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의무고발제' 시행 6년... 실형 처벌은 아모레 단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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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의무고발제' 시행 6년... 실형 처벌은 아모레 단 1건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0.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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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의무고발제' 명문화
하도급법 등 위반 대기업에 대한 실효적 제재 목적
중기부 6년간 25건, 올해 하반기만 8건 신청
檢 수사 결과 확인된 17건 중 14건 약식명령 그쳐
검찰 솜방망이 처벌에 제도 본래 취지 무색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협력업체 보호와 하청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2014년1월부터 시행 중인 '공정위 의무고발 요청제' 모니터링 결과, 17건 중 14건이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신청을 받아 검찰에 의무 고발한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1건(아모레퍼시픽)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2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이 회사 방판사업부 전직 임원 2명을 기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2016년 9월, 전직 임원 두 명에게 각각 징역 6월, 10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의무 고발 요청제도'는 공정위가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 3개 기관의 신청을 받아 하도급법 위반 등 위법사실이 드러난 원청기업을 직권 고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공정위는 현행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원청기업에 대해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리면서도 직권 고발에는 인색했다. 그 결과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공정위 고발률은 2013년 말 기준 1.4%에 불과했다. 하도급 거래 관행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는 검찰에 대한 고발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위 제도를 공정거래법에 명문화했다(같은 법 71조).

의무고발제를 포함한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2014년 1월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법률이 따르면, 위 제도는 [고발 대상 기업 지정(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공정위, 검찰에 대상 기업 직권 고발-검찰 수사 및 기소여부 결정]의 순서로 운영된다.

대상 기업은 현행법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지만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곳이다.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 조달청은 각각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고발을 요청할 기업을 지정한 뒤 그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면 된다. 명단을 받은 공정위는 지체없이 해당 기업에 대한 검찰 고발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감사원장 중기부장관 조달청장은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발 대상 기업을 선별한다(공정거래법 71조).

공정위와 나머지 3개 기관은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각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3개 기관에 원청기업 사건처리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 외에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에도 도입됐다.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운영실태를 보면 중기부의 신청 건 수가 가장 많다. 중기부는 행정행정위의 주된 대상이 중소·영세기업 및 자영업자란 점에서 ’의무 고발제‘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2014년 1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중기부는 모두 10회에 걸쳐 25개 기업을 선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앞서 중기부는 고발요청의 공정성,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위법행위로 인한 피해액 ▲위법행위 기간 ▲직원 감소 수준 ▲시장에서 가해자의 지위 ▲거래의존도 ▲피해기업의 수 등을 기준으로 고발 대상 기업을 선별한다.

<시장경제신문> 취재 결과 중기부는 2014년 2회, 2015년 2회, 2016년 1회, 2017년 1회,  2018년 1회, 올해 2회 등 지금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고발 대상 기업의 수는 2014년 5건, 2015년 4건, 2016년 2건, 2017년 3건, 2018년 3건, 올해 8건으로 집계됐다. 고발 대상 기업의 수가 올해 들어 큰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기부는 올해 9월과 10월 잇따라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각각 4곳의 기업에 대한 고발요청을 의결했다.

고발 대상 기업에게 적용된 혐의는 하도급법 위반 18건, 공정거래법 위반 4건, 가맹사업법 위반 3건 등이다.

하도급법 위반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일부 대기업의 ’갑질‘ 구태가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혐의 세부 내용을 봐도 부당대금 감액, 대금 및 지연이지 미지급 등 하청업체 경영에 직접 위협이 되는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기부가 올해 들어 권한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공정위 직권 고발 건수는 늘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올해 9월과 10월 고발을 요청한 8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7곳에 대한 공정위 고발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마저도 무려 14건은 검찰의 ’약식명령‘으로 사건이 종결 처리됐다. 벌금액수는 최저 3백만원에서 최대 5천만원이었으며, 14건 가운데 6건은 벌금액수가 1천만원 이하였다. 17건 가운데 검찰이 정식 기소한 사건은 2건이며 나머지 1건은 불기소처분했다(아래 표 참조).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 포함)가 2014년 1월17일부터 올해 10월25일까지 공정위에 고발 요청한 대상 기업 명단 및 검찰 고발 결과. 인포그래픽=조현준 연구원.
중소벤처기업부(구 중소기업청 포함)가 2014년 1월17일부터 올해 10월25일까지 공정위에 고발 요청한 대상 기업 명단 및 검찰 고발 결과. 인포그래픽=조현준 연구원.

약식명령은 죄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된 경미한 범죄를 빠르게 종결처리하는 데 쓰이는 간이 공판절차다.

약식명령은 검사만이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서면만을 보고 피고인에게 벌금이나 과료, 몰수형을 선고할 수 있다. 피고인이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 청구를 하지 않으면 확정되며, 효력은 판결과 동일하다.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해도 법원이 판단해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으나 실무 사례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 경미한 범죄를 간이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제도의 목적이 있으므로, 약식명령에 대해서는 법원도 검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검찰이 의무 고발 대상 사건 대부분을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면서 제도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하청거래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중기부 등에 고발 요청권을 부여한 취지를 생각한다면, 검찰의 태도는 안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중기부의 의무 고발 요청을 계기로, 법원이 정식 재판을 통해 유죄를 선고한 사건은 위에서 소개한 아모레퍼시픽건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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