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기 신도시 이름 당선작, 애당초 쓸 계획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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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기 신도시 이름 당선작, 애당초 쓸 계획도 없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2.1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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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신도시 이름공모전', 쓰지도 못할 수상작 선정 논란
신도시名은 지자체 '지명위원회' 소관, 국토부 권한 없어
7천만원 상금에 8만명 지원... "전시행정, 血稅 낭비" 잡음
A지자체 "사전 논의 안했고, 지명위원회에 요청도 없었다"
참가자 "최우수상 받으면 당연히 채택되는 줄... 쇼 했나"

수십만 국민이 접속한 국토교통부 주최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이 단순 ‘쇼’, 혹은 ‘백일장’ 수준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는 공모전 수상작을 도시명으로 채택할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명은 지자체 ‘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위원회에 공모전 수상작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 권한마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회성 행사를 위해 사무국까지 설립해 전시행정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국토부‧LH‧SH‧경기도시공사‧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 10월 상금 7000만원을 걸고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을 시행했다. 공모전은 경기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 신도시 급(330만㎡ 이상) 5곳과 과천, 서울 2곳(서울의료원,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등 총 8곳 택지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지난달 31일이 발표했다. 신도시 8개 지구 중 4곳에서 최우수상이 나왔고, 나머지 4곳에 대해서는 우수상, 장려상이 각각 선정됐다. 

국토부는 당시 슬로건도 내걸었는데, ‘당신이 부르는 이름이 새로운 도시가 됩니다’였다. 국토부 김승범 공공택지기획과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신도시 이름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슬로건과 국토부 관계자의 주장만 놓고 보면, 공모전 수상작이 곧 신도시 이름으로 결정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사진=국토부
사진=국토부

그러나 국토부는 공모전 수상작을 지명으로 채택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지역명은 지자체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한다. 이후 국토지리정보원이 고시하면 완료 된다. 다만 지명 결정과 관련돼 국토부는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한다.

특히, 국토부는 지자체들과 수상작 사용 방식에 대해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부터 수상작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A지자체 지명위원회 담당자는 "이번 3시 신도시 공모전 회의에 참석했지만 국토부에서 수상작들을 지명위원회에 올려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활용할 지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 사무국도 지자체와 같은 맥락으로 답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공모전 수상작 사용 여부는) 강제 사항은 아니다. 지명 사용은 지자체 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새로운 이름(신도시명)을 적용해서 쓰기에는 어려운 지자체도 있다. 인천 계양의 경우 '계양 테크로밸리'(공모전 수상작: 신경인 스마트밸리, 노을 신도시)를 2년 전부터 공식 명칭 처럼 써왔다. 이렇게 (신도시명을 확정적으로 사용하는) 지역이 꽤 있다. 때문에 공모전에서 수상작이 나왔으니 사용하라고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수상작이 나왔으니 '활용하면 좋겠다' 정도의 권고 기능은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국이 지자체 지명위원회에 수상작을 안건으로 상정은 해주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모전에 참여한 A씨는 “당연히 최우수상을 받으면 신도시 이름으로 채택되는 줄 알았다. 채택하지도 않을 거면 공모전을 왜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은 신도시명으로 채택하기 위함이 아니라 3기 신도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에는 신도시 명칭을 정하거나, 지명위원회가 공모전 수상작을 논의할 수 있도록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모전 개최 이유는 '신도시 이름을 짓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리는데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국토부는 ‘수상작이 지명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정리해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혈세 낭비' 비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일회성 공모전'을 위해  사무국까지 설립했다. 이번 공모전은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 사무국’이라는 곳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 사무국은 ‘크런트코리아’는 홍보대행사가 LH로부터 용역을 받아 운영 중이다.

주관사인 국토부‧LH‧SH‧경기도시공사‧인천도시공사는 그동안 비슷한 규모의 공모전을 진행할 때마다 대부분 자체 능력으로 소화했다. 이번처럼 외부 민간기업에 행사를 위탁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책상 도움이 안 되는 행사를 국민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한 것처럼 보이도록, 전시 행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무국‧LH 등 복수의 관계자는 “크런트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치르면 참여율이 저조할 것 같아 사무국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게 됐다”며 “‘3기 신도시 종합 홍보 대행사업’(총 금액 7억원)의 하나로 공모전을 진행했다. (해당 기업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혈세 낭비 논란을 의식한 듯 “공모전 당선작은 지구계획 등을 통해 도시별 특징이 구체화되면 지자체 주도로 다양하게 활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18일 본지에 재해명을 요청해 왔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는 공공주택지구로 추진되는 사업으로서, 지구지정 → 지구계획 → 주택건설사업 승인 및 입주자 모집 등의 절차로 진행한다. 이때 각 지자체의 조례에서 정하는 경우, 개별 신도시의 명칭(지명)은 지자체 지명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국토부는 지구계획 승인 시 해당 명칭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상지구들은 아직 지구계획 수립 절차 등을 진행 중으로, 공모전 결과는 지자체 지명위원회 심의·의결 등 지자체 의견 결정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구계획 승인 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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