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찾아 전전... '다중채무' 자영업자 102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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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찾아 전전... '다중채무' 자영업자 102만명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1.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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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허덕, 매출은 반토막... 우울한 '소상공인의 날'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히장(가운데). 사진=이기륭 기자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히장(가운데). 사진=이기륭 기자

"은행 대출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장사가 이렇게 안 되면 내년쯤에는 간판 내려야겠죠."

5일 오후 제4회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 일대 식당을 둘러본 결과 자영업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근근히 버티고 있는 빈사 상태였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인건비 폭탄, 임대료 상승, 불황 장기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당들 내부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늘 북적거렸던 점심시간이지만 올해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썰렁하기만 했다. 한 자영업자는 "최저인금 인상으로 직원들을 줄이고 청결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경기 불황과 주 52시간 근무로 회식 자리가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자영업자는 "예전 같으면 한 달에 몇 차례씩 단체 예약 문의가 있었지만 요즘은 단골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반짝 특수라도 누렸던 연말에도 매출이 바닥을 칠 것 같아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내수침체 탓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자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찾아 전전하는 모습이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37조4,2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2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2조원대 증가폭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출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국내 은행의 8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년동기 대비 0.03%p, 전월 대비로는 0.04%p 오른 0.40%를 기록했다. 특히 업황 부진이 두드러지는 도소매·숙박업·음식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다중채무에 짓눌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개인신용평가회사(CB)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의 부채는 올해 2분기 407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조7,000억원(11.1%)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의 빚이 400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전체 자영업자는 202만5,000명이다.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절반이 넘는 102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었다.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1년 전에 비해 24조2,000억원 늘어난 반면, 제2금융권의 증가폭은 25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은행이 12.1%, 제2금융권이 26.3%를 기록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심각성을 정확하게 모르는지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방안은 외면하고 노동계 눈치만 보고 있으니 자영업 몰락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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