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변호인단 "檢, 입증도 못하면서 삭제 자료와 분식회계 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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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변호인단 "檢, 입증도 못하면서 삭제 자료와 분식회계 엮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8.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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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혐의 3차 공판준비기일 법정 취재
변호인단 공세...“검찰, 인멸 증거 무엇인지 특정도 못해”
검찰 “수사 진행되면 새로운 사실 추가할 것”
재판부 “연결법-지분법 모두 문제라는 檢주장 와닿지 않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사진= 시장경제신문 DB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혐의를 놓고 변호인단이 정공법을 택했다. 일부 자료가 삭제된 것은 인정하지만, 분식회계 혐의와는 관련성이 없는 자료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변호인단은 삭제됐다는 자료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을 들며, 검찰 공소장의 허점을 법리적으로 파고들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으로는 재경팀 소속 이 모 부사장과 김 모사업지원 TF부사장, 박모 부사장 등 8명이 모두 출석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객관적으로 자료 삭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검찰측 공소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인단은 “지시에 따라 삭제된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돼야 하고, 해당 파일들을 분식회계의 증거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도 검찰이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법리적으로도 이 같은 행위를 증거인멸로 볼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의 변론은 검찰의 '부실 수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삭제된 자료를 특정하지 못한 점, 해당 자료가 분식회계 의혹과 실제 관련이 있는지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공판 개시 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삭제된 자료와 분식회계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검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은 더 커질 수 있다. 

검찰은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드러난 것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리를 같이 진행해야 하는지 양측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검찰과 변호인단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수사 단계에 있는 경우 굳이 심리할 필요는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변호인단은 “최소한의 영향이라도 있을 것이므로 향후 기소되는 분식회계 사건에서 참고하거나 이번 증거인멸 사건에서 심리돼야 할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분식회계 혐의와 증거인멸 혐의 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일정 부분 병행 혹은 병합심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아직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일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나오고, 이번 사건에서 죄가 되지도 않는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방식을 연결법에서 기준법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벌어졌다. 

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설립 당시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연결회계’를 적용했지만, 2015년부터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분회계’로 변경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회계처리 변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가치 부풀리기’로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금감원 등이 처음에는 연결법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한 것 자체를 문제 삼다가, 나중에는 연결법 적용 자체를 문제삼았다”며 “검찰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도 지배력을 상실할 사유가 없었다”며 “금감원이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재판부가 “연결법도 문제고 지분법으로 바꾼 것도 문제라는게 선뜻 와닿지는 않는 것 같다”며 설명을 요구하자,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이) 바뀐게 아닌데 바뀐 것처럼 해서 가치가 뻥튀기된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제기 언론기사를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언론기사 자체를 사실관계를 확인한 자료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변호인측 주장이다. 이에 검찰은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 그대로라는 취지가 아니라 당시 상황과 배경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한편,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 4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6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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