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교수 ”기업가치만 장부價로? 증선위 다른 잣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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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교수 ”기업가치만 장부價로? 증선위 다른 잣대 황당”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7.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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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교수 발제]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
바이오젠 콜옵션 부채는 공정가치로 평가... 증선위도 이의 제기 안 해  
부채 공정가치 평가했다면, 에피스 기업가치도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삼바, 자산 부채 모두 공정가치 평가해 재무제표 작성...회계기준에 부합”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돼 이병태 KAIST 교수가 금융감독원과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병태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부채를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는 건 긍정하면서, 에피스 기업가치를 똑같이 공정가치로 평가한 것을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는 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재무제표를 조작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정치인 등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범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부채를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 위험에 빠질 우려가 높고, 이를 해소하고자 회계법인과 공모해 에피스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12년 2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은 공동 투자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전문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했다. 에피스는 2015년 9월 이후 ‘성분명 : 에타너셉트(오리지날 의약품 앤브렐)’, ‘성분명 : 인플릭시맵(오리지날 의악품 레미케이드)’ 시밀러 국내시판 허가를 얻으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바이오젠은 설립 당시 에피스의 사업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 보유지분이 15%에 불과한 점, 2014년까지 두 차례 실시된 증자에 불참한 점, 에피스 대표이사 및 이사(5명 중 4명) 지명권을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점,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을 삼성바이오가 단독 행사한다’는 사실을 미국 나스닥에 공시한 점 등은 바이오젠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복제약 개발이 성공할 경우를 예상해 향후 이 회사의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기로 합의했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회계학상 ‘경제적 실질’(내가격)이란 요건의 충족 여부로 판단한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콜옵션의 행사가격(주식 추가 매입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가 더 높아야만 그 행사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 연결회계를 적용, 에피스를 자회사(종속회사)로 판단했으나 2015년 에피스가 복제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는 연결회계가 아닌 지분회계를 적용해 에피스 지위를 관계회사(피투자기업)로 바꿨다.

연결회계를 지분회계로 바꾸면서 삼성바이오 재무제표는 자산과 부채 항목에서 직전 연도의 그것과 크게 달라졌다. 연결회계는 기업가치를 장부가격(구입가격)으로, 지분회계는 기업가치를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각각 산정한다. 지분법이 적용되면 부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삼성바이오는 지분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 보유지분’(기업가치)을 공정가격으로 산정, 4조 5350억원을 자산에 반영했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도 공정가치로 평가해 1조8,200억원을 부채에 반영했다.

부채로 계상한 콜옵션 평가액보다 기업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2015년 재무제표상 ‘1회성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병태 교수는 “콜옵션 부채를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산정한 것이 맞는다면 기업가치도 시장가격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콜옵션 부채 평가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증선위가, 기업가치는 구입원가(장부가격)로 판단하라는 것과 같다”며 “증선위의 분식회계 의결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시장경제제도연구소와 자유경제포럼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16일 이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특경가법 상 사기 및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이 교수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이 증선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검찰 수사는 법원의 판단을 무력화하는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본시장법 전공),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국제경영), 이병태 KAIST 교수, 이헌 변호사(한변 공동대표)가 발제 겸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사회는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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