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을 둘러싼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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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을 둘러싼 시선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6.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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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우려 넘어설까...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첫 시험대
김주현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사진=시장경제 DB
김주현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사진=시장경제 DB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에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선임됐다.

김주현 신임 회장의 임기는 3년이며 19일부터 공식업무에 들어간다.

여신금융협회는 정관에 따라 18일 오후 4시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제12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1958년생인 김주현 신임 회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동기 사이다. 전형적인 관료(官僚) 출신 인사로 꼽힌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을 지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김주현 회장에 대해 "신중함과 추진력을 고루 갖춘 분으로 다양한 경력을 통해 쌓아 온 경제·금융 전문성과 유연한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여신금융업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신금융협회장 선거다. 당장 업계 경력이 전무한 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에 내정되자 내부에선 적지 않은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노조 측의 반대가 거셌다. 여신협회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말 일제히 관료 출신 낙하산 후보의 회장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7일 숏리스트 후보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향후 협회의 운영과 차기 회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기획국장은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데 이번 내정 결과로 인해 자칫 협회장이 금융당국의 이해와 요구만 대변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회장 내정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해 보은(報恩)의 개념으로 회장직을 수행한다면 협회 운영이 왜곡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부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주현 신임 회장이 노조 측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린다.

당면 과제도 산적하다. 여신금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다. 정부의 등쌀에 밀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카드사는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은 쪼그라 들었고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영업점과 직원수를 줄이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챙겨왔던 대형 가맹점들은 등을 돌린지 오래다. 혁신(革新)만 부르짖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반발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다른 관피아들과는 달라야 한다. 김주현 전 사장이 이날 여신금융협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6대 금융협회장의 절반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서 재무부 출신인 박재식 회장이 민간 출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 2017년 11월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역시 재무부 출신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후 10년 가까이 금융권을 떠났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의환향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업계가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금융협회장 자리를 꿰차기 시작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인다.

김주현 신임 사장이 업계를 대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국과 업계 사이에서 얼마나 조율을 잘 해내느냐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 협회장마저 금융당국에 끌려 간다면 업계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금융당국을 설득할 카드가 절실하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요구사항이던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를 불허한 채 현행 6배를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선 마련과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카드업계에 닥친 위기에 등을 돌린 채 요지부동이다.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관료 출신 협회장을 선출한 배경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기껏 뽑아놨더니 당국과의 줄다리기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면 김주현 신임 회장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과연 연봉 4억원 값을 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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