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檢言)유착, 낯뜨거운 삼성바이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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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檢言)유착, 낯뜨거운 삼성바이오 보도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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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또 檢 흘리기(leak, 리크) 기사... 기존 의혹 재탕 
親검찰 매체, ‘의혹 종합판’ 기사 출고... ‘이재용 수사’ 여론몰이
‘콜옵션 부채’ 개념 혼동한 檢 무리수... '엉뚱한 음모론' 제기
檢 “복제약 ‘임상 1상 개시 승인’만 나면 성공 확률 80%”  
임상 1상 통과해도 40% 개발 실패...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가 얼추 마무리되면서 소강상태에 있었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 수사도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때를 맞춰 한동안 주춤했던 검찰발 리크(leak) 기사도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 리크(leak) 기사 : 취재원이 기자에게 누설한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기사. 일명 '흘리기' 기사

최근의 검찰 리크는 단일 이슈 혹은 의혹을 소재로 하지 않고,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제기된 내용을 패키지로 묶은 ‘종합판’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한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콜옵션 공시 누락’을 분식회계의 핵심 증거라고 강조한 사실이 특히 눈에 띕니다.

이 사건 검찰발 단독 기사를 가장 많이 생산한 특정 매체 두 곳은 최근, 지금까지 나온 각종 의혹을 정리한 종합판 기사를 게재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자세하게 나열했습니다.

A매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이 매체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을 발췌·인용하며,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사실상 자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 매체는 위 기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분식회계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꺼내든 ‘정황증거’는 다양합니다. 다만 검찰의 리크 및 이 사건 수사에 우호적인 일부 특정 매체의 기사 어디에도, 회계 부정 혹은 분식을 ‘입증’할 직접 증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법원은 최근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로직스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잇따라 기각했다. 사진은 윤석열 검찰총장. 이기륭 기자
법원은 최근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로직스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잇따라 기각했다. 사진은 윤석열 검찰총장. 이기륭 기자

검찰이 리크를 통해 제기한 ‘분식회계 정황증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삼성바이오는 ‘콜옵션 부채’를 숨길 목적으로 콜옵션 존재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공시 누락). 

②삼성바이오는 2014년 하반기 바이오젠으로부터 지분을 재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며, 바이오에피스 고한승 대표는 바이오젠사 관계자를 만나 “지금 콜옵션을 행사하면 3.2배 이득”이라고 설득했다. 그해 10월 고한승 대표는 이 부회장에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했다(오로라프로젝트). 따라서 그해 삼바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인지했다. 그렇다면 지분회계로의 변경은 2015년이 아니라 2014년 했어야 타당하다. 

③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공시 누락’이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인지한 정황은 많다. 2014년 10월15일 삼성이 작성한 ‘IPO OUTLOOK’(기업공개 전망) 문건에는 ‘콜옵션 가치’를 평가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같은 시기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콜옵션 가치를 계산한 보고서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월 위 보고서 주요 내용을 보고받았다. 

④콜옵션 공시 누락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콜옵션 부채가 공시됐다면 제일모직 가치가 떨어져 합병비율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⑤삼바가 2015년 지분회계 변경의 근거로 제시한 복제약 개발은 2013년 이미 성과가 나타났다. 삼성바이오가 개발 중인 복제약 2종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은 시기는 2013년이므로 이때부터 지분회계를 적용했어야 논리적으로 맞는다. 검찰은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단계만 통과하면 개발성공률이 80%에 달하므로 사실상 개발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⑥삼바 CFO는 검찰 조사에서 “2015년 회계를 변경할만한 이벤트가 없었다”고 진술했다(A매체 보도). 그는 “2015년 복제약의 국내시판허가는 바이오젠 지분 재매입 시도가 무산되면서 급조된 이벤트였다”고 했다(B매체 보도).

⑦“‘개발비의 자산화’는 분식회계 정황 증거이다”(A매체).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2013년 회계부터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기업이 재무제표상 적자를 면하기 위해 많이 쓴 방법이다. 
개발비를 자산화한 것은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랐음을 삼성바이오가 인정한 근거이며, 개발비를 자산가치로 환원해 평가할 수 있다면 콜옵션도 2014년 이전에 평가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⑧증선위 의사록을 보면,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분식을 했음을 사실상 자인했다(A 매체).

검찰과 일부 언론이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라며 제시한 위 의혹은 모두 허점이 있습니다. 검찰이 팩트라고 내세운 그것이 사실과 동떨어진 경우도 있고, 유사 개념을 혼동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콜옵션 부채’ 에 대한 검찰의 오판... K-IFRS 몰이해가 초래한 ‘음모론’

첫 번째 ‘콜옵션 부채’를 숨길 목적으로 콜옵션 존재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에피스 발행 주식에 대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공시 여부와 ‘콜옵션 부채 계상’은 범주가 다른 문제입니다. 2014년까지 삼바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자회사)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습니다.

바비오젠 콜옵션을 재무제표상 부채로 계상하기 위해서는 지배력이 현실화돼야 합니다. 지배력 현실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이며, 회계에서는 이를 ‘내가격’이라고 합니다. 풀이하면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당해 기업의 주식가격이 더 높은 상태’(내가격)에 있어야 지배력은 현실화됩니다.

이 시기 삼바는 바이오젠 콜옵션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콜옵션의 부채 계상은 에피스를 단독지배가 아닌 공동지배로 보고, 지분회계를 적용할 때 비로소 문제가 되는 사안입니다. 즉 2015년 이전 콜옵션을 부채로 계상하지 않은 것은 연결회계를 적용한 결과일 뿐, 공시 누락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콜옵션 공시 누락 논란도 이견이 많은 사안입니다.

바이오젠은 2012년부터 사업보고서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 사실을 공시해 왔습니다.

[편집자주]

<삼성바이오 사건 진행 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시장경제신문 DB

2011년 9월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이듬해인 2012년 2월 바이오젠의 투자를 받아 조인트벤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은 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였으며 대표이사 및 이사 5명 중 4명에 대한 지명권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키로 합의했다. 대신 바이오젠은 이 회사 발행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졌다.

이후 에피스는 2014년까지 두 차례 증자를 실시, 자본금을 늘렸다. 증자과정을 통해 삼성바이오의 보유지분은 91.2%까지 올랐다. 반면 두 차례 증자에 모두 불참한 바이오젠의 보유지분은 8.8%까지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는 이런 사정을 근거로 2014년까지 연결회계를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이 기간 에피스의 지위는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자회사)였다.

회사는 2015년부터 연결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지분회계를 적용하면서 재무제표 중 자산 및 부채 항목에 변화가 나타났다.

회사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가치(평가익)는 공정가격(시가)으로 산정해 자산에 반영하고,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평가손)은 부채로 각각 계상했다.

콜옵션 부채보다 자산 평가액이 훨씬 컸기 때문에 2015년 삼성바이오는 ‘일회성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부분에서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에피스는 2014년까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던 회사가 갑자기 상당한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일각에서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잡음이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한국공인회계사에 위탁해 감리를 실시하는 등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재무제표 작성 과정 전반을 여러 차례 살폈다.

2015년부터 2017년까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는 중요성 관점에서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1차 감리부터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재감리를 통해 “2012~2014년 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그해 11월14일 금감원 재감리 결과를 받아들여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했다”고 의결했다.

증선위는 의결 직후 삼성바이오를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2015년 이전 재무제표 재작성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2012년 삼바 재무제표 정당성 입증 유력증거 ‘오로라프로젝트’

2014년 하반기 바이오젠 상대 지분 재매입 시도(일명 오로라프로젝트)를 분식회계의 증거로 볼 수 있을지도 매우 의문입니다.

검찰과 일부 매체는 ‘오로라프로젝트’를 여전히 분식회계의 유력한 증거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오로프로젝트를 꼽기도 합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초까지 삼성이 바이오젠 보유 에피스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의 지분 재매입 시도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확보한 뒤, 협상을 통해 바이오젠으로부터 에피스 지분 일부를 다시 사는 방안을 검토한 것입니다.

검찰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삼성의 지분 재매입 시도는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바이오젠은 2014년 당시 콜옵션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삼성이 그 지분을 재매입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삼성은 적어도 2014년 하반기까지 에피스를 단독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분 재매입 시도는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오로라프로젝트’는 삼바 재무제표가 적법하게 작성됐음을 반증하는 유력한 증거입니다.

2014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실제 행사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에피스에 대한 지배구조가 삼바 단독지배에서 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로 변경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지분회계를 적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콜옵션 지배력에 변동이 없었으므로 회계를 바꿀 이유도 없었습니다.

◆‘콜옵션의 경제적 가치’와 ‘콜옵션 경제적 실질’은 다른 개념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콜옵션 공시 누락’이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인지한 정황이 많다]는 주장은 ‘콜옵션 가치’와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을 혼동한 결과로 보입니다.

A매체는 2014년 10월 삼성이 작성한 ‘IPO OUTLOOK’(기업공개 전망) 문건에 ‘콜옵션 가치’를 평가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같은 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이 콜옵션 가치를 계산한 보고서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위 매체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이재용 부회장이 보고받은 내용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에 대한 ‘경제적 가치’입니다. ‘콜옵션의 가치’라는 말과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 내지 ‘콜옵션의 지배력’이란 표현은 의미가 다릅니다.

2014년 하반기 바이오젠은 삼성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콜옵션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경제적 가치를 알았다고 해서, ‘콜옵션 공시 누락’ 사실을 그가 인지했다고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거나 궤변입니다.

◆검찰, 콜옵션 공시 누락도 합병과 연결... 법원 “모직-물산 합병비율 산정 적법”  

삼성물산.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물산.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콜옵션 공시 누락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콜옵션 부채가 공시됐다면 제일모직 가치가 떨어져 합병비율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의 산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습니다. 이는 우리 법원이 일관되게 확인한 사안입니다.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 1심과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메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사건에서 법원은 각각 ‘청구(신청) 기각’ 판단을 내렸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이자 합병계약체결 하루 전인 2015년 5월25일을 기산일로 해 합병비율 및 합병가액을 산정했다.

그 기준이 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 이상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 2015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원이 명백한 판단을 내렸는데도 ‘콜옵션 공시 누락’을 합병과 연결짓는 행태는 다분히 악의적입니다. 이는 ‘검찰의 이 사건 수사 이면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 개시 승인’만 나면 성공률이 80%? 검찰의 억지

[에피스 복제약 개발 성과는 이미 2013년부터 나타났으므로 이때부터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만 했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일부 증선위원과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개발 중인 복제약 2종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 개시 승인’을 받은 시기는 2013년이며, 이때부터 지분회계를 적용했어야 논리적으로 맞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검찰은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단계만 통과하면 성공률이 80%에 달하므로 사실상 개발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 주장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약에 비해 개발기간, 투자비용, 승인율 측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신약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위약과의 대조를 통해 약물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2상, 대규모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 등을 파악하는 임상 3상을 모두 거쳐야 성공 단계에 진입합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전임상-임상1상-임상3상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승인율도 신약에 비애 훨씬 높습니다.

관련 연구를 보면 신약의 최송 승인율은 9.6%에 불과합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의 최송 승인율은 48~6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신약과 비교할 때 개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도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최송 승인율이 48~65%에 이른다는 말은, 실패할 확률이 35~52%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임상 1상을 통과한 시밀러 후보물질이 최송 승인에 이를 확률은 약 60%입니다. 임상 1상을 통과했어도 10건 중 4건은 실패한다는 말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임상 1상 (시험) 개시 승인’만 받으면 성공 가능성이 80%에 달한다]는 검찰 주장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삼바 CFO의 오락가락한 검찰 진술, ‘피신조서 증명력’ 논란 불가피

검찰 리크를 받아쓴 두 매체는 지난달 30일, 사실상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면서 삼바 CFO의 진술을 인용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사람의 진술인데 인용 내용이 상반된다는 점입니다.

A매체 “삼바 CFO는 2015년 회계를 변경할만한 이벤트가 없었다고 말했다.”

B매체 “삼바 CFO 김모 전무는 ‘2015년 복제약의 국내시판허가는 바이오젠 지분 재매입 시도가 무산되면서 급조된 이벤트였다’고 밝혔다.” 

전혀 상반된 진술이라는 점에서 신뢰도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김모 전무의 검찰 진술은 '피의자진술조서'(피신조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피신조서의 증명력을 얼마나 인정할지는 전적으로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적법절차의 원칙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참고인에 대해서도 밤샘조사가 용인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피고인에 대한 검찰 조사는 위법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비좁은 조사실에서 밤새 이뤄지는 조사가 편할리 없고, 피고인의 자백을 받아내는데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우리 검찰의 특기를 고려하면 피신조서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찜찜한 면이 많습니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조차 두렵게 만드는 곳이 우리 검찰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미 혐의를 특정한 뒤, 거기에 맞춰 교묘하게 조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삼바 CFO의 검찰 진술(피신조서)은 향후 공판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분식 정황 증거라는 ‘개발비 자산 반영’... 국내 대부분 제약·바이오기업, 같은 방법 사용

일부 언론은 [삼바가 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 것은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삼바 분식회계 안건을 심의한 일부 증선위원도 이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13년 이후 삼바가 개발비를 자산에 편입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행태는 신약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 삼바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기법입니다.

막대한 초기 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의 특성상,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해 기업의 재무제표가 지나치게 저평가되는 역기능을 해소하고자 나온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비의 자산 반영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라고 보는 건 억지입니다. 이런 논리라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분식회계 혐의를 피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분식회계 자백에 가까운 진술’이란 증선위 의사록... 색안경 쓴 ‘자의적 해석’

[증선위 의사록을 보면 삼성바이오 관계자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분식을 했음을 자인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개발비 자산 편입’을 분식의 정황증거로 본 A매체가 기사화한 내용입니다.

위 매체가 문제로 삼은 증선위 의사록 내용은 이렇습니다.

“회사는 여러 회계전문가들과 이런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협의해서 회계기준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려고 했다. 본 사안에서는 이 회사의 영업이 나빠져서 자본잠식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님. 오히려 자회사의 기업 가치가 매우 증가해서 회사가 점점 더 좋아졌는데 그리고 바이오사업이 임상 3상 성공해서 본궤도에 올라서 점점 뜨고 있는데 그로 인해서 모회사는 테크니컬한 회계 이슈로 인해서 자본잠식이 될 수도 있다는, 콜옵션 부채로 인해 자본잠식이 된다는 그런 이슈가 생기게 된 것임”

“정상적인 기업 임직원이라면 당연히 이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그에 대해서 어떤 대안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회계기준에 위배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어떻게 회계처리 할 대안들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됨.”

- 제20차 증선위 의사록, 2018년 11월14일.

위 내용을 A매체는 “분식회계 자백에 가까운 진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본잠식 회피를 목적으로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꾼 것이 바로 분식회계”라는 검찰 견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 진술을 보면 ‘회계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라는 단서가 분명하게 붙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분식회계를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입니다.

◆삼바 “고급회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본잠식 우려’는 K-IFRS에 대한 이해 부족 탓

증선위 의사록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삼바관계자 스스로 “당시 회사의 역량으로는 고급회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대목입니다.

취재 중 만난 회계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콜옵션 평가손을 재무제표상 부채로 계상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삼바관계자의 위 진술은 K-IFRS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착오로 보입니다.

K-IFRS는 [지분회계를 적용하는 경우 콜옵션의 평가손(부채)과 평가익(자산)을 모두 공정가치(시장가치)로 산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분회계를 적용하면서 콜옵션의 부채만을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고, 평가익(자산)은 장부가(취득원가)로 산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회계 부정’입니다.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의 평가손(부채)은 1조8000억원, 평가익(자산)은 4조8000억원으로 각각 산정됐습니다. 평가손보다 평가익이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도 ‘자본잠식’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회계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K-IFRS 도입과정을 잘 알고 있는 C교수는 당시 업계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형 회계법인 일부를 제외하면 공인회계사들조차 IFRS 개념을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회계사가 아닌 기업 내부 직원들의 경우는 정도가 훨씬 심했을 겁니다.”

C교수는 “심지어 지금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회계사들이 있다. 이번 삼바 의혹도 K-IFRS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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