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그룹... 총수일가 33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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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그룹... 총수일가 33억 '꿀꺽'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6.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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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소유 고급골프장 부실 메우려 19개 계열사 동원 '사익편취' 행위 저질러
공정위, 태광에 과징금 22억 부과… 이호진 전 회장과 경영진 등 검찰에 고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자신이 소유한 회사가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대규모 강매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해당 김치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했음에도 시중 김치보다 무려 3~4배나 비싼 가격으로 계열사에 떠넘겨졌고, 이익금은 대부분 총수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와 메르뱅으로부터 각각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대거 구매한 행위에 대해 사익편취 행위로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 800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전 회장과 경영진 등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은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다. 휘슬링락CC는 총수일가가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이 2011년 개장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며, 메르뱅도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문제의 발단은 2013년 총수일가의 소유회사인 티시스가 휘슬링락CC을 합병한 후 전체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부실을 메우기 위해 시작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전 계열사를 동원해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10kg 당 19만원의 고가에 총 512톤을 사도록 했다. 이는 판매규모만 95억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메르뱅으로부터도 와인 46억원 규모를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했다.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복리후생비와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 구매 비용이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이용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19만점을 제공한 후, 휘슬링락CC가 임직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김치를 배송시키면 포인트를 일괄 차감하는 방법을 썼다.   

이 같은 행태는 2014년부터 2년 동안 이어져왔다. 그러다 공정위가 2016년 9월 현장조사에 들어가자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김치 생산과 와인 거래를 중단토록 지시했다. 

공정위는 태광 소속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가 최소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휘슬링락CC은 약 25억 5000억원, 메르뱅은 7억 5000만원의 이익을 봤고, 대부분 현금배당과 급여 등으로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는데 쓰였다.  

사익편취 규제는 2013년 8월부터 도입됐지만, 공정위가 23조 2항의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티시스와 메르뱅은 각각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유통시장 경쟁까지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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