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는 근무시간서 제외해야"... 장의車 업계 '주52시간'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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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는 근무시간서 제외해야"... 장의車 업계 '주52시간' 된서리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9.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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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차 운행 특수여객업계 호소... “업종 특수성 고려해 달라”
“대기시간을 휴게시간 아닌 근로시간으로 판단하면, 업계 고사(枯死)”
일부 운전기사,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회사 대표 등 고발
특수여객조합 “정부가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사진=서울특수여객조합
사진=서울특수여객조합

“운전기사는 회사가 주52시간 제도를 어겼다며 고발하고, 회사는 어렵게 영업해 얻은 일을 나가지도 못하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도대체 이런 법을 누가 만들었는지 원망스럽다. 당장이라도 회사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다”

-A특수여객 대표 김 모씨.

장의차를 운영하는 A특수여객 사장 김씨는 소속 운전기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들이 회사가 ‘주 52시간 근무’, ‘1일 11시간 휴게시간’ 등으 규칙을 지키지 않고, 각종 수당과 퇴직금도 증액해 주지 않는다며 고용노동부에 사장 김씨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르면 회사는 1주 52시간 근무조건을 지켜야 하고,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 법 적용에 따라 수당과 퇴직금 정산 방식이 달라지는데, 특수여객업계는 현실적으로 이 조항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대기시간’과 업종 ‘특수성’ 때문이다.

장의차 기사의 일반적인 근무형태는 다음과 같다.

오전 04시까지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이동 후 ‘대기’, 06시까지 벽제 또는 양재 추모공원 화장장으로 이동 후 ‘대기’, 08시까지 주변 납골당으로 이동 후 ‘대기’, 11시까지 장례식장 복귀, 12시까지 차고지 복귀 후 퇴근이다.

그나마도 위 예시는 근무시간이 가장 짧은 유형을 가정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 ‘1일 11시간 휴게시간 보장’ 등을 잘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작은 변수가 생기면 장의차 기사의 근무형태는 동 법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한다.

병원과 유가족 요청에 의한 화장장 출발 지연, 도로 정체, 지방으로 시신 운구, 화장장 정체, 납골당 이용 지연, 유가족 추가 운행 요청 등이 대표적인 변수다. 선산이 있는 지방을 가게 되면 기사들은 자정이 돼 복귀하기도 한다.

이런 변수 때문에 장의차업계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규정해, ‘주 52시간 근무’를 탄력적으로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사들이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으로 해석하면서 회사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A특수여객 사장 김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부 운전기사가 장의차 노조 연합회를 결성해 주52시간 근무, 1일 휴게시간 11시간 보장과 이로 인해 발생한 각종 수당 추가 지급, 퇴직금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사들 주장이 이대로 인정될 경우 회사는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대기시간은 휴게시간’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업무 진행상황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대기시간을 명백히 구분할 수 있는 상황에 있고, 대기시간 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경우 그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제 민원을 통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따져봐야 하므로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즉, 회사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 '대기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전세버스업계에서 발생한 똑같은 ‘대기시간’ 논란에서도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전세버스 운행 중간 일정시간 동안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난 비운행시간(대기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경우로 보이므로 휴게시간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서울특수여객조합은 “그동안 우리 업계에서 ‘대기시간’은 운행의 특수성상 ‘휴게시간’으로 인정돼 왔다. 최근 대법원도 '대기시간을 사측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있는 시간'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고용노동부와 휴게시간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조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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