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대부업계와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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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대부업계와 헌혈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4.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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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대부업계는 과거 ‘급한 병원비 때문에 대부업체의 돈을 빌리는 사람들‘을 사례로 들며 대부업의 순기능을 설파했었다.

10여 년 전 대부업계의 고위 임원과 사석에서 '급한 병원비를 빌리는 사람에게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이 자랑이냐'며 면박을 주었던 일이 있었다.

급한 병원비 때문에 대부업을 찾은 경우 대출받은 돈으로 병원비를 지급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이자를 은행 수준으로 낮춰주라는 주문도 함께 했었는데 대부업계 임원은 이를 거부했다.

“대부업체들은 제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손가락질 받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근 들어 고금리 대출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잇따라 헌혈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산와 대부의 소아암 환자 돕기 헌혈을 시작으로 3월 초에는 JT금융그룹이 헌혈 행사를 가졌고 3월말에는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임직원들이 헌혈 캠페인을 가졌다.

또 지난 12일에는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아프로 금융그룹의 임직원들이 헌혈 행렬에 동참했다.

헌혈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회사에서 대 놓고 직원들 피 빨아먹는 행사”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고금리 대출에 대한 사회적인 지탄을 희석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헌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헌혈에 임하는 우리 국민들의 특성 탓에 우리나라는 만성적으로 혈액이 부족한 국가이다.

기자는 헌혈을 하고 싶어도 헌혈을 할 수 없는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헌혈 캠페인에 나서는 이들을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에는 늘상 죄스러운 기분이 자리잡고 있다.

2004년의 일로 기억된다. 신용대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절 당시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에서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사회적 용서를 구하는 한 방편으로 헌혈 캠페인을 기획하다가 취소한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헌혈에 나서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피를 팔아서 채무면제를 받으려고 하는 매혈행위‘라는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는 고금리 대부업체를 비난할 때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고리대금업자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자신이 노력해서 벌어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서 먹고 살기 때문이다.

고리대금업자들의 헌혈 행렬을 보면서 드라큘라의 헌혈이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서민들의 피눈물이 빠진 돈을 살인적인 고금리를 매개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빼앗아가기 때문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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