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은행 노조, 투쟁보다 相生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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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은행 노조, 투쟁보다 相生할 때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1.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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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행장 출근저지 21일째... 경영공백, 현실적 대책 찾아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이기륭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이기륭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3일에도 IBK기업은행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이날로 취임 21일차를 맞았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은행 본점 출근을 하지 못한 채 외부를 돌고 있다. 노조의 출근 저지 시위 때문이다. 2013년 14일간 출근하지 못했던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을 훌쩍 넘어서는 최장 기록이다.

기업은행 안팎에선 "정당하게 임명된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방해하는 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업무 방해"라는 비판이 많다. "막무가내식 노조 시위가 도(度)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윤종원 행장은 직접 노조 측에 수차례 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잇따라 대화를 거부했다. "정부·여당이 먼저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같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정책 협약을 맺었는데, 정부가 그 약속을 어기고 윤종원 행장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며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행의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이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윤종원 신임 행장은 경제 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경제수석에 IMF 상임이사를 하는 등 경력 면에서 미달되는 바가 없다"며 노조 측을 설득했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운영되는 국책기관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설립 목적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노조 측의 장기 투쟁으로 인해 기업은행은 이미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과 임원들은 아무도 연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퇴임 시기가 지난 계열사 사장단은 임시방편으로 업무 연장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이성을 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행의 경영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피해가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지난 22일에는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이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사태를 매듭지어도 모자랄 판에 상급단체가 투쟁에 가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과 벌이는 세력 다툼 때문에 일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주인은 노조가 아닌 주주들이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46%는 일반 주주들이 갖고 있다. 이번 기업은행 사태의 경우 일반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다름 없다. 심지어 노조 내부에서도 고객 불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제 기업은행 노조가 상생(相生)을 위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두가 공멸할 것인지, 미래로 전진할 것인지 기로(岐路)에서 현질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행히도 노사 양측 간 물밑 교섭은 전보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적극적으로 노사 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타협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사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기업은행 1만3,000명 임직원들 모두가 시름을 내려놓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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