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540兆... 대출 더 옥죄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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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540兆... 대출 더 옥죄는 정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5.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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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부터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적용... 저신용자 타격
'2021년 말' 기간 박아두고 제2금융권에 DSR 대폭 축소 요구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조차 정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하며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우려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온갖 억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2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오히려 2억원 이상 치솟았다. 서민의 고통만 가중시킨 빵점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든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집값이 치솟자 대출은 필수가 됐다. 여기저기서 대출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새 전체 가계부채 잔액은 사상최대인 1,540조원으로 늘어났다. 뒤늦게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가계소득 대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내 집이 필요한 서민들은 갈 곳이 없다. 정부는 이제 상호금융·보험·여전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옥죄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정부는 DSR 관리지표를 6월 17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은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자칫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30일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주제는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으로 요약된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는 강도높은 규제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할부금, 마이너스통장까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기존의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상환능력을 훨씬 더 꼼꼼하게 따지는 탓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온다.

금융당국은 2021년 말까지 평균 DSR이 상호금융 160%, 저축은행 90%, 캐피탈사 90%, 보험 70%, 카드사 60% 이내가 되도록 관리할 것을 각 업계에 요구했다.

농어업인들이 주로 찾는 상호금융의 평균 DSR 한도가 262%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까지 목표치 160%를 맞추기 위해 상당수 대출이 거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앞으로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출하실적 같은 자료를 통해 소득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제2금융권도 가계대출 DSR을 안착시켜 부채의 구조적 건전성을 제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에 몰두하다가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규제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 효과를 넘어 가계소비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최근 카드사나 백화점 같은 판매신용 잔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주택 거래 침체가 장기화 되는 상황이다. 소비위축에 더해 경제침체가 계속된다면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패에 따라 서민경제가 주저앉으면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미·중(美中) 무역협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리 인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KDI는 최근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내리면서 "단기적으로 대내외 수요 위축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기준 금리를 한 차례 낮출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이에 앞서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 2.6%에서 2.4%로 낮추고 통화정책 완화를 동반한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도 지난 13일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단기 성장세를 지원하고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완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터져나온다. 서민들은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전셋집 마련도 힘겹기만 하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배부른 사람들이야 금리를 내리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냐만 서민들은 소수점 금리에 따라 몇만원이 오가는 데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그 여파가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으니 이제 대출 받아 집 사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왔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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