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바 수사 왜 이리 집요하게 매달리나" 前검사장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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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삼바 수사 왜 이리 집요하게 매달리나" 前검사장 일갈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6.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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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현 전 검사장, 페이스북에 ‘삼바 수사 행태’ 비판 글
“이 정부 코드 따라 삼성 해체하자는 것이냐” 작심 비판
"문무일 총장, 수사 종결 지휘하라... 그것이 총장으로서 할 일”
‘서울대 법대 79학번’ 선두주자... 김수남 전 총장, 윤석열 중앙지검장 동기  
석동현 전 검사장 페이스북. 사진=화면 캡처
석동현 전 검사장 페이스북. 사진=화면 캡처

“도대체 알 수 없는 건 검찰이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 왜 이리 집요하게 매달리는가 하는 것!”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의 변론을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59·사법연수원 15기)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태도를 공개 비판했다. 특히 석 변호사는 문무일 검찰총장을 향해 “일부에서 욕을 먹더라도 검찰청법이 총장에게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 삼바 수사 건을 이쯤에서 정리할 것을 지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 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연수원 15회 동기 중 선두주자로 한때 유력한 차기 검찰 총수 하마평에 올랐던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SNS를 통해 ‘후배’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이유 있는 공개 비판

기존 특수·기획통 수사 검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시비를 가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업 혹은 인물을 찍어 그들을 소추하기 위한 ’혐의점을 찾는데‘ 집중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런 비판은 이른바 ‘검찰 수사 지상주의’에 대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형사통과 달리 일부 특수·기획통 검사들은 ‘기소는 물론이고 수사의 주제 역시 검찰’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규모와 영향력이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를 넘어선다는 검찰 안팎의 반응이 나올 만큼, 검찰 내 모든 권력이 일부 특수·기획통 출신 간부들에 집중되면서 문무일호 검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석 변호사의 공개 비판에 대해서는 “전방위 압색, 여론몰이, 관련자 공개소환, 밤샘 조사를 특징으로 하는 현 정부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에 대한 중견 법조인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코드 수사 아니면 수사 방향 전환해야’

석 변호사의 글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삼바 분식회계 수사를 마무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라>는 제목이 붙은 글의 대주제는 ‘문무일 총장에 대한 당부’라고 할 수 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 종결을 검사들에게 지휘하라는 것’이다.

석 변호사는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TF팀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사실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를 글 아래 붙인 뒤, “이 흐름대로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도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지시를 했는지 검찰 수사가 흘러가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라고 했다.

이어진 문장의 수위는 앞선 그것보다 훨씬 높다.

그는 “세간의 추측대로 혹은 이 정부의 코드에 따라 삼성이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냐”며 청와대를 직접 지목했다.

석 변호사는 “다른 고려 없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끝까지 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식이냐”고 반문하면서,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수술’ 방식으로의 수사 방향 전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문 총장,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먹어도 용단 내려라”

석 변호사는 “대한민국 경제가 침몰 중이고 삼성전자가 중국 화웨이 건으로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을 검사들이 이토록 집요하게 흔드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는 “회사 임원들을 굴비 엮듯 구속하고 삼성 전체를 흔들 정도로 심각한 일인지 전문가와 경제계의 반론도 상당하다”며, 이 사건 수사 쟁점인 분식회계 의혹 자체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연수원 3기수 아래인 ‘후배’ 문무일 총장에 대한 당부는 석 변호사의 게재 글 마지막 문단에 나온다.

“문무일 총장,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검사들에게 삼바 분식회계 건을 이쯤에서 정리하자고 지휘하라. 설사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그것이 검찰총장으로서 할 일이다. 부디 용단을 내리라.”

그러면서 후배 검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검찰은 (기업) 총수가 수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돼도 삼성이란 기업은 끄떡없다거나 오히려 더 잘 돌아간다는 식의 주관적인 명분을 앞세우면 안된다.”

문 총장에 대한 조언이 ‘검찰총장으로서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이라면, 검찰 후배들에 대한 당부는 ‘과도한 특수수사의 폐해’에 대한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배 신망 두터운 ‘기쎈 79학번’ 리더... 남기춘·윤석열과 절친 

석동현 전 검사장. 사진=YTN 화면 캡처.
석동현 전 검사장. 사진=YTN 화면 캡처.

후배 검찰에 대한 공개 비판 글을 올린 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대검 공보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전고검 차장검사 부산지검장을 거쳐 2012년 7월 서울동부지검장에 올랐다.

고검장급 이상의 승진이 유력했으나 그해 11월 동부지검 소속 A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옷을 벗었다.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워 그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관리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검사장직을 내려 놓았다.

‘기가 쎈 것으로 유명한’ 서울대 법대 79학번에는 유독 ‘강골’로 불리는 검사들이 많이 나왔다.

2003년 한나라당 대선자금 수사를 주도한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석 변호사와 대학, 연수원 동기다. 삼성 한화 태광 등 ‘대기업 전담 칼잡이’로 불린 남 전 지검장은 2011년 1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79학번 동기 중 검찰 내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은 김수남(연수원 16기)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은 법무부 기조실장, 청주·서울남부·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차장 등을 거쳐 2015년 12월 제41대 검찰총장에 올랐다.

현 정권 ‘하명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윤석열(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79학번이다. 연수원 기수는 8기수나 아래지만 대학 시절 석 전 검사장과 절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기춘 전 검사장, 윤석열 검사장이 특수통이라면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은 대표적 공안통이다. 연수원 19기인 공 전 검사장은 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2013년 4월 첫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춘천 창원 서울서부 인천 등 일산 지검장만 4차례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린 ‘검사와의 대화’ 참석자로 유명한 이완규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도 79학번 동기다. 윤석열 검사장과 연수원 동기(23기)로 재임 시절 검찰 내 대표적인 법이론 전문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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