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不信' 극에 달한 DLF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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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不信' 극에 달한 DLF 피해자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1.13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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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60대 이상 어르신들 금감원 앞에서 시위
금융당국이 진실규명과 보상 대책 밝혀주길 기대
전문가들 "당국, 투자자 책임만 운운해 신뢰 잃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8일 DLS 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배소라 기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8일 DLS 피해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배소라 기자

“기자님, 금융위 DLS 종합 대책은 언제 나오나요? 왜 깜깜무소식인거죠?”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던 최영남(가명·60대 女)씨가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에게 찾아와 물었다.

그는 “윤석헌 금감원장도 파생결합상품에 대해 ‘도박’, ‘사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금융당국의 대책 발표는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우리은행 DLS 상품에 가입하고 4개월 만에 원금 대부분을 잃은 최씨는 암 투병 중인 남편을 간호하다가 잠깐 시간을 내서 시위 현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DLF·DLS 전체 투자자 중 92.6%(3400명)는 개인 일반 투자자다. 가입자의 절반(48.4%)은 60대 이상이다. 이 때문인지 시위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노인이 많았다.

지난 9월 중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DLF로 인해 손님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과 심적 고통과 심려에 사과드리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따르겠다”고 일제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사과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조사 인력들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영업점을 찾아 투자자와 PB를 불러 놓고 ‘삼자대면’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측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왔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한 피해자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사과를 한 건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건지 모르겠다”며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삼자대면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함께 보상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판매 은행 2곳과 DLF에 편입된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한 3개 증권사, DLF를 운용한 2개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두 달 넘게 검사를 벌인 끝에 지난 1일 합동 현장 검사를 마무리했다.

금감원 조사의 초점은 ‘불완전판매’에 맞춰졌다. 그 동안 당국은 조사를 통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불완전판매 비율은 지난달 중간 조사 발표 때 밝힌 수치보다 더욱 올라갔다. DLF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당초 알려진 전체 판매의 20% 안팎이 아닌 최소 50%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로 예상됐던 금융위 종합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서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가장 중요한 ‘손해 배상’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투자자 책임만 운운하고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은행들이 노인, 전업주부, 청소부 등 금융지식이 낮은 개인들에게 마구잡이로 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투자자 책임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 내부 통제 백날 해봤자 피해자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당국은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자에게 어떤 구제를 해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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