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래 나쁜 삼바라는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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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래 나쁜 삼바라는건 없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5.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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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여론몰이 수사를 경계한다

“부탁드립니다”

23일 삼성전자가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달라며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건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로 보고 있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연결고리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검찰이 칼 끝을 겨누고 있는 최종 목표는 이 부회장이라는 얘기다. 

최근 증거인멸 및 교사혐의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소속 임직원 2명을 구속하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검찰의 ‘큰 그림’에서 기인한다는 시각이 많다. 법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이를 분식회계를 입증할 직접적 증거로 볼 수는 없다. 검찰도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서 검찰의 ‘영악한 속내’가 드러난다. 기업 입장에선 검찰 수사에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그 기업은 거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다. 기업이미지는 추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압수수색 장면과 구속된 임원의 모습은 검찰에게는 큰 소득이다. 들끓는 여론은 ‘반기업정서’로 이어지고, 재판을 받기도 전에 마치 ‘유죄’인 것처럼 돌팔매질이 난무한다. 이는 일정부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검찰이 특정 언론에 의도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관련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건의 시시비비는 재판에서 가리는 것이지 여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물밑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라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사실 여부를 가려낼 가장 중요한 ‘키’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다. 감정적으로 격해진 여론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할 뿐, 진실을 밝혀내지는 못한다. 더구나 그 누구보다 공정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검찰이 도리어 여론의 나팔수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법에 대한 불신을 표현할 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을 쓴다. 법조계에서조차 검찰이 정치권의 도구 노릇을 하는 후진적 관행에서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내부로부터 들려오는 ‘자성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엇 때문에 명예로운 검찰 조직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듣게 됐는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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