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연 뒤집힌 우리은행장 '숏리스트'... 7시간 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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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연 뒤집힌 우리은행장 '숏리스트'... 7시간 새 무슨 일이?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1.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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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진행된 임추위 심층면접, 최종 후보 결론 못내고 연기
권광석, 예상 밖 급부상... 내부 수혈 원하는 孫 의중과 충돌
"숏리스트 발표된 28일 오전까지 3인 후보 명단에 없다가 오후 갑자기 뒤집혀"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임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본격화되면서 격렬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탓에 최종 후보를 표결로 가려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 수혈을 원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의중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우리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는 29일 오후 2시부터 권광석·김정기·이동연 후보 등 최종 면접대상자(숏리스트) 3인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는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6시 이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이나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정리가 필요한 탓인지 31일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현재 우리은행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이다.

특히 권광석 대표를 두고 뒷 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에서는 회의 석상에서 임원추천위원들이 권광석 대표를 둘러싸고 의견 충돌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권광석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꼽는 의견은 드물었다. 2022년까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임기가 절반 넘게 남았기 때문이다. 자금운용·여신·공제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외부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두고 굳이 친정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권광석 대표는 새마을금고로 돌아갈 의사가 없는 듯 배수진을 치면서 강공을 택했다. 이렇다보니 권광석 대표가 다른 윗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늘어나게 됐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숏리스트가 발표된 28일 오전까지는 권광석 후보가 명단에 없었는데 오후 들어 갑작스럽게 뒤집힌 것으로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 이동연 우리FIS대표. 사진=우리금융지주
(왼쪽부터)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 부문장, 이동연 우리FIS대표. 사진=우리금융지주

1963년생인 권광석 대표는 울산 학성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1999년부터 우리은행 미국 워싱턴 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 요직을 잇따라 역임했다.

여러 이력 가운데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인연에 눈길이 쏠린다. 권광석 대표는 박병원 전 회장이 우리금융을 이끌던 2007년 당시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박병원 전 회장은 노무현 전 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활동하다가 2007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부임했다. 문재인 정부와 연결이 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說)이 나오는 이유다. 박병원 전 회장은 현재 안민정책포럼 이사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반대 진영에는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이 있다.

김정기 부행장은 손태승 회장 측 인물로 알려지며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충북 진천 출신인 김정기 부행장은 1989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그는 전략·기획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2004년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팀 부부장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영업기획팀 부부장, 수석부부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전략기획부장(영업본부장 대우), 2015년 말부터는 개인영업전략부장으로 활동했다.

우리은행장에 오른 손태승 회장은 2017년 연말인사에서 김정기 부행장을 기업그룹장으로 승진시켰다. 2018년 연말인사에서는 영업지원본부장으로 김정기 부행장을 다시 한번 승진시켰다.

우리은행장의 경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맡아온 게 관행이었다. 손태승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에 상업은행 출신인 김정기 부행장에게 후임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같은 상업은행 출신인 권광석 대표가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결과를 알 수 없게 됐다.

손태승 회장의 의중이 관건이다.

통상적으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의 결정에는 지주 회장의 목소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도 손태승 회장의 뜻을 고려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손태승 회장이 결단을 내릴 경우 김정기 부행장의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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