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품목 5년내 국산화" 정부대책,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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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품목 5년내 국산화" 정부대책, 현실성 있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8.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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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부 '제조업 르네상스' 프로젝트 발표
낙관적인 면만 부각, 세부계획 부실 현실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수요기업-공급기업 간 협력모델... '관치 국산화' 우려 목소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매년 1조원 이상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대 품목은 1년, 나머지 80대 품목에 대해선 5년 내 공급안정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소재·장비 분야에 있어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구조를 ‘국산화’로 체질개선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지만, 낙관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고 부실한 세부 계획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다각적인 공급 안정성 조기 확보 ▲수요·공급기업, 수요기업 간 건강한 협력모델 구축 ▲강력한 추진 체제를 통한 대대적인 지원 등 3가지 전략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수입국 다변화를 추진한다. 각 품목별 대체공급처 발굴, 소요자금 보증 등을 지원하고 대체품목의 기존 관세를 40%포인트 경감하는 할당관세도 적용키로 했다. 

현재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망에 걸려 있는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산, 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선 국내 생산을 위한 환경 및 입지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자금 2732억원을 즉시 투입해 20여개 핵심 기술을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확보하고, 주력산업과 신산업 공급망에 필수적인 나머지 80여 개 품목도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공급안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 분야에 7조8000억원, 인수합병(M&A) 분야에는 2조5000억원을 각각 배정해 핵심 품목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한편, 금융 분야에 특별지원금 6조원을 더한 총 35조원의 지원금을 쏟아 붓는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한다는 ‘소·부·장 100+100 프로젝트’계획도 내놨다. 현재 소재부품분야 매출이 50% 이상인 4927개 기업 중 각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R&D, 특허확보 및 해외출원, 수요기업의 양산평가 등을 일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강소기업과 스타트업도 각각 100개씩 육성한다. 강소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민관 공동투자 R&D를 추진해 내년부터 최대 3년 간 24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스타트업은 각 창업사업화 지원사업 단계별 최대 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범정부 긴급대응체제도 가동된다. 산업부 주관으로 범정부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가 구성되고 소재와 부품, 장비 등 분야별 전담관이 지정된다.   

또한 소재·부품·장비 육성 정책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위원회와 각 분야별 대·중소기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무추진단이 신설될 계획이다. 경쟁력위는 경쟁력 강화 계획을 심의하고 입지·환경규제 특례, R&D 자금 마련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가마우지' 아닌, '펠리컨' 꿈꾸는 정부… '국산화' 정책 성공할까

이번 발표에서 성 장관은 기존 국내 산업 구조를 ‘가마우지’에 비유하면서, 미래에는 ‘펠리컨’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일본 의존도가 높아 발생하는 대일무역 적자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해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정부 계획으로 인해 국가가 소재·부품·장비 공급처에 대한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분야의 국산화는 긍정적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단지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에 사용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내 수요만을 바라보고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육성하기엔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부가 내세우고 있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모델‘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협력모델은 정부 개입 하에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의 R&D 로드맵을 대기업과 공유하고, 이후 양산테스트와 실증, 신뢰성 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단계인 설비투자에 이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성 장관은 브리핑에서 “공급기업은 막대한 돈을 들여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고, 수요기업은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제품을 공급받을 경우 수율이 나오지 않는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는 자율적인 체계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협력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모델이 오히려 시간과 자금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기업이 제시한 개발 목표만으로 수요기업이 납품 계약을 약속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설사 R&D 단계까지 도달했다 하더라도 설비투자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낭비될 수 있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 상태에서 경쟁력위에 신청을 하면 세제혜택 등을 줘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라며 “특정기업에만 혜택을 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다 지원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경쟁력위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쟁력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성윤모 산업부장관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는 조직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 국산화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경쟁과정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자칫 시대착오적 '관치 경제'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측은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업이 스스로의 협력모델을 찾는 구조”라며 “공급기업이나 수요기업 중 어느 한쪽이 협력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위가 억지로 시키는 형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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