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화웨이 난제'... 이재용 妙手 찾을까
상태바
얽히고 설킨 '화웨이 난제'... 이재용 妙手 찾을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6.18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中 '기술패권' 두고 新냉전...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 돌입
美 '화웨이 때리기' 득? 실?... 경영전략 숙고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면서,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가 각각의 득·실을 따지기 위한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미·중 무역분쟁이 삼성전자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러한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시각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심화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업계의 불황 역시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전세계 고위급 임원 400여명이 모여 하반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이날 IM(모바일) 부문을 시작으로, 19일에는 DS(반도체·부품) 부문 회의가 열린다. CE부문은 각 해외법인에서 별도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이번 전략회의의 무게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주요 핵심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을 위한 사장단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사실상의 ‘위기 경영’을 선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 美中 무역분쟁으로 탄력 받을까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화두는 크게 ▲미·중 무역분쟁 ▲화웨이 제재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일부에선 무역 분쟁과 화웨이 제재 국면이 삼성전자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속단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미·중 무역분쟁은 ‘신(新) 냉전’으로도 불리고 있다. 단순히 양국 간 ‘관세전쟁’ 차원을 넘어 ‘기술 패권’의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등 핵심 기술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연구개발(R&D)로 기술을 축적하는 한편, 저렴한 제품 가격으로 경쟁국들을 위협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자라났다. 반도체 분야에선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이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비중은 미미하다. D램 시장에선 우리나라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개 업체가 90% 이상을 점유하는 구도가 지속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총 2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년 대비 연간 매출 성장률을 16.20%로 예상했다. 금액으로는 7298억 위안(약 121조원)이다. 이는 지난 2015년 23.05%, 2016년 20.11%, 2017년 21.75%, 지난해 18.98% 등으로 20%대 성장을 보였던 것에 비해선 낮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방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은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발(發)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정 부분 반도체 사업의 수익감소를 피할 순 없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공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경쟁업체들과의 ‘초격차’를 강조해 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하는 ‘시스템반도체 비전2030’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과감한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이 ‘기술패권’을 두고 중국과 무역 분쟁 전선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입지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삼성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 중국 제재의 히든카드로 내세운 것이 ‘화웨이 규제’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화웨이의 제품이 자국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스마트폰과 5G 통신 장비다. 모두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과 겹친다. 다만 스마트폰이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들이 화웨이에 공급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 300만대에 달했으며, 이 중 화웨이가 2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에 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웨이는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화웨이가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5.7%의 점유율로 삼성전자(19.2%)에 이어 2위를 지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타겟’으로 지목된 화웨이는 올 한해 힘든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반(反) 화웨이 전선 구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집요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자국 기업과 화웨이 간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기동시키기 위해 필수적 운영체제(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퀄컴으로부터 핵심 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및 모뎀 칩셋 등도 공급받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도 미국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3%(2억 9130만대), 화웨이는 14.4%(2억 580만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르면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점유율 격차는 각각 24.5%(3억 4340만대)와 9.2%(1억 2960만대)로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감소가 삼성전자에게 있어 ‘득’ 보다는 ‘실’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에게 있어, 화웨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사가는 ‘고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화웨이 사태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며 “화웨이 사태가 지속되면 유럽 등 중국을 제외한 화웨이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스마트폰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메모리나 디스플레이 등 경쟁사 대비 화웨이 향 매출 비중도 낮아 화웨이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이 일부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중장기로 심화될 경우 경기침체와 IT수요 둔화에 따른 우려도 크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