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백신 팔려고 무료공급 중단... 한국백신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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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백신 팔려고 무료공급 중단... 한국백신 '과징금'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5.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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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신,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 늘리려 값싼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
140억 국고손실 야기… 공정위, 과징금 9억 9000만원 및 관련임원 검찰 고발 결정 내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시장경제 DB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시장경제 DB

공정위가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한국백신에 대해 부당한 독점적 이득을 획득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 90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해당 회사의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BCG 백신은 영·유아 및 소아의 결핵 예방을 위한 백신이다. 접종방법에 따라 피내용과 경피용으로 나뉜다. 피내용은 바늘주사로 백신을 주입하는 방식이며, 경피용은 주사액을 바른 9개 바늘을 도장 찍듯이 피부에 눌러 접종한다. 

국내에 판매가 허가된 BCG 백신은 덴마크 SSI(Statens Serum Institut)사의 피내용과 일본 JBL(Japan BCG Laboratory)사의 경피용·피내용 백신 등 모두 3가지다. 

문제는 2015년 3월 덴마크의 SSI사가 백신부문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피내용 BCG 백신을 생산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8월부터 일본 JBL사의 피내용 백신 총 2만여 세트에 대한 주문계약을 한국백신과 체결했다. 

그런데 당시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피용 백신의 수요가 크게 급감했다.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비교. 사진=공정위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비교. 사진=공정위

이에 한국백신은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의 협의 없이 피내용 백신의 주문을 감소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7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아예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을 중단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구입해야 했다. 가격은 피내용 백신이 2300~4000원대, 경피용 백신이 약 40000만원 대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해 발생한 국고 손실은 140억원에 달한 반면, 한국백신은 월평균 7억 62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한국백신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독점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조치는 지난 1998년 11월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조절 사건’ 이후 약 20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보건복지부·식약처 등 유관기관과 효율적인 모니터링 및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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