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 식당-주점 다 여기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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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최고 식당-주점 다 여기 있소이다"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09.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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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 2천원 호박죽부터 5천원 메밀막국수까지

경동시장은 6.25전쟁 이후 서울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옛 성동역과 청량리역을 통해 몰려 든 농산물과 채소 등의 집산지로 출발했다. 1960년 6월 시장으로 정식 개장해 현재는 농수산물은 물론, 대구의 약령시를 능가하는 한약재 전문 시장까지 서울에서 가장 큰 근대시장으로 진화했다.

시장으로 발전한지 수십 년, 오래된 세월만큼 곳곳에 장보러 나온 서민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들이 숨어 있다. 

신식 시장을 약간 벗어나 아케이드도 없는 구석 골목을 걷다보면, 빨간색 '춘천 막국수'라 쓰인 깃발이 유난히 돋보이는 약간은 허름해 보이는 작은 가게 한 군데가 눈에 들어온다. 열 평 남짓돼 보이는 아담한 가게 내부로 들어서자 인심 좋아 보이는 사장님이 미소로 반겨준다. 벽에 걸린 메뉴는 딱 네 가지. 막국수, 냉면, 비빔냉면, 닭무침 단촐 하지만 자신감이 풍긴다.

음식을 시키면 주전자에 고소한 향이 올라오는 물이 담겨져 나오는데, 이게 뭔가 하니 면을 삶을 때 나오는 면수로, 메밀로 만든 면에서 풍미가 우러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이어 육수가 담긴 물통과 함께 나온 막국수는 면과 무절임, 오이, 수육만이 덩그러니 그릇 안에 담겨있다. 

"어떻게 먹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니 옆에 둔 물통에서 그릇에 육수를 붓는 사장님. 그리고는 나머지 양념장과 식초, 겨자 같은 조미료들은 취향에 따라서 덜어서 드시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오시는 손님마다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직접 양을 조절 할 수 있게 배려 한 것이라고.

혹시 맛의 비결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가게 한 켠에 있는 메밀포대와 도정기를 보여주며 "우리 집에서는 강원도에서 직접 메밀을 떼어 와서 도정에서 반죽을 뽑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런 사장님의 정성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단다. 면이 고소한 막국수, 냉면, 비빔냉면은 각 한 그릇에 5000원, 매콤 새콤한 맛이 일품인 닭무침은 한 그릇에 6000원이다. 

경동시장 지상상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배가 고파질 때 쯤, 시장 지하에 있는 밥집에 한번 들러보자.

지하의 밥집들을 한 바퀴 휘이 둘러보니 유난히 밝은 미소가 눈에 띄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다.

입담 화려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순천식당'. 주메뉴는 돌솥 비빔밥과 소머리 국밥이다. 뜨거운 솥에 푸짐한 나물과 야채, 따뜻한 밥, 그리고 금방 한 반숙 계란 후라이가 보기좋게 담겨 나오고, 깔끔한 밑반찬이 한상 차려진다.

시중에 파는 장은 손맛이 나지 않는 다며 직접 담근 강된장을 손님상에 내 놓는다. 장 이외 에도 모든 음식에는 일체 화학 조미료를 넣지 않고 오로지 할머니의 손맛으로 맛을 낸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사장 할아버지.

주방을 볼 수 있겠냐는 말에 흔쾌히 수락하며 직접 소머리 국밥이 끓고 있는 솥을 열어서 보여주는 여유까지 맛에 대해서 자신감이 가득하다. "돈은 못벌어도 오래했지 오래했어!"하며 시장과 식당에 대한 애정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노부부.

소머리 국밥, 돌솥 비빔밥이 한 그릇에 5000원으로, 푸짐한 양에 가격도 착하다.

채소 골목 한켠, 상가 벽을 빙 둘러 세집. 한 평정도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국수와 죽을 파는 곳이 있다.

가게라고 하기도 애매한 작은 공간에는 넓은 시장을 헤매다 허기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멸치 육수 국물에 면과 쑥갓 잎, 김가루 외에 별다른 건더기 없는 국수는 단촐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은 얼마나 달콤한지. 어느 깔끔한 음식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시장의 정취가 살아있다. 팥죽과 호박죽은 한 그릇에 3000원, 국수는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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