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은행 탐욕과 정부 안이함 합작품"
상태바
"DLF 사태, 은행 탐욕과 정부 안이함 합작품"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0.2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개 숙인 우리·하나銀... "100% 배상하라면 따르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지 못해 죄송스럽고 뼈저리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핵심 경영진이 거듭 고개를 숙였다.

#. 우리은행 "책임 통감... 최선의 대책 마련"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선 DLF 사태를 둘러싼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증인으로 소환된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사태의 전말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흘렸다.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은 "우리은행과 함께 가야 할 고객들의 뜻하지 않은 재산 손실에 대해 너무 가슴이 아프고 뼈저리게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DLF 상품을 판매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골드만삭스 발표 자료를 참고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금리 시대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을 찾는 과정이었고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경연구소가 주요국 금리가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보고서가 있었는데도 DLF 상품을 판매한 것이 내부적 압박 때문이냐는 질의에는 "전국에 870여개 점포가 있고 해당 상품은 177개 지점에서 판매됐지만 핵심성과지표(KPI)에 별도의 인센티브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무진이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는데 은행은 판매에만 집중했고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그래프도 복잡하게 그려 투자자가 리스크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 사기성이 짙다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채봉 부행장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며 "책임을 통감하고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사태 미리 인지한 금융당국 너무 안일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DLF 사태는 은행의 탐욕과 모럴해저드, 금융당국의 안이함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질타했다.

이태규 의원은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DLF 사태에 대해 금감원장은 7월 하순에, 금융위원장은 8월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금감원은 7월 5일부터 24일까지 소비자보호시책 관련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는데 DLF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소비자보호에 대한 어떤 경고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너무 안일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사태의 모든 책임을 은행에게 돌리며 "일종의 겜블(Gamble·도박)을 만든 것은 금융회사들"이라고 발을 뺐다.

윤석헌 원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고 소비자 보호 측면으로 봐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명이 쉽지않다 생각하지만 저희에겐 포괄적 감독조치 권한이 없고 당시 DLF 등에 대해 소비자민원을 통해 들어온게 소수라서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지만 의원께서 말씀하신 취지를 잘 생각해서 임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태규 의원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향해 경영진으로서 책임질 의사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함영주 부회장은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또 "이번 사태로 드러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포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과 직원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앞으로 다시는 DLF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무조건 따를 것이며 고객에게 100% 배상하라고 하면 역시 그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하기 직전 하나은행 측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DLF에 대한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문서를 조직적으로 삭제한 사실을 알고있냐"고 묻자 윤석헌 원장은 "(하나은행에서 삭제한 파일 내에 DLF 내용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삭제된 것은 1~2차 전수조사 결과 내용에 대한 2개 파일이며 손해배상 목적 자료를 하나은행이 은닉한 것으로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하나은행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해당 내용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함영주 부회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현황 파악이나 내부 참고용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한 것으로 검사 계획이 확정·발표되기 전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 부분을 금감원이 자세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에 대해서 하나은행도 인식하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차원의 조직적 삭제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 김정훈 "피해배상 70% 이상으로 조정해야"

이날 국정감사장에선 DLF 투자자에 대한 배상 비율도 언급됐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경우 분쟁조정 후 소송에 나설 것인데 적어도 피해액의 70% 이상은 (배상비율로) 조정이 돼야 소송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원장은 이에 "저희 나름대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70%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배상 비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신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제윤경 의원은 "(DLF 문제를) 검사하는 과정을 보면 개별 건의 불완전판매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입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판매 뿐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석헌 원장은 "단순한 판매 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에서 이를 보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성 판매에 대한 배상액을 결정해야 한다 김병욱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사기성 자체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단 검찰 고발 쪽으로 가야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윤석헌 원장은 "분쟁조정을 할 때 그런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두고 배상비율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를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