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사 사장 "위장폐업? 강성노조 때문에 문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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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 사장 "위장폐업? 강성노조 때문에 문닫았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5.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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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15차 공판... '위장폐업 의혹‘ 해운대 협력사 사장 증언
"檢 위장폐업 주장은 억지... '그린화', '조직안정화' 용어 처음 들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이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돌입했다. 검찰이 압수한 삼성 문건 내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각자 다른 해석의 차이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 처음으로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퍼즐’이 증인의 입을 통해 공개되는 셈이다. 

해운대 협력사 폐업은 삼성 노조와해 의혹의 진실을 가릴 중요한 ‘열쇠’ 중 하나다. 검찰은 노조 가입률이 높은 해운대협력사를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폐업 시키고, 그 대가로 사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의 주장은 180도 다르다. 삼성전자서비스측이 해운대협력사 사장에게 폐업을 종용한 사실이 없고, 노조탈퇴 등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폐업 권한은 순전히 협력사 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도리어 A/S 공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만류했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 15회 공판에서는 이번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삼성전자서비스 전 해운대 협력사 사장 유 모씨가 증인석에 섰다. 유 모씨는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2011년 1월부터 해운대협력사를 인수해 운영하다 2014년 3월 폐업했다. 

유 씨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자신이 폐업을 결심한 이유는 ▲운영손실 ▲건강악화 ▲직원들에 대한 신뢰감 상실 등 3가지가 가장 주요했다고 주장했다. 

유 씨가 폐업을 한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측으로부터 받은 6500만원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기 주장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금원의 용도를 어떻게 특정할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는 핵심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돈은 자문료 형태로 유 씨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삼성 문건에서 ‘위로금 6500만원 지급’이라는 문구가 발견된다며, 해운대 협력사가 삼성전자서비스측에 의해 기획폐업됐고,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유 씨의 증언은 검찰과 엇갈린다. 유 씨는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에게 ‘폐업 후 생활이 어렵다.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삼성전자서비스측이 내부 검토를 거쳐 자문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6500만원은 그에 대한 자문료라는 입장이다. 

유 씨는 "삼성전자서비스측으로부터 "경영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각 협력사를 관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측 직원인 SV(슈퍼바이저)가 협력사 수리기사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기도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SV는 협력사 사장이나 팀장과 만날 뿐,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릴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린화’, ‘조직안정화’ 등의 용어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협력사 사장일때는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검사가 말하는 것을 듣고 처음 알았다”고 했다. 

◆ 해운대 협력사 노조가입율 80%… "실적 악화에 신뢰 상실까지 겹치면서 경영 의지 사라져"

변호인단 반대신문에서 유 모씨는 노조를 향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그 이유는 검찰 조서에서 그대로 나타나있었다. 

조서에 따르면, 해운대 협력사 노조원들은 유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업무태만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당시 노조가입률이 80%에 이르렀던 해운대협력사는 전국 협력사 중 수리 업무 실적을 의미하는 KPI실적에서 매번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씨는 자신도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만큼, 노조원들을 어르고 타이르며 회사를 끝까지 운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통합 전산시스템에서 수리 부품을 잘못 사용한 ‘이상 데이터’가 발생하자 삼성전자서비스측은 조사를 위해 해운대 협력사를 방문했다. 이상데이터를 발생시킨 수리기사는 간부급 노조원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유 씨는 한 솥밥을 먹는 수리기사들을 감싸며 편들었다. 부품의 종류는 다르지만 완전히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씨는 “협력사가 받는 수수료에서 제외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고, 오히려 이를 삼성전자서비스측이 만류했다고 한다. 

당시 해운대 협력사에는 노조 대의원 A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A씨는 사장인 유씨를 따돌리면서 노조원들을 선동했다고 한다. 때문에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 일수가 늘었고 실적은 당연히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파업 일지에 따르면 당시 해운대 협력사 직원 총 49명 중 무려 44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기간 중 그나마 5명 남짓한 비노조원들이 파업 기간 중 수리 물량을 처리했지만 노조는 이마저 방해했다. 

당시 고객센터에 접수된 불만사항들을 살펴보면, ‘번호표를 뽑는데 직원들이 기계를 탁탁 치면서 방해해 기분이 나빴다’, ‘물건을 던지며 큰 소리를 냈다’ 등의 내용이 있어 파업 당시 험악했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유 씨는 평소 노조원들에게 “KPI실적이 올라야 나도 본사에 월급을 올려달라고 말 할 수 있다”며 독려했지만, 노조원들은 ‘무능한 사장 탓’이라며 연장근무, 주말근무 등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이 서비스센터 앞에서 ‘다른 센터로 가라’는 1인 시위를 하며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더욱이 유 씨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한 달에 한 번 전국 협력사 사장들과 삼성전자서비스 임원 등이 모여 협력사 실적을 발표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는 ‘KPI 실적 발표회’ 자리였다. KPI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그날 접수한 수리 건을 그날 처리해 미결일수가 적어져야 한다. 그런데 해운대 협력사의 경우 파업일수가 많아 미결일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을 발표하기 전날부터 유씨는 문제 원인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지만, 강경한 노조원들로 인해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매번 하위권에 맴도는 실적을 발표해야 했고 이는 큰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보다 못한 삼성전자서비스측에서 해운대협력사에게 실적이 좋은 ‘사하 협력사’를 벤치마킹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유 씨는 “해운대 협력사를 3년여 간 운영하며 약 4500만원에 이르는 운영 손실을 봐야 했다. 여기에 스트레스성 통풍까지 얻으면서 자신의 건강마저 해쳤다”며 “직원들과의 신뢰도 깨져 더 이상 협력사를 운영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고 폐업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유 씨는 해운대 협력사를 폐업키로 하고 자신의 입장을 ‘폐업사유서’에 적어 삼성전자서비스측에 전달했다. 이에 삼성전자서비스측은 ‘폐업을 다시 생각해 달라’며 만류했지만, 유 씨의 결심은 확고했다. 

폐업을 결심한 유 씨가 이를 직원들에게 전달했을 때조차도 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 따르면 해운대 협력사 직원이자 노조 대의원인 A씨는 ‘폐업 신고가 들어가지 않았다.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조원들을 선동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노조원들은 유 씨에게 ‘왜 출근하나. 위장폐업 아닌가. 잘 먹고 잘 사시라’고 말하면서 조롱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운대 협력사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계약에 따라 2개 관리 지역을 삼성전자서비스측에 반납해야 했다. 유 씨는 증언에서 "삼성전자서비스측에 '노조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데 어떡하란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16차 공판은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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