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뽑기방의 인기비결이 ‘도박’과 같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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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뽑기방의 인기비결이 ‘도박’과 같다니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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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방을 취재하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뽑기방의 인기비결이 도박의 중독성과 같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뽑기방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처음에는 재미로 1~2판 했는데, 지금은 학원 끝나고 거의 매일 하는 것 같아요. 중독성이 꽤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거 도박 아닌가요. 우리가 막 해도 되나요?”고 말했다.

뽑기방을 운영하는 사장도 이 학생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뽑기방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A대표는 “청소년들이 1,000~2,000원으로 놀만한 게 PC방 말고는 마땅히 없어요. 하다 보면 중독성이 생기죠. 몸이 땡기는거죠. 그래서 인기가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뽑기방의 확산 속도가 바이러스급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의 인형 뽑기방은 2016년8월 147곳, 12월 880곳, 2017년1월에는 1,164곳으로 크게 늘었다.

한 판 당 1,000~2,000원씩 현금으로 수입이 생긴다는 점과 인건비가 들지 않고, 초기 투자비가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창업이 늘고 있다.

문제는 도박과 같은 중독성이다.

최근 한 10대 청소년이 인형을 갖기 기계에 직접 몸을 넣어 인형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다른 소년은 인형 뽑기 기계에 들어갔다가 몸이 끼어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각종 게임 캐릭터 인기와 맞물려 인형 중고거래도 늘었고, 이 과정에서 짝퉁 인형이 판을 치고 있다.

또 법적으로 소비자 판매 가격 한도액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운영되고 있는 뽑기방에는 수 만 원에서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청소년의 입장도 제지할 수 없는 상태다.

게임산업진흥법(28조)에 따르면 청소년게임 제공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형 뽑기 경품은 완구류와 문구류 등으로 제한하고 가격은 소비자 판매가 기준으로 5,000원 미만이어야 한다.

돈이 된다는 소식이 퍼지자 뽑기 제조사들은 ‘확률 조정 기능 탑재, 초보 운영자도 쉽게 확률 조정이 가능하다’는 홍보를 대놓고 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이 그렇게(확률 조정) 하는데 우리만 문제 가지고 문제를 삼냐”며 기자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 다른 크레인 제조사는 ‘매출 대비 뽑히는 인형 개수를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며 제품을 소개했다.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된다. 현재 뽑기방이 그러하다. 재미를 넘어 중독에 이르고 있다. 쉽게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욕심이 청소년에게 도박과 같은 ‘중독성’을 심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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