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전 대법관 "삼성준법감시위, 자체 조사권 보유... 흔치 않은 사례"
상태바
김지형 전 대법관 "삼성준법감시위, 자체 조사권 보유... 흔치 않은 사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1.10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시위원 외부 6명, 삼성 측 1명... 김 전 대법관이 직접 연락해 참여 권유
"이재용 부회장, 철저한 독립성 확약... 진의 확인"
위원 구성부터 운영까지, 삼성 개입 원천 배제
감시대상, 경영권 승계 현안 포함... 위원회, 자체 조사권 가져
초대 삼성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 사진=이기륭 기자
초대 삼성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직을 거듭 고사하다가 수락하게 됐다는 김지형(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한 윤리경영 의지였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전반에 있어 고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약해 달라는 김 전 대법관의 요구를 이 부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삼성의 '준법경영'은 새로운 시대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9일 김 전 대법관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지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부회장과 직접 만나 약속과 다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전 대법관은 위원장직을 맡게 된 경위부터 설명했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거절했다는 김 전 대법관은 삼성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역량에 대한 불확신 등 3가지를 고사의 이유로 꼽았다. 

그럼에도 김 전 대법관은 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삼성이 먼저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진정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삼성이 풀어야할 과제이자 위원회의 몫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뤄내는 것도 없을 것”이라며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고 실패는 커다란 불명예로 남을 수 있어 두렵다. 그러나 실패는 있어도 불가능은 없기 때문에 결국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회는 저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와 사회가 함께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우리 사회 전반의 중요 의제인 준법경영을 감시하면서 가로막힌 벽을 부수고 서로 소통하며 화해하는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김지형 전 대법관이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이달 말쯤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그룹 핵심 7개 계열사 이사회 결의와 협약 체결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감시위원은 김 전 대법관이 직접 위촉한 외부인사 6명, 삼성측 인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외부위원으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전 대검차장(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한다. 삼성측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내정됐다. 

위원회는 삼성의 개입을 완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계열사의 주요 의결 사안에 법 위반 요소는 없는지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위원회가 직접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권한도 보유했다.

김 전 대법관에 따르면, 위원회는 삼성 측에 시정을 권고하고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 해당 계열사 이사회가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치 않는다면 그 이유를 보고해야 하며, 위원회는 그 사실을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가 홈피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직접 의견이나 신고를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위원회는 이런 권한을 수행하기 위해 사무국 등 지원조직도 갖출 계획이다. 

김 전 대법관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업 준법감시기구를 많지만, 위원회가 자체 조사권한을 보유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대법관은 "감시 대상은 (정치)후원금이나 내부거래, 협력사와의 하도급 , 일감 몰아주기, 뇌물수수 등 부정청탁 관련 사안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경영승계 현안도 감시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최고 경영진이 변해야 삼성이 변하고 우리나라 기업 전반이 변하고, 나아가 세상이 변한다”며 “삼성이 기업가 정신을 올바르게 발휘하고 위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더 뻗어나가도록 법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입장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7명의 위원 외에도 외부전문가를 위촉해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별도로 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기구를 설치하고, 기업이 전달하는 정보에만 편중되지 않도록 충분한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질의응답 말미에 '회복적·치유적 정의'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 경제계 전반에 준법경영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위원회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