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깨진 아모레, 시총 14조 증발... 서경배 체제 한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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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깨진 아모레, 시총 14조 증발... 서경배 체제 한계왔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6.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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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에 대장주 자리 내줘… 2015년 대비 시총 14조 증발
브랜드숍과 중국덕분에 컸지만 발목잡힌 형국... 부진 장기화 전망
가습기 치약·안티몬 컨실러 논란… 매출부진보다 더 급한 '고객신뢰'
서경배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한때 시가총액 5위에 오르며 화장품 대장주 자리를 지키던 아모레퍼시픽이 30위권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실적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 서경배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이 내리막을 걷는사이 경쟁사 LG생활건강은 시가총액 12위에 오르며 화장품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아모레는 2015년 시총 24조2310억원으로 전체 5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듬해 사드여파 이후 회복을 못하는 모양새다. 시총은 현재 9조9000억원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약14조원이 증발했다.

◇업계 입지적 인물 '서경배'… 한순간에 무너지는 신화

서경배회장은 화장품 업계 입지적인 인물로 통한다. 199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의 전신인 태평양 대표에 올라 지금까지 아모레를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존 문어발식 경영에서 화장품 하나에만 집중해 약 20년간 매출 10배, 영업이익 20배로 성장시켰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K-뷰티 선봉장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사드보복이 펼쳐진 2016년을 기점으로 3년이 지났지만 회복을 못하고 있다. 매년 실적과 이익률은 곤두박질쳤다. 2016년에 비해 영업이익은 25%감소한 5495억원에 그쳤다. 해외사업 매출 영업이익도 44%감소한 459억원에 불과하다.

아모레의 이런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선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브랜드숍들이 럭셔리 화장품에 밀리고, 국내에선 올리브영, 롭스 등 H&B스토어 붐에 기를 못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내외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과 투자액 증가로 이익률이 부진하고 있어 매출 반등은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브랜드숍들은 대부분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쉽지 않아 시장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아모레의 강점인 브랜드숍 악화, 화장품 소비둔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아모레의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서경배 회장을 업계 신화로 만들어준 브랜드숍과 중국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서경배회장이 최대주주로 53.9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경영의 모든 결정은 서경배 회장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는 원브랜드숍에서 멀티브랜드와 온라인으로 구매채널이 이동되고, 중국도 럭셔리 브랜드로 소비패턴이 변화됐다. 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를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이 재조명되는 이유다.

◇신뢰까지 흔들리는 '아모레'… 중금속에 불공정거래 논란까지

아모레는 지난해 중금속 검출과 불공정거래 등 다양한 논란에 시달리며 고객들의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매출부진 등의 이슈보다 제품 성분 문제나 불공정거래 등으로 고객이 등돌리는 사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리따움과 에뛰드하우스의 컨실러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 '안티몬'이 검출됐다고 밝히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즉시 회수조치를 내렸다. 특히 청소년을 공략한 저가제품이란 것에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에 불편과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과거 2016년에도 아모레퍼시픽의 치약11종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검출돼 긴급회수된 전력이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아모레퍼시픽 그룹과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서, 에스트라, 코스비전 등 7개사에 대해 그룹 부당지원 직권조사도 받았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화장품 사업 내부거래비중이 75%에 이른다고 파악했다고 전했다.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51.16%로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몇몇 기업들이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 이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라며 "실적부진의 문제보다 고객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게 우선"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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