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白煙)의 두얼굴②] 재앙 키우는 정부... 측정法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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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白煙)의 두얼굴②] 재앙 키우는 정부... 측정法 조차 없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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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백연' 지목
우리나라 평균 기온도 13도로 평년보다 '0.5도' 높아
환경단체 "백연, 대기오염의 ‘사각지대’, ‘매연의 두 얼굴’"
누리플랜 등 국내기업들, 저비용·고효율 저감新기술 개발
규제·측정법 全無... 저감기술 내놔도 대책없는 정부 '먼 산'만

[편집자 주]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백연(白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연은 직역을 하면 ‘하얀 연기’이다. 순백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화된 연기’, ‘무해한 수증기’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백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대기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백연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하얀연기에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 

취재 결과 국민들의 이런 바람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신뢰할만한 ‘백연 측정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백연’의 두 얼굴을 <시장경제>가 심층 취재했다.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북극과 남극에 있는 빙하와 눈은 해마다 그 크기가 줄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국가는 소멸되거나 수도를 이전하고 있다. 지구 곳곳의 사막화는 서로 경쟁하듯 그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물론, 후세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미 재앙은 시작됐을지 모른다.

국내 한 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지구촌 평균기온은 14.68도로 평년(1981~2010년 평균)보다 0.38도 높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기온도 13.0도를 기록해 역시 평년보다 0.5도나 높았다.

지난 겨울 서울의 한파일수는 2018년 12월 28일 단 하루에 불과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단 하루뿐인 것이다.

지구가 더워지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지목한다. 2차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수많은 온실가스를 대기로 뿜어냈다. 자동차 배기통, 공장 굴뚝서 나오는 검은색 연기 ‘매연’이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수많은 제도를 만들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변화 관련법은 1997년 54건에서 2018년 1500여건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함께 화학물질 관리법을 제정했고, 2017년에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올해는 '환경오염 시설의 통합 관리에 관한 법률'이 새로 만들어졌다. 

기민한 대응의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요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나 공장 굴뚝을 보면 검은 연기 ‘매연’을 보기 힘들다. 대신 하얀 연기 ‘백연’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연에 대한 연구와 규제는 충분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백연’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색깔만 하얀색이지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얼마전 전북의 한 마을에서 ‘집단 암’이 발병했는데, 올해 11월 환경부 조사 결과 인근 비료 공장에서 뿜어낸 백연을 통해 발암물질이 마을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LNG열병합발전소 백연을 포집한 결과, 벤젠 등 발암물질 3종과 유해물질 35종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백연’을 측정하는 기준이나 제도가 없다. 때문에 환경업계에선 백연을 대기오염 물질의 ‘사각지대’, ‘매연의 두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부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백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백연 저감기술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누리플랜은 세계 최초로 ‘급속냉각 응축필터 방식’을 통한 백연 및 미세먼지 저감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동안 백연 저감 기술은 전기 집진, 열교환 등 2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누리플랜이 ‘급속냉각 응축필터 방식’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

‘급속냉각 응축필터 방식’은 백연을 1차로 냉각시켜 물 입자로 형성시킨다. 응축된 물입자들은 저속으로 응축 필터를 통과시켜 입자들을 충돌 및 급속 냉각시킨다. 이렇게 냉각된 응축 필터 내부에서 2차 응축(또는 결로)이 촉진되면서 백연입자들을 제거한다.

누리플랜은 ‘매직필터’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기술도 갖고 있다. 송풍기에서 빨아 들이는 정압에 의해 고탄력 매직필터가 수축되면 필터 밀도는 증가한다. 이때 필터 내부에서 응축된 수분에 의해 미세먼지 흡착율은 증가하게 된다.

사진=누리플랜
사진=누리플랜

누리플랜 최준성 연구소장은 “열로 백연을 줄이는 방식을 쓸 경우 저감율은 70%대 인데, 현재 누리플랜 기술을 사용하면 95% 이상 저감된다”며 “설치도 다른 방식에 비해 간단하고, 열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기술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적고 유지관리비 역시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산업은 열교환 방식 백연저감장치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공장 배기가스 배출부에 설치하는 것으로 열을 활용해 백연을 제거하는 장치다. 배출된 열에너지를 잠열 및 현열교환 방식으로 회수,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다.

경인기계는 올해 3월 ‘대향류형 냉각탑 GX-TOWER’을 이용한 백연 저감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CTI 인증을 받은 대향류 냉각탑 GX TOWER에서 탈수 후 가열 과정을 거쳐 백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존 열교환→가열→Mixing→토출방식의 백연저감방식에서 열교환→수분Filtering(탈수)→가열(건조)→Mixing→토출방식으로 ‘탈수’ 기능을 추가했다.

탈수 기능을 추가하면 백연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도 내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백연을 일정하게 제거할 수 있다. 경인기계 관계자는 “기존 가열방식을 이용해 백연을 저감하는 경우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 기후조건에서 외기온도가 낮아질수록 백연 저감을 위한 열 소모량이 크게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풍천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스마트 컨트롤(SMART CONTROL)’이라는 백연방지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냉각탑 일부 통로(백열코일 구간)에서 냉각수를 살수하지 않고, 토출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냉각수 없이 수증기의 양을 조절해, 공기가 백연으로 변화하는 것을 차단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백연을 배출하는 기업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백연 저감 기술을 자사 공장에 적용했을 때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저비용·고효율 저감장치 개발이 성공할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보건 환경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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