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공포... 불안한 투자자, 출구는 '金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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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 공포... 불안한 투자자, 출구는 '金테크'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5.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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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發 이슈몰이, 대외적 악재 겹치자 금테크 문의 급증
이주열 韓銀 총재 "리디노미네이션 부작용 많아 신중히 접근해야"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기륭 기자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기륭 기자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금융시장이 한바탕 격랑에 빠졌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한국은행이 불을 당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논란이 확대되면서 불안심리는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실물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에 투자하는 금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금테크 관련 상품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골드바였다.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올해 초부터 정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골드바 21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판매한 총액(24억6,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4월까지 판매한 금을 무게로 환산하면 86.51㎏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 수량이 36% 늘었다.

우리은행도 1월 4억2,400만원, 2월 6억4,636만원, 3월 8억7,550만원이었던 골드바 판매량이 4월 들어 22억5,45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금통장(골드뱅킹) 판매 실적도 증가했다. 금통장은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 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골드뱅킹 상품을 출시했던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누적 잔액은 이번달 20일 기준 4,175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 3,096억원에서 4월 말 4,159억원으로 63억원 늘어난데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모집 총액 2조원짜리 골드뱅킹을 출시하기도 했다.

금 현물마켓인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거래도 활발하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번달 일평균 금 거래량(24일 기준)은 33.6kg으로 3월 17.2kg, 4월 22.0kg보다 대폭 늘어났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4월 177kg을 넘었고 이번 달에는 220kg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걷힐 것인지 의문인데다 리디노미네이션 이슈가 가세해 금테크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한 나라의 통화를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 단위를 일정 비율로 낮추는 조치를 뜻한다. 예를 들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식이다. 화폐개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논란의 불을 당긴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다. 지난 3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원욱 의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물었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하지만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 공론화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원욱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원욱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 정쟁의 대상이 돼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초당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운섭 한국은행 발권국장도 "언젠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하니 국회가 공론화해 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제지표가 하향곡선을 걷고 있는 가운데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금이나 달러와 같은 실물자산에 갈수록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한국은행이 결국 리디노미네이션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불안심리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으로 금상품에 대한 문의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는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기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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