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줄인상 '초읽기'... 당국-손보사 정면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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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보험료 줄인상 '초읽기'... 당국-손보사 정면충돌 조짐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2.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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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국민에게만 부담 줄 수 없다"
시민단체 "이익 줄면 보험료 올려... 소비자에 책임 전가"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KB손해보험이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율 검증을 신청하자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들이 잇따라 보험료율 인상 작업에 돌입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증한 탓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국민들에게만 부담이 지울 수 없다며 신중하게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사는 자동차보험료와 관련해 4∼5% 인상안을, 중소형사는 5∼6% 인상안을 보험개발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위해 사전에 보험개발원을 통해 인상 수준에 대한 적정성을 검증받는다. 보험개발원은 사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인상 요인을 분석해 보험료율 검증 결과를 2주 이내에 보험사에 전달한다.

가장 먼저 요율 검증을 신청한 KB손보는 이번 주에 인상안 적정 여부를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

KB손보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요율 검증 결과가 나올 예정으로 전산작업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빠르면 1월 초부터 보험료가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서 요율검증을 받은 보험사는 이후 2~3주간 내부 준비 작업을 거쳐 해당 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중순에 자동차보험이 만기가 되는 인원부터 오른 보험료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손해율이다. 손해율이란 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보험 관련 사업비를 감안할 때 보험사가 생각하는 적정 손해율은 80% 수준이다. 손해율이 100%를 넘기면 보험을 팔면 팔수록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지난달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 등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한꺼번에 100%를 넘어섰다. 손보사들은 올해 10월까지 누계 영업적자가 1조4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보다 그 규모가 7079억원 확대된 수치다. 업계는 올해 연간으로는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자동차보험 실적 악화 요인으로 한방 진료 급증과 정비 요금 등 원가 상승을 꼽는다.

올해 3분기까지 한방 경상환자가 작년 동기보다 26.1% 증가했고, 1인당 한방 치료비는 7.9% 올랐다. 자동차 정비 공임 상승으로 자동차 1대당 공임·도장료가 올해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업계는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허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보험료는 형식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당국의 입장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 2019, 클로징'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에게만 부담이 가게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인상에 나설 경우 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보험사들이 곧 보험료를 결정할 텐데 당국에서도 국민의 보험료 부담 경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온라인 전용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자동차 보험료를 오히려 인하할 수 있는 요인도 있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시만단체들도 보험사들이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데 반발하고 있다.

윤철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국장은 "손보사들은 이익이 줄면 보험료를 올려 절대 손해보지 않고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매년 자동차보험 인상이 반복되는 것은 보험사의 사고·보상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사고율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보상이 늘었는지, 보험료 인상 과정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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