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멍석 깔아도 휑~ 외면받는 제3인터넷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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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멍석 깔아도 휑~ 외면받는 제3인터넷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7.2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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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인가 신청 모두 관심밖... "까칠한 심사 탓, 엄두도 못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금융당국 독려에도 시장반응 '싸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콧대 높았던 금융당국이 잔뜩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미 등을 돌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뒤늦게 문을 활짝 열고 손짓을 해보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재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재인가 신청을 받고 연말까지 최대 2곳을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신청 기업이 보완해야 할 점을 귀띔해주고 합격률을 높이겠다."

흥행에 불을 붙이기 위해 족집게 과외를 방불케 하는 비책(祕策)까지 꺼내들었다. 기존의 참여 요건도 상당폭 완화했다. 당국은 인터넷·디지털 특화 영업을 잘 할 수 있다면 ICT 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인터넷은행 경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주일이 흐른 24일 현재까지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 계획이나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전무하다.

모두가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각종 규제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대내외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수익성의 한계도 분명하다.

이렇다 할 유인책도 없다. 케이뱅크가 추락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기업들이 쉽사리 제3인터넷은행에 호응할리가 만무하다.

기대와 신뢰는 금융당국이 걷어차버린지 오래다.

지난 5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과정 당시 최소 1곳이 통과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유력했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 두 곳이 모두 고배를 마셔 거센 논란이 일었다.

불허(不許) 결정을 내린 곳은 외부평가위원회였다. 외부평가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자문기구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탄탄한 키움뱅크에 대해 사업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토스뱅크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능력과 지배주주 적합성을 문제 삼아 퇴짜를 놨다.

충격적인 결론을 두고 시장에선 현(現) 경제당국에서 가장 진보·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무산되자 정치권에선 각종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당국이 요구한 혁신성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묻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내세운 혁신성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멍석을 깔아놨지만 플레이어가 실종돼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일본에서 비슷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는 이번에도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지난해 11월 라인뱅크 설립을 위한 공동출자를 결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라인뱅크 설립 준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지난 1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명회에 참석한 위메프, 인터파크, 티맥스, BGF리테일도 인가 신청 여부에 미지근한 모습이다. 한 때 제3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고심하며 금융시장의 메기를 꿈꿨던 교보생명은 경영권 문제 탓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후보는 5월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토스뱅크와 키움뱅크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당국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과 충격 속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듯 섣불리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여러 외부 요인이 겹쳐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케이뱅크의 사례를 지켜본 기업들이 인가전에 뛰어들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기로 했다. 예비인가 심사결과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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