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고... 웬 삼바 사기대출?
상태바
檢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고... 웬 삼바 사기대출?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5.31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경25시] '삼성바이오 사기 대출' 검찰발 리크 기사 팩트분석
삼성바이오 수사 기사, 분식회계 건너뛰고 ‘대출 사기 의혹설’로 확산  
[단독] 붙여 검찰 입장 그대로 전달... 일부 언론, 권력기관 감시 뒷전
학계 “법원 판결도 나오기 전부터 혐의 사실 단정, 여론몰이 지나쳐” 

[편집자 주]

본지는 지난주 [시경25시] 코너를 통해 ‘삼성바이오 수사 관련 검찰發 리크(leak) 기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칼럼을 내보냈습니다. <관련기사 : 삼성바이오 '검찰發 리크 기사'가 위험한 이유>

상대방의 반론권은 사실상 무시한 채 앵무새처럼 검찰이 흘리는 수사 정보만을 옮겨 적는 현재의 리크 기사는, 독자의 알 권리라는 미명에도 불구하고 그 역기능이 지나치게 심각합니다. 권력기관인 검찰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되레 검찰의 입맛에 맞춰 여론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검찰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현재의 리크 기사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독 친노조-반기업 정서가 강한 일부 특정 매체와 그 소속 기자들이 검찰발 리크 기사를 집중적으로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의심을 뒷받침합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과 관련된 검찰발 리크 기사는 지금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27일 특정 매체가 [단독]을 붙여 출고한 ‘삼성바이오 사기 대출’ 의혹 기사는 검찰발 리크 기사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늘 [시경25시]에서는 위 특정 매체 기사에 대한 팩트 분석을 통해, 검찰발 리크 기사의 위험성을 실증하고자 합니다. 

27일 특정매체가 단독 보도한 '검찰, 삼성바이오 사기 대출 수사' 기사를 일부 종편 채널이 인용보도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27일 특정매체가 단독 보도한 '검찰, 삼성바이오 사기 대출 수사' 기사를 일부 종편 채널이 인용보도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27일자 특정 매체가 보도한 ‘삼성바이오 사기 대출 의혹’ 주요 내용은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를 숨기는 방식으로 재무재표를 조작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이는 사기 대출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콜옵션은 부채이고, 같아야 할 ‘빚’인데 이를 숨긴 재무제표를 은행에 제출하고 대출을 받았으니 타인을 기망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는 2015년 이후입니다. 이번에는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는 대신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대폭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해 은행권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위 기사는 이런 방식으로 삼성바이오가 지금까지 받은 은행권 대출은 잔액으로만 8700억원에 해당한다며, 기 상환된 대출을 합치면 ‘사기 대출’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 번째는 기업가치 부풀리기(분식회계)가 없었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삼바의 상장 과정 전체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위 특정 매체 기사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상장 당시 거짓 재무제표가 활용돼 이를 믿고 공모에 응한 투자자를 속였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특정 매체는 삼바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국내 4대 회계법인 역시 공범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이 매체는 [검찰은 2017년 드러난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사건이 이번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상황을 친절하게 브리핑했습니다.

기사를 보면 위 주장의 모든 근거는 ‘검찰’에 있습니다. 줄곧 등장하던 ‘수사팀 관계자’가 나오지 않을 뿐 검찰발 리크 기사가 분명합니다.

기사를 읽은 뒤 기자는 바로 시중은행 기업 여신 담당자를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재무제표 적자면 대출 불가? 시중은행 담당자 “중요한 건 상환능력... 재무제표는 참고자료”

위 기사의 첫 번째 부분, 즉 2012~2014년까지 사이에 콜옵션 부채를 숨김으로써 ‘빚’을 줄인 재무제표로 대출을 받았으니 사기 대출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주장과 이를 그대로 보도한 위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시중은행에서 기업 여신을 주로 취급한 A차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AI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등 이른바 ‘미래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의 여신 심사는 재무제표만 보지 않습니다. 재무제표상 적자 상태에 있다고 해도 그 기업이 가진 기술력, 대주주의 신용도, 담보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여신 취급 여부를 판단합니다.

콜옵션 부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콜옵션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대출 신청을) 부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미래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콜옵션이나 풋옵션 계약을 맺는 경우가 흔합니다. 콜옵션 부채보다는 이 기업이 대출원리금을 제때 상환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삼성바이오 같은 기업이라면, 대출 심사에서 부결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주주가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전자 등인데 당장의 재무제표만 보고 부결을 낼 은행은 없을 겁니다.”

A차장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기업 여신을 취급하는 부서에는 기술을 평가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매출이나 영업익도 중요하지만 담보제공 능력, 기술평가 항목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삼성바이오 정도 되면 담보로 제공할만한 자산이 많았을 겁니다.”

다른 시중은행 기업 여신 담당자들의 답변도, A차장의 그것과 표현만 다를 뿐 내용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출 심사, 바이오제약 기술력 평가... 대주주 신용도, 담보제공 능력도 주요 평가 요소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됐습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전담한 에피스의 설립일은 2012년 2월28일입니다. 에피스는 설립 3년6개월여만에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2종의 개발을 끝내고, 2015년 9월과 12월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합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도 임상시험 과정을 거칩니다. 前임상-임상1상-임상2상-임상3상-시판 허가의 과정을 거치는 일반 신약 개발과정에 비해 기간이 짧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바이오시밀러 하나를 온전히 개발해 시판하거를 얻는 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5년 이상입니다.

에피스는 설립 4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바이이시밀러 2종의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기술력의 우위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발과정과 그 기간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가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당시 에피스의 임상1~3상 결과를 은행에 참고자료로 제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은행이 먼저 이들 자료를 요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2상 혹은 임상3상 연구결과에 대한 학회 발표자료는 곧 삼성바이오의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평가기준이 됩니다.

A차장과의 통화 내용과 바이오시밀러 업종의 특징을 종합하면 ‘콜옵션 부채를 숨긴 조작된 재무제표로 은행을 기망해 대출을 받았으니 사기에 해당한다’는 특정 매체 검찰발 리크 기사는 첫 출발부터 틀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부실한 팩트 체킹... 검찰이 흘린 정보는 검증 안 해도 될까?

2015년 이후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고의로 부풀리고 왜곡된 재무제표를 은행에 제출해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은 그 논거가 더 부실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15년 9월과 12월, 2016년 1월과 6월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 2종에 대한 시판 허가를 국내와 유럽 보건당국으로부터 잇따라 받습니다.

보통 임상2~3상에서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발표만 있어도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시기 삼성바이오의 대출을 사기로 볼 여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수익 실현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굳이 가공의 매출을 일으켜 숫자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할 이유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2015년 분식회계를 전제로 한 특정 매체의 사기대출 주장은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 "사기적 부정거래 개념, 법무부도 죄형법정주의 반한다 지적"

‘분식회계가 없었으면 상장도 못했을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몇 안 되는 자본시장법 연구 전문가인 김병연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사기적 부정거래 개념은 법무부에서도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을 만큼 추상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검찰 수사 행태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하나는 별건 수사의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이 사건 핵심 혐의는 분식회계인데, 그 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것을 전제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의문입니다.

“수사가 끝난 것도 아니고 법원이 분식이라고 확정적으로 결론을 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분식을 단정하고 몰고 들어가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대우조선은 매출·영업익 가공... 삼성바이오 건은 ‘회계기준 해석의 문제’

‘삼성바이오 사기대출 의혹, 검찰 수사’ 소식을 단독 보도한 위 매체는 검찰의 말을 빌려 이번 사건이 대우조선 사태와 유사하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대우조선 유사’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우조선은 회사가 가공의 매출을 일으킨 것이고, 삼성바이오 건은 연결재표제표 회계처리에 관한 해석 상의 문제인데 이게 어느 부분이 유사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논란은 대우조선 사태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대부분 회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홍기용 교수 “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 콜옵션 가치는 ‘0’ 혹은 마이너스”

회계학을 전공한 홍기용 교수(인천대 교수, 前 한국감사인연합회장)는 삼성바이오 논란을 분식회계로 의심하거나 심지어 단정 짓는 검찰 및 언론의 태도에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가 설명한 논거는 여러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삼바 분식회계를 사실로 몰고 가는 검찰과 특정 매체들이 자주 이용하는 ‘콜옵션’ 관련 설명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14일 의결을 통해,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이 회사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봤어야 한다고 말을 뒤집었는데, K-IFRS(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배치되는 판단입니다.

K-IFRS는 ‘연결 회계는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는 날부터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회계학상 ‘내가격’을 의미)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는 에피스 설립일을 기준으로 따져야 합니다.

‘경제적 실질’은 에피스 설립 당시 이 회사의 주식 가치가,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높아야 인정됩니다. 이를 회계에서는 ‘내가격 상태’라고 말합니다.

이제 갓 설립한 기업의 가치가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높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에피스 설립 당시, 콜옵션의 잠재적 의결권(지배력)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K-IFRS 기준에 맞는 해석입니다.

에피스 설립을 기준으로 봤을 때, 콜옵션의 경제적 실질은 ‘0’이거나 혹은 ‘마이너스’ 상태였습니다. 반면 이 당시 에피스 지분구조를 보면 삼성바이오가 85%, 바이오젠은 15%만을 보유했습니다.

콜옵션의 잠재적 지배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삼성바이오가 지분의 85%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때 적용해야 하는 것은 지분법 회계가 아니라 연결 회계입니다.

에피스 설립일부터 이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국내시판 허가를 얻기 전인 2014년까지 지분법이 아닌 연결재무제표를 적용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K-IFRS에 부합합니다.”

(※ 홍기용 교수의 삼성바이오 회계 관련 인터뷰는 ‘시경초대석’을 통해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삼바 상장도 사기?... 한국거래소 전 임원 “우리가 삼바에 먼저 제안”

‘회계사기가 없었으면 삼성바이오 상장도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팩트와 상반됩니다.

상장 관련 현안에 대한 검찰 수사팀의 기본인식은 [2015년 이전부터 콜옵션 부채를 회계에 부채로 반영했다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나 삼성바이오 상장은 불가능했다]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박영수 특검이 재판부에 낸 수사보고서를 보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의 심증 역시 이와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박 특검에서 각각 수사팀장과 파견 검사로 삼성 수사를 지휘했습니다.

이 전제는 근본부터 잘못됐습니다.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는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다음과 같이 개정합니다.

개정 전 코스피 상장 기준 :
매출 1000억원 이상, 이익(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이익) 30억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 매출 2000억원 이상.

개정 후 상장 기준 : 
시가총액 6000억원이상, 지본 2000억원 이상.

삼성바이오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913억원, 영업손실은 2036억원이었습니다. 개정 전 기준을 적용하면 상장이 어려웠습니다. 박영수 특검과 현재 검찰, 친노조-반기업 성향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상장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장기준 변경은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 측에 먼저 제안했습니다. 2017년 7월,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상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이나 정부가 (한국거래소에) 특혜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상무는 “삼성바이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으며, 유망기업이 코스피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을 추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병연 교수 “기업은 풍문만 돌아도 공시... 잘못된 기사로 손해 본 사람, 누가 배상하나”

김병연 교수는 검찰발 리크 기사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폐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업은 풍문만 돌아도 조회공시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만큼 주식시장은 기사 하나만으로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렇게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오면, 이런 기사로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사람의 손해는 누가 배상할 지 모르겠습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