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상호금융,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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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상호금융, 너나 잘 하세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4.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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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정사업본부

농협ㆍ수협ㆍ새마을금고ㆍ산림조합ㆍ신협중앙회 등 5대 상호금융중앙회가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에 우체국의 대출 업무 진출에 반대하는 건의서를 공식 전달했다.

이날 건의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우체국예금ㆍ보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때문이다.

동 법률안은 우체국에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으로 우체국이 대출 시장에 진입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공급, 서민 금융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체국이 대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상호금융권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상호금융권은 “우체국은 정부지원 및 혜택을 바탕으로 금융사업 추진시 우월적 지위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국가가 불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고 민간 금융기관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 직면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상호금융권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작금의 상호금융은 상호금융 고유의 임무인 서민금융, 관계형 금융은 뒤로 하고 고리대금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하며 “상호금융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부족했기 때문에 우체국이 서민금융에 진출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금융권에서는 우체국이 부실화되면 국민세금으로 부실을 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융기관 부실도 국민세금으로 메꾸기는 매한가지였다.

게다가 상호금융의 부실은 대부분 제왕적인 조합장이나 이사장의 개인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조합장이나 이사장의 선출 또한 민주적이라는 절차의 가면을 쓴 철저한 봉건방식이다.

몇 해 전 전국 조합장 일제 선거에서 보여 준 소위 ‘고무신 선거’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의정부의 임대아파트 거주자가 임대아파트 보증금 대출을 강원도의 한 새마을 금고에서 받았다.

서울의 임대아파트 거주자는 전북 익산의 한 새마을 금고에서 보증금 담보 대출을 받았다.

보증금 담보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보다 떼일 위험이 적기 때문에 부과되는 이자율도 낮아야 하지만 해당 새마을 금고들은 많게는 주택담보대출의 2배에 달하는 이자를 받았다.

해당 새마을 금고는 이런 약탈행위를 하기 위해 대출 모집법인까지 고용했으며 그 비용은 모두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상호금융에 출자한 거의 모든 조합원들은 상호금융이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은 배당금을 나눠 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온라인 포털에서 ‘햇살론’을 검색하면 ‘**신협 햇살론 대출’ 등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온라인은 지역구분을 두지 않고 있으며 광고비용 또한 만만치 않고 비용부담은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지역밀착형 관계 금융은 우체국이 맞춤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금융영역이다.

관계형 금융을 키우려는 정부의 의지를 가장 잘 받들 수 있는 인프라를 놔두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제도권 금융기관만을 독려하니 관계형 금융의 실적이 쳐질 수밖에 없다.

옛 어른들은 새벽 동 트기 전에 우는 버릇을 가진 닭이 있으면 그 닭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우체국이 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보는 상호금융 입장에서는 닭을 잡아먹기 위해 주인이 칼을 갈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모양이다.

새벽 동트기 전에 울어대는 자신들의 못 된 버릇 때문에 주인이 칼을 갈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머리는 못 되고 뺏기는 밥그릇만 크게 보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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