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끝판왕 '분양가상한제' 칼빼나... 건설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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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끝판왕 '분양가상한제' 칼빼나... 건설업계 '초긴장'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7.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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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 "HUG 규제로도 집값 못막아" 도입 발언
적용 가능성 가장 높은 재개발, 재건축업계 '술렁'
전문가들, "분양 줄줄이 연기되면 공급 줄어 집값 뛸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이기륭 기자

김현미 장관이 집값을 잡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업계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란 지자체가 개별 단지의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나온 부동산 규제 중 가장 강력하다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주택 거래 금지’, ‘정부가 주택 공급’, ‘공산주의까지 한 걸음’ 등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 끝판왕 카드를 만지는 이유는 최근 2년간 규제 보따리를 풀었는데도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집권 후 “집값 잡겠다”... 현실은 2016~2018년 서울 아파트 38% 뛰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시작부터 집 값을 잡겠다고 천명해 왔다. 이를 위해 9.13 대책, 8.2대책 등 각종 규제를 시장에 적용했다. 그러나 현실은 집 값이 38% 뛰었다.

최근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 말 기준 3.3㎡당 2959만원으로 2년 전인 2016년(2125만원)에 비해 39% 뛰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2016년 12월 기준 2279만원에서 2018년 12월 3140만원으로 38% 가까이 올랐다.

정부는 집 값 상승을 막지 못하자 이번엔 우회적인 규제를 시작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를 통해 분양가 규제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4일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분부터 1년 이내 해당 지역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같은 수준(평균분양가 및 최고분양가의 100% 이내)으로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이 초과할 경우 10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 건설업계, 선분양서 후분양 선택하자 김현미 장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발언

분양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판단한 건설업계는 분양 방식을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했다. 하자 논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질타를 받아온 건설업계가 플랜B를 가동한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이란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대 토론회에서 “HUG의 아파트 분양가 통제가 한계에 다다랐다.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택지는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의 땅을 말한다.

분양가상한제란 지자체가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열어 개별 단지의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다. 보통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한다. 집값을 시장이 아닌 정부가 결정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HUG의 분양보증 심사 규제보다 직접적이면서 더 강력한 통제 방안이다.

상한제 단지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단지가 공개할 항목은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용 등 7가지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등 공공부문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행법상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으면 국토부는 바로 지정할 수 있다. 아직까진 지정된 지역은 없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민간택지 대표 사업장 ‘재건축·재개발’ 초긴장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지역은 아직 없다. 당장 이 카드를 사용할 곳도 없다. 지난해 9·13대책 후 강남3구 등 주요 지역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집값이 물가 상승률 2배 넘게 올라야 한다.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느냐다.

앞선 설명대로 현재 부동산업계는 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 한푼이라도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함이다. 그런데 만약 후분양으로 돌렸다가 분양가상한제를 만나버리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상한제로 분양됐을 때 래미안대치팰리스(구 대치동 청실)의 분양가는 3.3㎡당 3200만원이었다. 당시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대치아이파크가 3600만원 정도였다.

서초푸르지오써밋도 전용 59㎡도 상한제으로 6억원에 나왔다. 인근 준공 4년된 서초교대e편한세상 같은 크기가 7억2000만원 선이었다.

특히,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정비사업 기준)을 ‘제도 시행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는 단지’에서 ‘제도 시행 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원베일리·상아2차·둔촌주공 등 현재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를 넘어선 강남권 단지도 대부분 분양가 통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상황에서 만일 집 값이 더 올라버리면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규제 카드는 집값을 정부가 직접 결정하거나 거래를 금지시키 것 뿐"이라며 "정말 심각한 시장 개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공급이 줄면 그만큼 기존 집값이 상승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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