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뒷전... 금융위-금감원 연일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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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뒷전... 금융위-금감원 연일 '밥그릇 싸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6.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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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갈등 표출, 혁신금융 의지 한계
"어제오늘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
각종 현안을 두고 연일 대립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좌)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우). 사진=SBS뉴스 캡처
각종 현안을 두고 연일 대립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좌)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우). 사진=SBS뉴스 캡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반목(反目)과 갈등(葛藤)의 연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를 시작으로 예산 문제, 종합검사, 공공기관지정, 제3인터넷전문은행, 특별사법경찰, 키코(KIKO) 사태 등 주요 이슈를 놓고 벌써 2년째 극한 마찰을 빚고 있다.
 
혁신(革新)은 온데간데 없다. 일부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한 것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혁신성장 법안은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각종 정책을 놓고 금융당국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국의 혁신 의지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루하루가 마찰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기관은 회계부정 행위 신고포상금 한도를 놓고 이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여타 다른 신고포상금 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상향을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는 기존 제도나 잘 운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실시된 회계 부정행위 신고포상금은 현행 한도가 건당 10억원이다. 종전에는 한도가 1억원이었으나 2017년 11월에 현행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내부문건을 금융당국에 제공한 제보자는 1억원 상당의 포상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0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최종구 위원장은 당시 마포혁신타운 착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키코 사태가 분쟁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받아들여야 분쟁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 금감원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키코(KIKO) 분쟁에 대해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확정 판결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키코 사태가 이미 종결된 사안임을 거듭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키코 사태 관련 안건을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원장은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만인 지난해 7월 키코 사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금융위와의 갈등을 표면화했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위가 지난달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추진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금감원 산하 자문기구 외부평가위원들이 혁신성과 자금력을 문제 삼아 후보군을 전원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최종구 위원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결과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두 곳 모두 탈락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감원 측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해온 윤석헌 원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특수사범경찰 운영과 관련된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로 예상됐던 금감원 특사경의 출범은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고, 업무 범위와 예산 편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실정이다. 두 기관 사이의 기싸움이 특사경 논의로 번질 경우 합의 중인 사안들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합검사 부활 논란도 마찬가지다. 최종구 위원장은 당초 "금감원이 스스로 중단했던 종합검사를 재개하는 데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헌 원장은 결국 4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이달부터 금융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감정싸움이 금융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두 기관이 협조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밥그릇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혁신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관계자는 "각종 사안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빚으면 주인 없는 금융사 입장에선 양쪽의 눈치를 다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당국마다 해석과 입장이 다른 탓에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힘겨루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심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슈가 나올 때마다 양쪽이 반목하고 엇박자를 내는데 감독에 민감한 금융사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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