임 제한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신현한 교수, 이효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강래형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사회 겸 발제를 맡은 권재열 교수는 “미국과 일본 독일의 법제를 비교법적으로 분석한 뒤 사외이사 연임제한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권 교수는 '상법시행령의 명암'이란 주제로 정부가 올해 1월 공포한 개정 상법시행령의 주요 내용과 특징, 법리적 측면에서 바라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정부의 상법시행령 개정에 대해 “두서가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촌평했다.

권 교수는 개정 상법시행령 주요 내용을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임원 후보자 관련 사항 공시 강화,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사업보고서 등 제공 의무화, 사외이사 연임제한 등의 4가지로 나눠 살폈다.

◆권재열 교수 “개정 상법시행령,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도 무력화... 주주권리 침해”

권재열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권재열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그는 위 4가지 현안 중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사업보고서 등 제공 의무화 및 사외이사 연임제한 제도 신설이 안고 있는 문제에 주목했다. 주총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시행령 규정에 대해서는 ‘법단계설’을 기준으로 할 때, 법률위반의 여지가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법단계설은 '법 규범은 하나의 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각 법규가 갖는 효력은 그 상위 법규에 근거가 있다'는 학설이다.

권 교수는 상법시행령 동 조항이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도를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위법규인 상법시행령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제도를 수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법단계설 시각에서 법률위반의 소지가 농후하다"고 말했다.

공시정보에 흠결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 교수는 “주주총회 개최 후 공시내용을 정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과적으로 주주총회 소집통지시에 첨부된 사업보고서상의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자본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그에 대한 제재가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유통시장 공시제도인 사업보고서와 주주총회 주주의결권 행사 사이 연관성이 미흡하다"고 곁들였다.

3월 주총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외이사 연임 제한' 이슈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최대 이해관계자인 주주가 자신의 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그 적법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사외이사 임기를 6년 혹은 9년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이사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예단”이라고 평가했다.

◆신현한 교수, ‘사외이사 선행 연구’ 해외 저널 인용... “재직기간 길수록 경영성과 우수”

신현한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신현한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신현한 교수는 '상장기업 사외이사 선임에 관한 선행연구'를 주제로, 해외 학술지 게재 논문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그는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를 비롯해 Journanl of Management, ORGANIZATION SCIENCE, International Journal of Disclosure and Governance, Research in International Business and Finance 등의 해외 저널에 실린 사외이사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외 저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수록 3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의 인수/투자 등 의사결정, 두 번째는 대표이사 등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회사 측의 보상(補償) 감독, 세 번째는 기업 전반의 경영성과 부문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수록 당해 기업의 인수 및 투자가 그만큼 효율적으로 이뤄졌으며,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상 역시 엄격한 통제 아래 집행됐다. 두 가지 사안은 재직기간이 긴 사외이사가 당해 기업 및 사업 부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과 경영 효율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는 우리 정부가 위헌성 논란 및 현장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이란 편법을 통해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한 취지와 상반된다. 정부는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사외이사 연임 제한의 주된 이유로 꼽았지만, 해외 선행 연구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여줬다.  

신 교수는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수록 특정 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정보 불균형 문제가 줄어 업무수행능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재직 사외이사는 전문성이 쌓여서 경영진에 대한 감시, 감독, 평가와 더불어 조언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신 교수는 "위와 같은 재직기간의 순기능은 사외이사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높을 때 더 잘 발휘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해외 학술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외이사 재직기간은 7년에서 18년 사이일 때 그 가치가 가장 높다"고 했다.

S&P1,500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재직기간이 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주주와 대표이사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신 교수 설명이다.

그는 "해외에서 29,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외이사 재직기간과 사외이사의 품질(역량)은 상당히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가 소개한 해외 저널의 선행연구결과를 보면,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장기 재직 사외이사가 있는 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주가수익률이 높았으며, 위험에 노출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주가수익률이나 영업성과도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긴 금융기관일수록 더 양호했다.

◆이효경 교수 “사외이사 연임은 법령 아닌 자율규범이 규제... 일률적 임기 제한 없어”

이효경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이효경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이효경 교수는 한일 양국의 사외이사 관련 법제를 비교법적 시각에서 들여다봤다. 그는 “일본은 법령이 아닌 재계 및 개별 기업의 자율규범으로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와 같이 법령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사례는 선진국의 경우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외부의 정치적‧사회적 영향을 감안할 때, 법령을 통한 임기 제한은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 개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2014년 상법 개정 전까지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했다. 14년 이전 일본 회사법은 특정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근무기간의 다소와 관계없이 ‘사외성을 잃는다’고 규정했다. 지나친 자격요건 제한이 우수한 인재의 사외이사 임용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위와 같은 제한은 ‘취임 전 10년’이란 조건을 전제로 완화됐다.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한은 법령이 아니라 자율규범을 중심으로 한다. 사외이사 제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판 스튜어드쉽코드(SSC)와 기업지배구조코드(CGC)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대표적 자율규범이다. 이들 규범은 사외이사의 재임 상한선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일본은 지난해 12월 4일 회사법을 개정해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했지만 법률 어디에도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기업지배코드(CGC)는 상장기업을 상대로 지명위원회와 보수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있으며, 개별 기업들은 이들 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연임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규 교수 “독일,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자율규범으로... 법령상 제한 없다”  

최병규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최병규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최 교수는 “일본과 같이 독일도 법령에서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지는 않는다”며 독일의 상사법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특이하게 회사의 감사회가 이사를 선임한다”며 “이사 임기는 최장 5년, 재선임하는 경우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독일 상사법이 정한 이사 임기 및 연임 제한은 사외이사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최 교수는 “독일은 법령이 아닌 자율규범(모범규준)에 사외이사 연임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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