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건설산업, 하청사에 27억 미지급... "지급 고의지연, 신종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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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건설산업, 하청사에 27억 미지급... "지급 고의지연, 신종 갑질"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2.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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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유원, 동양 상대 손배 청구 訴 제기
1심 법원 "동양 측 하도급법 위반... 소멸시효 완성, 일부 청구 기각"
업계 "원청 시간 끄는 행위에 면죄부 준 판결... 대책 마련 시급"

‘파라곤’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동양건설산업(이하 동양)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수주한 공사 가운데 일부를 하청업체에 위탁하면서 27억원 규모의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월 22일 ‘주식회사 유원’(원고, 이하 유원)이 동양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동양은 유원에게 지급해야 할 토공사‧배수공 선급금 27여억원을 미지급해 하도급법 제6조 제1항을 위반했다.

선급금이란 공사를 시작하기 전 자재 및 장비, 인원 등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받는 공사 대금을 말한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도급사는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은 경우, 그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급사업자(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판결문을 보면 동양은 "유원이 선급금사용계획서, 보증서를 첨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선급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전체 공사 중 유원에 지급할 비율만큼만 이행한 것으로 원고 측 주장은 이유 없다" 등의 항변을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유원이 제기한 청구취지 중 하도급대금 미지급, 지연손해금 미지급 부분에 대해서도 동양 측의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선급금 및 동 지연이자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기관이 도과해 배상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12~2013년 발생된 사건이며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존재하므로 유원이 2018년도에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는 소멸됐다고 판결했다.

취재 중 만난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동양과 유원 측이 벌이고 있는 소송의 본질을 '원청이 국가계약법을 악용해 발생한 갑질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유원 측 청구의 상당부분을 기각한 이유가 '소멸시효 완성' 때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하청의 청구 무력화를 위해 원청이 시간을 끈 신종갑질"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이상협 사무국장은 “발주사(부산지방국토관리청)와 도급사(동양)의 계약은 국가계약법으로 맺어져 있고, 도급사와 하도급사 계약은 민간 계약으로 맺어져 있다. 원도급사가 발주처의 계약 내역을 하도급사가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공사대금을 적게 주는 행위는 가장 보편적인 갑질 사례”라고 지적했다.

손영진 한양대 전 교수는 “신종 갑질이다. 이번 판결로 다른 건설사들이 갑질을 저지르고도 시간만 끌면 된다는 인식이 퍼질까 우려스럽다”며 “동양건선산업 방지법이라도 만들어서 법원의 소멸시효 적용 기산일을 보수적으로 잡거나 법원에서 갑질로 인정한 사건은 공정위가 별도 조사 없이 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동양건설산업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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