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4부장 이복현 등판... '檢의 역린(逆鱗)'이 된 삼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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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4부장 이복현 등판... '檢의 역린(逆鱗)'이 된 삼바 수사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2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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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A 출신 이복현...론스타, 현대차 수사팀서 ‘회계자료 분석’
윤석열 사단 핵심... 박영수, 한동훈 등과도 각별한 인연 
8개월째 공전 중인 ‘삼바 수사’, 이복현 체제서 마무리 유력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향... ‘무리한 기소’ 우려도 있어
이복현 중앙지검 특수4부장. 사진=YTN뉴스 캡처
이복현 중앙지검 특수4부장. 사진=YTN뉴스 캡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 수사팀 수장이 교체됐다. 새로 임무를 부여받은 당사자는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중앙지검 특수4부장.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취임 직후 이달 초 단행된 고검검사급 인사에서 1년 만에 중앙지검으로 복귀한 그는 특수4부장 취임과 거의 동시에 삼바 수사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당초 삼바 수사는 기존 수사팀인 중앙지검 특수2부가 계속 맡는 걸로 알려졌으나 이달 초 중부장검사 인사와 함께 기류가 변했다. 검찰은 삼바 사건을 기존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재배당했다. 형식상 재배당의 형태로 수사부서가 변경됐지만 삼바 수사를 전담한 기존 특수2부 인력 대부분이 특수4부로 이동했기 때문에, 수사팀 변경이라기보다 수사팀장 교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검찰이 밝힌 수사팀장 교체 이유는 ‘사건 연결성과 효율성’. 신임 고형곤(31기) 특수2부장은 박영수 특검 수사팀 출신으로 최서원(최순실)씨를 조사한 이력이 있으나 ‘회계 이슈’가 본질인 삼바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반면 이복현 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팀에서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삼성의 속살을 살핀 경험이 있다.

이 부장의 이력도 수사팀장 교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복현 부장은 사법시험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먼저 합격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합류해 회계자료 분석 업무를 주로 맡았다.

◆윤석열, 한동훈과 한솥밥... 검찰 수뇌부 신뢰 높아

검찰 수뇌부 및 특수수사 지휘라인과의 인연도 인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신임 윤석열(23기) 총장, 전국 특수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동훈(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한동훈 부장을 보좌할 양석조(29기) 대검 선임연구관 등과 한 차례 이상 같은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어 호흡을 맞추는데 문제가 없다.

공인회계사 이력에 검증된 회계자료 분석능력, 현 검찰 수뇌부 및 특수수사 지휘라인과의 교감, 삼성 관련 수사를 한 차례 다뤄본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삼바 수사팀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박영수 특검 당시 윤석열 총장(당시 수사팀장). 사진=이기륭 기자
박영수 특검 당시 윤석열 총장(당시 수사팀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복현 부장 최우선 과제는 ‘삼바 수사 종결’

지난해 말 대규모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만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삼성바이오 수사는 최근 1년 사이 불거진 국내 재계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현안이다. 재계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적폐 사건’ 수사의 중심이 된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삼바 수사가 갖는 비중은 그 어떤 사건보다 높다.

삼바 수사팀장 교체에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뜻이 담겨있다고 보는 이유다.

박영수 특검에서 삼성 수사를 총괄한 윤석열·한동훈 듀오는 이달 초, 각각 검찰 총수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하면서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삼바 사건에서 손을 뗐다.

지난달까지 직접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전 특수2부장도 중앙지검 3차장으로 올라서며 수사 2선으로 물러난 모양새가 됐다. 검찰 수뇌부 입장에서는 윤석열 한동훈 송경호의 뒤를 이어 수사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을 책임자가 필요했다.

여기서 이복현 부장 발탁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다.

2006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수사팀에 군산지청 소속이었던 이복현 검사를 합류시킨 이가 바로 박영수(10기) 특검이다. 박 특검의 당시 직책은 대검 중수부장, 대검 수사기획관은 채동욱 전 총장(14기)이었다.

중수부장의 눈에 띈 이복현 검사는 그해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에도 파견 형태로 참여했다.

위 두 사건으로 그는 검찰 내부에서 ‘회계에 밝은 수사력 뛰어난 칼잡이’로 각인됐다.

2017년 박영수 특검은 법무부에 파견검사를 요청하면서 이복현 검사의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제출했다. 박 특검은 “중수부장으로 있을 때 이복현 검사가 특출난 수사력을 보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경호 前 특수2부장, 중거인멸 구속 8명...분식회계 혐의 입증, 사실상 실패

검찰은 지난해 12월 대규모 압수수색을 전후로 삼성바이오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표면적으로는 그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을 계기로 수사에 들어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단순 고발사건으로 여기는 사람은 검찰 안팎 어디에도 없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일부 정치인들은 2015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여러 차례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들 고발 사건을 한 데 묶어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전국에서 소문난 특수통 칼잡이들을 불러올렸다. 국내 및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보유자를 중심으로 진용을 갖춘 삼바 수사팀의 리더는 송경호 부장.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중앙지검 특수2부장에 임명된 그는 올해 8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대규모 압색과 임직원 줄소환을 통해 삼성을 거세게 압박했다.

송 부장이 이끈 특수2부는 올해 5월 이후 삼성바이오와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전자 소속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 및 그 교사 혐의로 구속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본죄인 분식회계 수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언젠가부터 삼바 수사는 검찰에게 역린(逆鱗)과 같은 존재가 된 듯하다. 

◆검찰 공식 의견 “수사 순조롭게 진행”... 분식 혐의 수사, 지지부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지 만 8개월이 넘었는데도 분식회계 혐의 입증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검찰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일부 피의자와 참고인들이 진술을 바꾸고 있다. 수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검사만 18명 이상을 투입한 삼바 수사전담팀이 지끔까지 이룬 성과는 ‘증거인멸 구속 8명’이 전부나 다름이 없다. 분식회계와 관련해선 ‘카더라’ 식의 설(說)과 소문만 무성할 뿐 ‘사실상 한발짝도 못 나갔다’는 것이 이 사건 수사 흐름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평가다.

검찰 리크기사에 항상 등장하는 ‘말 바꾸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이후 일부 친(親)검찰 매체가 수십 건의 리크성 단독 기사를 게재했지만, 검찰의 기대 섞인 전망을 받아적는 수준에 그쳤다.

일부 리크기사는 회계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돼, 검찰 수사를 돕기는커녕 ‘삼바 무혐의’를 입증하는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5월 이후 나온 삼바 수사 관련 기사 가운데는 유사 개념을 헛갈린 건도 여럿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이기륭 기자.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이기륭 기자.

◆삼바 수사 공전 8개월... 위기 몰린 검찰

삼바 수사로 범위를 한정하면 검찰은 ‘위기’에 처했다. 전국 최고의 칼잡이를 차출해 전담팀을 꾸리고도 리크기사에 의존해 여론전을 벌여야 하는 검찰의 현재 상황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통상 분식회계 사건에 적용되는 죄목은 두 가지. 해당 기업 임직원에게는 자본시장법이, 회계법인에는 외부감사법이 각각 적용된다.

검찰이 안팎으로부터 고조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 에피스, 삼성전자 관계자 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삼성바이오의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돼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매출, 비용·부채 고의 누락과 같은 명백한 분식 사실이 드러나야 한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없는 매출을 가공해 영업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나 비용은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가 대표적 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대우조선해양 케이스와 출발점이 다르다.

◆분식회계 혐의 쟁점 두 가지 ‘12년, 15년 삼바 재무제표 적정성’

이 사건 분식회계 혐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삼바의 2012년 재무제표 적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재무제표 적정성이다. 공통적으로 [회계 방식 변경 내지 회계 해석상의 차이]가 핵심 쟁점이다.

2012년 재무제표 작성의 적정성은, 삼바가 미국계 글로벌 기업 바이오젠과 합작·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자회사·삼성바이오 단독지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를 삼바의 ‘관계회사’(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로 볼 것인지 문제다.

삼바는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했으며, 이 사건을 고발한 증선위는 2012년 에피스 설립당시부터 당해 기업을 ‘관계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5년 재무제표 작성의 적정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지배력이 현실화된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의 해석 문제로 귀결된다.

삼바는 2015년 하반기,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건이 국내시판허가를 얻자 회계를 변경했다(종속회사→관계사).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지배력 현실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경제적 실질=내가격)을 충족한 이상 에피스를 [삼바 단독지배]에서 [삼바-에피스 공동지배]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달리 검찰은 ‘삼바는 에피스 설립 당시인 2012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고의 분식에 나섰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검찰의 난제, 삼바 2012년 재무제표에서 분식 증거 발견해야

검찰이 심증을 입증하려면, 2012년 삼바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분식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해야 한다.

삼바의 2012년 재무제표에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볼 것인지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볼 것인지 여부는 회계 방식 적용 혹은 해석의 문제일 뿐 분식과는 거리가 멀다. 가공의 매출도 비용이나 부채 축소도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처음 분식의혹을 제기한 2015년 재무제표 역시, 지분법 회계를 적용한 당연한 결과일뿐 가공 매출이나 부채 축소와는 관계가 없다.

[편집자주]

“부채 ‘시가’로 평가·반영했다면, 자산도 같은 방식 적용해야” 
 
지분법 회계 적용 여부의 당부를 떠나, 2015년 콜옵션 지배력이 현실화됐다는 판단 아래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 부채와 자산을 모두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

시장가격으로 산정했을 때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부채)은 1조8200억원, 삼바 보유 에피스 주식(자산)은 4조535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는 2015년 ‘1회성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관심있게 지켜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피지배기업 지배력에 변경사유가 발생하면 회계변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다. K-IFRS는 이점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피지배기업 지배력에 변동이 발생하면 콜옵션은 공정가격(시가)으로 산정해 그 금액을 금융부채(평가손실)로 계상해야 하며, 보유 주식에 따른 금융자산(평가이익)도 시가로 산정해 자산 항목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자산(평가익)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K-IFRS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도 “삼바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을 시가로 산정해 부채로 계상했다면, 평가익도 당연히 시가로 산정해 자산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콜옵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도 제기 않는 증선위가, 자산을 시가로 산정한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부장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무리한 소환·기소 가능성 배제 못해

이 부장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이 사건 수사의 매끄러운 종결이다. 공소유지는 차치하고 일단 자본시장법 내지 외부감사법을 적용, 기소 성과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회계학자들이 ‘분식회계는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는 이 사건 수사를 중간에 맡았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한다.

이 부장은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27기), 신봉수 중앙지검 2차장,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이상 연수원 29기) 등과 더불어 ‘윤석열 사단’ 이너써클을 형성하는 핵심 멤버다.

그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박영수 특검)에 파견검사로 합류했으며, 온라인 댓글 조작 등 혐의로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및 횡령혐의 사건 수사에도 참여했다. 이 전 대통령 대면 조사에도 합류, 조서 작성 실무를 담당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외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진행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모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 부장은 2013년 출범한 국정원 댓글 수사팀 멤버로 윤석열 총장과 인연을 맺었다. 두 차례나 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상대로 세 번째 영장을 청구, 결국 구속을 이끌어낸 검사도 이 부장이다.

우 전 수석 구속에서 볼 수 있듯 한번 사건을 잡으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에 대한 평판은 양면이 존재한다. 박영수 특검의 평처럼 ‘수사력이 특출난 검사’라는 견해와 ‘혐의를 정해놓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검찰 수뇌부가 이 사건 ‘끝내기’를 맡긴 만큼 앞으로 수사는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A는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다소 무리한 소환과 기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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